'19년 11월의 영화
전통적인 비수기이지만 이 틈을 노린 재개봉작도 있었고, 12월 방학을 앞둔 대작의 조기 개봉도 있다. 다만, 집에서 VOD 로 보는 편수가 극단적으로 줄어가는 것이 아쉬운 상황이다.
82년생 김지영 11/3 CGV 판교 2관 ★★★★★★★★☆☆ |
1. 서영이가 먼저 보자고 한 영화는 꽤 오랜만이네. 다 같이 손잡고 영화보러 가서 훌쩍훌쩍.
2. 소문대로 극장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게 일부가 아니다. 앉아 있는 모든 관객이 훌쩍인 듯. 3. 작년 레드벨벳 + oksusu 팬미팅에서 아이린이 최근 읽고 있는 책으로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한 후 탈덕하겠다는 남성 팬들의 댓글을 본 적이 있다. 4. 여자의 고단함을 이야기 하는 것이 어찌하여 남성에 대한 적대라고 왜곡되어 받아들여지는지? 4-1. '여성에 대한 차별은 모두 없어졌고, 이제 남자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하는 분들에게는 '재벌들은 세금을 많이 내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으니 마음 편하게 노오오오력 하면서 사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다. 5. 정치 성향과 젠더에 대한 내용일 수록 네이버 영화의 평점에 양 극단을 표출해 내는데, 이건 경제적 양극화보다 더 심각하다. 6. 원작은 안 읽어 봤는데, 읽은 사람에 따르면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6-1. 심지어 남편은 (미약하나마) 육아 분담을 하고, 지영의 재취업을 위하여 육아 휴직 의사를 밝히는 정도다. 7. 지영에게 일어난 모든 에피소드들은 이 나라에서 익숙하게 봐 왔던 모습들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이 나라 뿐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같은 상황일 것이다. 8. 고발보다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객 혹은 독자를 움직이는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8-1. 그런 의미에서 보면 원작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설정을 바꾼 영화의 선택이 꽤 영리한 듯. 9. 가끔 지영의 플래시 백이 매끄럽지 않았는데,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10. 오히려 에피소드의 배치에 따른 흐름은 괜찮다. 11. 공유-정유미 배역 때문에 '부산행'이 생각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기우였다. |
Kill Bill vol.1 (킬 빌) 11/7 CGV 용산아이파크몰 14관 ★★★★★★★★☆☆ |
1. 타란티노 영화 몇 개 재개봉
2. 모두 극장에서 봤는데, '킬 빌 vol. 2' 만 극장에서 못 봤고 DVD 로 봤다. 그래서 2부 기억이 안 남. 3. 이번 재개봉에 'vol. 2' 는 빠져 있어서 아쉽다. 'vol. 3' 는 얘기만 몇 년째 나오고 왜 진행이 안되는 거냐? 이 와중에 감독의 은퇴 선언이... 4. B급 영화의 탈을 쓴 A급 영화다. 그래서 첫 관람 당시의 7점을 재관람 후 8점으로 높였다. 5. 전작들의 성공을 바탕으로 '비디오 키즈' 감독이 '나 하고 싶은거 다하는' 영화를 만든 느낌이다. 각종 사무라이 영화와 서부 영화, 중국/홍콩 영화에서 따온 장면들이 그득하다. 타란티노 위키도 있는데, 뭔 영화인지도 모르는 영화들의 오마쥬 덩어리. 5-1. 그러고 보면 오리지널 신이 있을까 싶을 정도. 6. 가장 눈에 띄고 유명한 것은 바로 '사망유희' 의 노란 츄리닝이다. 7. 리샤오룽을 중심으로 보면 재미있는 장면을 몇 개 찾을 수 있는데, 그 중에는 케이토 마스크가 있다. '사망유희'의 리샤오룽이 '그린호넷'의 리샤오룽과 대결하는 장면이라... 7-1. 빌 역으로 나온 데이빗 캐러딘은 우리 나라에서는 '쿵푸'의 케인 역으로 유명한데, 리샤오룽이 이 역할 뺏긴 것에 많이 실망했다고.. 7-2. 그런데 왜 '원스 어폰 어 타임...' 에서는 그렇게. 8. 며칠 뒤에 '펄프 픽션' 재개봉도 봤는데, 우마 서먼이 자신이 출연한 파일럿 TV 쇼라고 줄거리 얘기해 준 '폭스 포스 파이브' 의 캐릭터들이 이 영화의 '데드리 바이퍼 암살단'의 캐릭터이다. 각자의 특기 부분이 좀 다르긴 하다. 9. 청엽정의 모델인 곤파치 니시아자부점에 가고 싶긴 하나 예약을 안 하면 못 갈 정도라고 하니. 가서 야끼도리는 못 먹고 소바만... |
Pulp Fiction (펄프픽션) 11/9 CGV 오리 8관 ★★★★★★★★★☆ |
1. 타란티노를 국내에 널리 알린 작품. 일명 깐느표 영화도 재미있다는 걸 거의 처음 보여주었는데, 이 때 황금 종려상 후보로 한국 영화가 하나 있지 않았나?
2. 이 영화 역시도 B급 영화에 대한 찬사. 3. 원어 자막을 들여다 보면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f 워드 관련해서. 4. 어느날 아침 7시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권투 시합이 있던 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 11시까지 일어난 일이다. 4-1. 시간순으로 나열해 보면 별거 아닌 이야기를 잘 쪼개서 재배열했는데, 그 재배열이 주는 영화적 쾌감이 이 영화의 가치이다. 5. 어딘가에 시간 순으로 정렬해 본 적이 있었는데, 사라져서 다시 정리해 봐야지. 5-1. 아침 7시 좀 넘은 시각, 빈센트와 쥴스가 보스의 가방을 쌔벼간 브렛 일당을 찾아가서 거의 죽이고 가방을 되 찾는다. 이 와중에 브렛 패거리의 총격에 살아 남는다. 5-2. 브렛 일당 중 마빈을 차에 태우고 가는 주 빈센트가 오발로 마빈을 죽인다. 시체 처리를 위해 지미의 집으로 가고, 울프가 등장해서 해결해 준다. 5-3. 시체 처리를 마친 빈센트와 쥴스가 아침 먹으러 간 카페에서 펌프킨과 허니버니 커플이 강도를 저지르는데, 손 씻기로 한 쥴스가 그냥 넘어가 줘서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된다. 5-4. 빈센트와 쥴스가 보스에게 가방을 돌려주러 온 바에서 보스 마르셀러스가 부치에게 경기에서 져 달라고 매수를 한다. 5-5. 빈센트는 랜스에게 헤로인을 산 후, 마르셀러스의 부인 미아를 에스코트 해서 저녁 식사를 하러 간다. 레스토랑에서 트위스트 경연 상을 받고 미아의 집에 바래다 줬다가 미아가 헤로인 중독으로 졸도하여 랜스의 집에 가서 아드레날린 주사로 긴급 처치하고 돌아온다. 5-6. 여기까지가 첫 날 하루에 일어난 일 5-7. 시합날, 부치는 져주기로 한 걸 어기고 이겨버린 후 모텔로 돌아와 숨는다. 5-8. 할아버지의 유물은 금시계를 아파트에 두고온 걸 알게 된 부치는 목숨을 걸고 다시 아파트로 가서 시계를 찾고, 잠복하던 빈센트를 죽인다. 5-9. 돌아오는 길에 마르셀러스와 맞닥뜨린 후 충돌하다가 전당포 주인과 보안 요원에게 감금(!) 당한다. 부치가 당하고 있던 (!) 마르셀러스를 구해 준 후, 부치는 파비앙과 LA 를 떠난다. 5-10. 여기까지가 권투 시합 날 있었던 일. 6. 나라면 파비앙 같은 여자는 안 만난다. |
天気の子 (날씨의 아이) 11/18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5관 ★★★★★★★☆☆☆ |
1. '너의 이름은.' 이 꽤 재미 있어서 그렇지 신카이 마코토 다른 작품은 사실 재미는 없다.
1-1. '언어의 정원'과 '초속 5cm' 밖에 안 봤구나. 2. 하지만 '너의 이름은.' 때문에 과한 기대를 하고 이 작품을 봤다. 3. 어라, 재미있네? 4. 비슷한 설정으로 눈물 포인트를 잡아놨다. 그 장면에서는 아무래도 '너의 이름은.'이 생각나서 조건 반사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 5. 전작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심지어는 타키와 미츠하 등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6. 이번 작품도 주요 배경이 신주쿠라서 낯익은 장소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 처럼 배경지 순례는 하지 않을 듯. 6-1. NTT 도코모 타워 봤으면 됐지. 7. 경찰을 등장시키기 위해서 그런 거겠지만 총기 사용은 좀 뜬금없다. 차라리 다른 사고를 쳤다거나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8. 이런 식으로 계속 작품을 만들어 준다면 계속해서 볼 용의는 있다. 전작들은 이상하게 눈길이 가지 않는군. 9. 작품과 별개로 수입사가 어그로를 끌고 있다. 전작의 흥행에 고무 받아서 꽤 높은 가격으로 사온 게 아까웠나 보다. |
Frozen II (겨울왕국 2) 11/27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 3D ★★★★★★★☆☆☆ |
1. 애니메이션 불모의 나라(?) 에서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겨울왕국'의 후속작품이라서 당연히 기대가 크다.
1-1. 그래서 필연적으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경쟁작들이 의도적으로 시기를 조절한 것인지 80%가 넘는 스크린 확보. 1-2. 영화를 보고 2주 정도가 지났는데 벌써 1천만을 넘어 1편의 기록도 넘어섰다. '신과 함께'에 이어서 쌍천만 영화 가 또... 사실 해외 기준이면 '어벤져스'도 쌍천만을 이미. 2. '겨울왕국' 이라면 누구나 'Let it Go' 를 떠올리게 되는데, 2편의 주제곡인 'Into the Unknown' 을 마케팅으로 내세우는데 그거 따라 부르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2-1. 'Let it Go' 덕분에(?) 나보다 먼저 뉴스 인터뷰를 했던 서영이가 2편 관람은 거부하는 사태... 친구들이랑 가려고 그런건가? 3. 용아맥 IMAX 3D 상영 스케쥴이 불안하여 일단 혼자 먼저 관람 4. 1편에서도 '엘사가 주인공이냐, 안나가 주인공이냐' 논란이 있었는데 어쨌든 한스와 크리스토프가 주인공이 아닌건 명약관화하다. 5. 2편에서 '안나가 확실한 원탑'이라고 정의하였다. 그깟 능력이 중요한게 아니라 의지와 행동이 중요하다는... 6. 오히려 크리스토프의 캐릭터가 더 눈에 띈다. 중간의 'Lost in Woods' 가 심하게 진행을 방해하는데, (애들은 좋아하더만.) 이 부분만 조금 짧게 처리했으면 어떨까 싶다. 7. 소위 '미러링' 이라고 하는 것이 나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겨울왕국 2' 정도를 미러링이라고 정의한다면 좋은 용례가 될 것이다. 8. 디즈니/마블/픽사 영화에서 반복하여 등장하는 주체로서의 여성 캐릭터와 기존 주로 여성이 맡았던, 주인공에 의존하는 조연 역할은 남자가 맡는 것, 그리고 그러한 캐릭터 설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전체 플롯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 좋다. 9. 그리고 자이언트 락에게 밟힐 뻔 한 안나를 구하는 장면 역시 예전에 여성 캐릭터에게 던져주듯 할당하는 조그마한 역할이 생각날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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