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der Woman (원더우먼) - 절뚝발이가 범인이다
년도 : 2017년 국가 : 미국 상영 : 분 제작 : Warner Bros. 배급 : Warner Bros. 원작 : 윌리엄 몰튼 마스턴 William Moulton Marston 연출 : 페티 젠킨스 Petty Jenkins 출연 : 갤 가돗 Gal Gadot (다이아나Diana 역) 크리스 파인 Chris Pine (스티브 트레버Steve Trevor 역) 로빈 라이트 Robin Wright (안티오페 Antiope 역) 흥행 : $404M (미국), 2,165,359명 (한국) | |
2017.6.2, 11:20~13:50, CGV 판교 IMAX관 ★★★★★★★☆☆☆ |
전설처럼 회자되어 내려오는 스포일러의 일화가 있다.
'The Usual Suspects (유주얼 서스펙트)' 표를 사기 위해서 극장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날린 일갈.
"절뚝발이가 범인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로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은 저게 뭔 소리인가 하고 표를 사서 극장에 들어갔겠지만, 영화가 시작하면 5분만에 아까 그 나쁜 놈이 했던 말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고, 영화가 끝날 때 쯤이면 이 영화의 재미를 통째로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에 찬 마음으로 아까 그 놈을 저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Wonder Woman (원더우먼)' 역시 이 전설의 스포일러가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이 스포일러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는다. 이 영화의 매력은 다른 곳에 있으니까.
다른 곳에 있는 매력
마블 Marvel 의 캐릭터를 부활시킨 마블 스튜디오 Marvel Studio 가 부러웠던지 WB도 판권을 보유한 DC 를 활용하기 위해서 파일럿을 하나 띄운다.
지금은 다시 마블의 캐릭터로 탈바꿈한 라이언 레이놀즈 Ryan Reynolds 주연의 'Green Lantern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이다. 간을 보는 정도로 생각하고 내보낸 영화겠지만, 워낙 폭망의 수준으로 망해버렸기에 DCEU (DC 확장 유니버스 DC Extended Universe ) 의 시작을 저 지하 150m 암반수 밑으로 다시 파 묻어버렸다. 2억불의 예산을 들여서 미국에서 반타작 한 수준이고, 전 세계로 간신히 2억불을 넘긴 매출을 올렸으니 WB 에게 큰 손실을 안겨다 주었을 것이다.
비슷하게 파일럿으로 시작한 두 편의 헐크 Hulk 영화가 수익은 보지 못해도 예산을 간신히 혹은 약간 못미치는 수준의 미국내 매출을 올렸기 때문에 'Iron Man (아이언맨)' 이라는 부흥을 비교적 빠르게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린랜턴은 거의 금기어가 되었는지, WB 가 만든 다른 영화 'The Lego Movie (레고 무비)'에서 발언권을 얻지 못할 정도로 위상이 하락하였다. 어쩌면 나중에라도 DCEU 에 들어갈 가능성마저도 없어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나서야 하는가
파일럿 함이 처첨하게 가라앉은 상태에서 WB 는 다시 한번 파일럿 함을 띄운다. 매출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퍼맨 Superman 을 내세워 미국 내에서 예산을 상회하는 매출을 올려 가능성을 보았고, 다음으로 바로 배트맨 Batman 까지 투입하면서 DCEU 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마블이 시즌까지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과 달리 WB는 조급한 모양새이다. 겨우 두번째의 영화에서 DC 캐릭터의 투 탑을 모두 끄집어내는 무리수를 날렸고, 심지어는 그 투 탑 중 하나인 배트맨은 가장 위대한 수퍼 히어로 시리즈가 끝난지 고작 4년밖에 되지 않은지라 다크 나이트 Dark Knight 를 기대하는 DC 팬들의 원성을 스스로 끌어모았다. 개별 캐릭터에 대한 충분한 예열도 없이 저스티스 리그 Justice League 의 멤버들을 한꺼번에 다 끄집어 내서 기대감을 많이 올리지 못한 것도 그 원성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나마 ('Avengers (어벤져스)'에 비하면 형편 없지만) 매출 성과는 조금 나아졌고, DCEU 를 이끌어갈만한 새로운 히어로를 망외로 발견하는 소득을 얻기도 하였다.
원더 우먼
원더 우먼을 제외하고는 DC 뿐 아니라 마블에서도 수퍼 히로인 주연은 본 기억이 없다. 'Supergirl (수퍼걸)' 이나 'Catwoman (캣우먼)' 정도가 떠오르는데, 단독 히로인이라기 보다는 둘 다 수퍼맨과 배트맨의 스핀 오프 수준이고, 또 게다가 둘 다 폭망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서브로 끼워 넣은 서브 히로인 중에서는 'X-Men: Apocalypse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진 그레이 Jean Grey 가 강하고, 미스틱 Mystique 이 제 역할을 하는 정도이지, 나머지 영화에 등장한 히로인들은 모두 보조 역할이다. ('The Hunger Games (헝거 게임)'이나 'Kill Bill (킬빌)' 같은 일반인은 논외로 합니다.)
내가 이럴 줄 몰랐지?
하지만 원더 우먼은 제작자가 별 생각 없이 등장시킨 것 같은 '배트맨 대 수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에서 가장 호평을 받는 캐릭터로 급 부상하였고, 아이언맨의 위상을 지닐 DCEU 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이렇게 호평을 받을지는 제작자도, 감독도 몰랐을 거다.
그리고 갤 가돗
이렇듯 원더우먼 캐릭터는 수퍼맨과 배트맨 정도로 유명하지만 의외로 메어저 영화 작품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렸을 때 'Super Friends (슈퍼 특공대)'로 방영한 저스티스 리그 만화 시리즈도 유명했지만, 그보다는 린다 카터 Lynda Carter 의 TV 시리즈가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언급될 정도로 완벽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긴 이제는 기억에서도 거의 사라진 브랜든 라우스 Brandon Routh 나, 두 편만에 퇴갤하는 (하지만 바로 복귀하겠지) 헨리 카빌 Henry Cavill 보다는 이미 고인이 된 크리스토퍼 리브 Christopher Reeve 가 훨씬 더 수퍼맨 같으니까 말이다.
이런 린다 카터의 짙은 그림자를 갤 가돗이 지워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었을터였고, 초기 캐스팅 때부터 잡음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긴 하였으나,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배트맨 대 수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혼자 하드캐리하면서 성공을 이끌어냈고, 이 단독 히로인 영화로 홈런을 쳐 내며 DCEU 의 구세주가 되었다.
처음 캐스팅 당시만 해도 우려가 많았다
우선은 시오니스트 논란이다. 이스라엘 출실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본인이 스스로 시오니스트라는 것을 밝힌 데다가 '스데롯 극장 Sderot Cinema'으로 가자 지구 Gaza Strip 의 이슬람 교도들과의 충돌에 전 지구적으로 비난이 쇄도하는 와중에 이스라엘군을 응원하는 포스팅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원더 우먼의 캐릭터가 아마조네스 공주일터인데, 어인 일인지 성조기로 만든
이런 캐릭터에 이런 배우가 어찌하여 인류 보편의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단 말인가.... 라는 거지
내가 원 탑이라오.
여기에 대한 DCEU 의 대응은 비교적 양호했다.
'Captain America: First Avenger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 를 벤치마킹한 것인지,
여담으로 갤 가돗은 원더 우먼의 검은 머리보다는 갈색 머리가 훨씬*100 이상으로 어울린다.믿지 못하겠거든 'Fast 5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시리즈를 보시라.
그리고 반대로 남자 주인공의 역할에 대해서도 만족스런 편이다.
크리스 파인은 딱 이 정도의 역할이 어울린다. 극 전체를 봐서 남자 중에서는 가장 비중이 높긴 하지만 남자 주인공이라고 칭하기에는 많이 모자르는 사이드킥 정도의 역할이다. 사실 'Star Trek (스타트렉)' 리부트에서의 함장 역할은 분에 넘친다. 처음 봤을 때에는 웬 듣보잡이 주인공 역할을 꿰차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니까 메인 롤을 스팍 Spock (재커리 퀸토 Zachary Quinto> )에게 넘기라고!
빌런이 약하다는 것이 유일한 악평이다.
라이벌이 함께 성장하면서 마지막에 대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구도인데, 괜히 배트맨과 수퍼맨을 그렇게 엮었다가 폭망해 버렸기에 다른 구도를 선택했다. 아마조네스에 전해지는 전설과 1차 세계대전을 어찌어찌 엮긴 하였으나 개연성도 약한데다가 빌런의 평소 모습이 너무 볼품없다. 이거 '절름발이가 범인인'것이가장 문제이다.
빌런이 약하다는 것은 이 영화 만의 문제는 아니고 DCEU 의 성패를 좌우할만한 문제이다. 수퍼맨의 상대인 렉스 루터 Lex Luthor (제시 아이젠버그 Jesse Eisenberg ) 는 그냥 허약한 미치광이 같고, 조드 Zod 장군 (마이클 쉐넌 Michael Shannon ) 도 너무 일찍 써 먹은 것 같다. MCU 에서 여기저기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파워풀 빌런 대비하여 약해 보이는 것이 마블과 DC의 원작 차이 때문일까? 'The Dark Knight (다크 나이트)' 의 배트맨 상대역을 보자면 빌런의 물리적인 능력치는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파워의 차원이 다르다는 식의 변명은 통할 정도로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별로 안 쎄 보임
반대로 'House of Cards (하우스 오브 카드)' 의 영부인으로 낯 익은 아마조네스 역사상 최강의 전사 안티오페 역시 최강 전사로서의 활약은 볼품 없다. 고작 다이아나를 대신해서 맞은 총알 한방으로 죽어버리는 분이 역사상 최강의 전사라니. 이거 빌런만큼이나 허접하다.
파워 인플레를 우려해서 현실 수준으로 맞춰보려 한다 하더라도 소총 한 발이라니. 2차대전도 아닌 1차 대전이면 자동 소총도 아닌 거잖아.
이런 저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속편이 나올 것은 거의 확실하다. 속편이 나올 것이라는데 1,000원도 걸 수 있는데 어차피 IMDB 에 속편 정보가 떠 있다. 문제는 속편이 나오기 전에 먼저 개봉할 'Justice League (저스티스 리그)'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서 DCEU 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저스티스 리그의 여러 캐릭터를 끌어모을 자본은 원더우먼이 충분히 마련해 준 것 같다. 그렇다면 캡아와 아이언맨의 사이와 같이 리그 내에서 적당한 긴장감을 얼마나 잘 만들어 낼 것인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재력이나 고지식함을 미루어봤을 때, 원더우먼이 캡틴 아메리카 역할을 하게 될 것 같고, 배트맨은 아이언맨 같이 될 것이다.
물론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을 보았기에 그 조율을 잘 해낼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
Trivia
- 영화 중에서 가장 호평을 받는 부분은 No man's land 로 나서는 모습인데, WB 수뇌진이 삭제하려 했던 부분을 감독이 살렸다는 일화가 있다. 원더우먼이 캡아에 대응되는 캐릭터가 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 격투신에 슬로우 모션이 너무 많다. 잭 스나이더가 직접 연출한 '맨 오브 스틸'보다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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