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입니다. - 새천년민주당 후보 경선기
년도 : 2017년 | |
2017.6.25, 16:50~18:50, 롯데시네마 평촌. ★★★★★★★☆☆☆ |
눈물을 흘리며 첫 대면을 한 후, 이후에 다시 대면해서 다시 한번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 이문세의 '장군의 동상'이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를 다시 들으면 처음 들었을 때처럼 조건 반사로 눈물이 흐른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 같군.
음익이나 영화 말고도 그런 자연인이 있고, 그 자연인 중에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런 파블로프의 개에게 한껏 눈물을 뽑아낼 생각인 것 같았다.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한껏 흘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화관에 갔다. 하지만 이런, 손수건을 잊었네. 영화를 보는 도중 눈물이 나면 굳이 참지 않았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지 않고 그냥 뺨을 지나 턱 아래까지 흐르게 두었다. 실제로는 이 영화를 마주하기 전 각오(?)했던 것보다 눈물이 많이 나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의 내용이나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하기 보다는, 왜 이 영화를 보면서, 혹은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눈물이 나오는지를 더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눈물이 나오는 포인트는 국회의원 혹은 시장 후보였던 노무현이 등장하는 장면 보다, 오히려 그에 대해 회고하는 인터뷰이들이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그리고 그 시절이 마무리된 후 그가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까지는 눈물은 고사하고, 그에 대한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처음으로 나에게 종을 울리며 먹을 것을 주었던 때는 아마 그 며칠 후 광화문 앞 노제 때가 아니었나 싶다. 아마 맞을거다.
하지만 영화는 그 시절이 아니라, 그 보다 한참 전인 2002년 새천년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 시기를 주로 다룬다. 그 이전에 노무현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낸 국회의원 시절의 활약과, 부산 시장에 도전하는 선거 운동의 시기를 다루기도 하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의 시기는 놀랍도록 생략한다.
국정원 요원까지 이 영화에 등장시키는 그의 매력이란?
잘 알려진 그의 격정적인 연설 없이 담담하게 끌어가는 영화 중에서 나를 욱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고, 그 전에 선거 전략을 세우던 조기숙 교수는 인터뷰 내내 밝은 목소리로 노무현과의 일화를 또올리다가 갑자기 감정에 북받히며 오열하는 장면이었다. 이 외에도 변호사 시절의 노무현을 담당(?)했던 안기부 요원 이화춘씨나, 부림 사건의 피해자였던 고호석씨, 변호사 시절부터 운전기사였던 노수현씨, 강원국 비서관, 서갑원 보좌관, 안희정 보좌관과 마지막으로는 문재인 동업자까지. 인터뷰이들이 정말로 사심없이 진실되게 한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잘 전달한 다큐멘터리였다.
영화가 끝나고 감정을 어느 정도 추스른 후 알게된 눈물의 이유는 연민이 아니라 분노였다. 그는 무엇 때문에 종로의 보장된 자리를 뒤로 하고 부산으로 향했는가, 무엇이 퇴임 후 농사를 짓던 그를 부엉이 바위에서 밀어냈는가에 대한 분노, 세상이 변화했다는 설익은 믿음이 불과 몇 년만에 무너지고, 영화에서 그려낸 2002년 이전으로 퇴보한 것에 대한 분노이다.
국회의원 보궐 선거 포함 고작 3번의 당선,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4번의 낙선의 경력인 그는 어떤 이유로 이렇게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가. 유세보다, 혹은 당선 사례보다 더 내 마음을 흔드는 것은 그의 낙선 사례 연설이다.
관람하고 이틀이 지나도 감정이 증발해 버리지는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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