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도쿄 여행 31. 본격, 에비스 맥주 기념관 관람!
이제 본격적으로 에비스 맥주 기념관 ヱビスビール記念館 을 둘러 보자.
본격적인 둘러보기라고 해도 별로 둘러볼 곳은 없다. 맥주를 실제로 제조하는 곳이라면 발효시키는 곳이나 병입하는 곳을 보여줄텐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으니 단촐한 편이다. 사실 중앙에 위치한 에비스 ヱビス 마크의 서클에 서서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 기념관의 모든 곳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어헛.
입구의 에비스 마크를 지나 계단으로 내려가면 투어 카운트가 있고, 그 좌측을 보면 투어 라운지가 위치한다.
미리 예약한 투어 참가자만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못 간다고 해도 전혀 아쉬움이 없다. 그냥 소파 있고 모여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는 곳이니까 말이다.
실제로 볼만한 곳은 투어라운지 바로 옆에 위치한 에비스 갤러리 ヱビスギャラリ 부터 시작한다.
에비스 갤러리는 바로 이 곳, 에비스 맥주 기념관이 있던 자리에서 시작한 에비스 맥주 공장과 이 곳에서 생산한 에비스 맥주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맥주 제품을 전시한 곳이다.
에비스 맥주의 간단한 역사를 말하자면 1890년 니폰맥주양조회사 日本麦酒醸造會社 에서 독일인 맥주 기술자인 칼 카이저 Karl Kaiser 를 초빙하여 맥아 100% 의 라거 맥주를 제조하면서 시작하였다. 1906년 니폰맥주양조회사는 오사카맥주 大阪麦酒株式会社 (현재의 아사히 맥주), 삿포로맥주 サッポロビール株式会社 등과 합병하여 다이니폰맥주주식회사 大日本麦酒株式会社 가 되어 일본 맥주 시장을 독과점화 한다.
1943년에 맥주가 배급제로 변경되면서 모든 맥주의 상표가 소멸되고 '맥주'라는 단일 상표화 되었는데, 이 때 사라진 에비스 맥주는 1971년이 되어서야 삿포로 맥주의 서브 브랜드로 부활한다. 쌀이나 옥수수 등을 넣어서 맥주를 제조하는 일본의 맥주 시장에서 맥아 100%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짱 먹고 있는데, 2000년대에 산토리 サントリー 의 프리미엄 몰츠 ザ・プレミアム・モルツ 가 급성장하면서 시장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
에비스 맥주는 한국에 수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프리미엄 몰츠를 자주 먹었는데, 프리미엄 몰츠도 맛있긴 한데 일본에 왔으니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에비스를 왕창 먹는 것이 합당하지 아니한가 싶다.
한국에는 수입되지도 않는 에비스 맥주가 친숙한 이유는 따로 있다.
'맛의 달인' 16권, '50년만에 찾은 맛' 편.
일본에 오기까지 실제로 먹어본 적은 없었으나 '맛의 달인'에 한번 등장했기 때문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독일식 라거 비어 맛에 익숙한 노부부가 50년간 맥주를 먹지 않다가 쌀과 옥수수를 섞은 현재의 맥주를 마시고 실망하는 내용이다. 한국도 비슷한 현실이기 때문에 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사토 葛城 ミサト 가 마시는 유일한 상표로도 유명세를 탔다. (TV판 에반게리온 エバンゲリオン 에서는 에비스 맥주만을 냉장고에 쌓아 놓고서 마셨으나, 신극장판에서는 에비스 맥주 외에 기린 클래식 맥주까지 먹는다. 쳇, 에비스 순수주의자인 줄 알았는데.)
1988년에 '맛의 달인' 16권에 나온 것을 계기로 매출이 꽤나 늘어났다고 하고, 이를 기념하여 이 에비스 갤러리에도 '맛의 달인' 16권을 전시해 놓고 있다. '맛의 달인' 말고도 '에반게리온' 2권과 '오센' 11권에도 에비스 맥주가 등장하고, 이 역시 에비스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
일본맥주양조회사의 예전모습은 이랬다고..
창립 당시부터의 병 디자인 변천사
에비스 비어 홀의 간판인 듯
크라운 캡을 1912년에 도입했다고
맥주잔 디자인 독특하네.
삿뽀로 합병 이후라서 맥주 통에 삿뽀로라고 써 있네.
1943년 이후 맥주가 배급제로 바뀌면서 상표가 없어지고 '맥주'로 통일
1972년 에비스 상표 부활
현재의 디자인
에반게리온 2권의 미사토
오센 11권의 한다 센
에비스 갤러리를 나오면 기념관의 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테이지가 기념관의 중앙에 위치한다. 가이드 투어 신청자만 입장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이 곳 역시 못 들어간다고 해서 아쉬움은 없다. 벽 쪽으로는 여러 종류의 에비스 맥주가 전시되어 있고, 스테이지에는 투어 신청자들이 앉아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테이블이기 때문이다. 스테이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양조 발효통은 로비 쪽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고, 스테이지 안쪽도 유리벽을 통해서 볼 수 있다.
갤러리 출구에서 보면 그냥 다 보인다.
그닥 볼 것 없는 커뮤니케이션 스테이지는 넘어가고 이제 테이스팅 살롱으로 가서 투어 신청자인양 에비스 맥주를 먹어보자.
엇, 그런데 테이스팅 살롱에 가기 전에 먼저 기념관 샵이 먼저 나온다. 가는 길이니까 샵에 먼저 들러서 뭔가 살 것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기념품 샵은 규모가 작은 편이기는 하지만 아기자기하게 여러가지 물건들을 진열하여 팔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에비스 마크가 붙어 있는 컵들이다. 초기 에비스의 마크가 인쇄된 머그잔도 있고,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유리 잔도 진열되어 있다. 맥주와 관계 없는 것들도 판매하긴 하는데, 에비스 마크가 인쇄된 아이폰 케이스나, 티셔츠 등도 있다.
몇 가지를 보다가 역시나 마음에 드는 것은 맥주잔이다. 집에 500cc 잔을 하나 구비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손잡이가 달린 500cc 잔을 하나 샀다. 유리로 된 잔이라서 집으로 실어갈 때에 신경이 좀 쓰이겠지만 기내에 가지고 들어가면 별 일 없겠지.
레트로한 머그
관련 없지만 고급스런 아이폰 케이스
만화책들은 아마도 모두 에비스가 등장한 작품들이겠지.
테이스팅 살롱에 가져갈 수 있는 안주거리도 판다.
구리구리한 색의 셔츠
아직도 이런 액정 클리너를 팔다니.
선택한 것은 에비스 500cc형 스탠다드 조끼
온도가 변하면 색도 변하는 마크의 잔. 이것도 괜찮아 보였는데.
컵덕컵덕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이제 가장 중요한 장소로 이동한다. 테이스트 살롱으로 가서 빨리 한 잔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고.
가이드 투어를 하는 사람은 커뮤니케이션 스테이지에서 그냥 먹을 수 있고, 투어에서 제공하는 맥주가 부족하다거나 투어를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테이스팅 살롱에서 맛을 볼 수 있다. 맥주 공장에서 공정을 바로 마치고 나온 맥주가 가장 맛있겠지만, 여기는 비록 공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념관이니까 생맥주의 관리가 괜찮겠지.
테이스팅 살롱에서는 물론 돈을 내야 한다. 살롱 입구에서 에비스코인 ヱビスコイン 을 구매해서, 이걸 내고서 맥주를 받아 먹는다. 400 엔 円 으로 코인 하나를 살 수 있는데 지금 환율로 계산해 보면 대략 5,600원 정도 되는구나. 밖에서 사먹던 것과 큰 차이는 없다.
살롱의 바에 있는 바텐더에게 코인을 제시하면 바에 설치된 탭에서 맥주를 따라준다. 바에는 6개의 탭이 있는데 메뉴를 보니 5개의 메뉴밖에는 없다. 아마도 기본 에비스 맥주의 탭이 2개이겠지. 일반 에비스 맥주 ヱビスビール , 색이 진해서 호박색인 코하쿠 에비스 琥珀 ヱビス , 흑맥주인 에비스 블랙 ヱビス<ザ・ブラック> , 스타우트인 에비스 스타우트 크리미 スタウトクリーミートップ , 그리고 일반과 블랙을 반씩 섞은 하프&하프 ハーフ&ハーフ 다섯 종류가 있다.
입장하면서 코인을 두개 사고 맥주를 고른다. 일반 에비스는 초밥을 먹으면서 한번 먹었으니 다른 종류를 먹어야겠지. 코하쿠 에비스는 캔맥주로 한 번 본 것 같아서 흑맥주를 골랐다. 인모는 완전 흑맥주인 에비스 블랙을 골랐고, 흑맥주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는 하프&하프를 골랐다. 엇, 그러고 보니 하프&하프는 일반 에비스 탭과 에비스 블랙 탭에서 반씩 따라서 주는 것 같은데, 그러면 탭의 개수가 2개 차이 나잖아.
이건 에비스 블랙
일본에서 나마비루 生ビール 를 몇 번 먹어보니 그 품질이 훌륭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아침부터 맥주를 먹으니 알딸딸하구나. 맥주 마시기 전에 쇼핑하길 잘 했군. 살짝 취한 이런 상태에서 샵에 갔으면 꽤 많이 살 뻔 했어.
테이스트 살롱의 바
먼저 코인 자판기에서 코인을 사야 한다. 보통 여러잔 사면 할인해 줘야 하는거 아닌가?
소시지 등 간단한 안주도 팔고 있다.
맛나구나.
엔젤링
이 기념관에 있는 에비스 중에서 가장 후덕하시군.
가이드 투어 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모여서 먹는다.
탭이 두 개인 걸 보니 일반 에비스 맥주와 코하크 에비스 두 잔을 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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