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도쿄 여행 32. 황궁을 못 봤으니 메이지 진구라도 보자
'12.11.13 (도쿄 현지 시각)
아침부터 맥주를 두잔 먹고서 알딸딸하니 좋은 기분으로 다음 목적지를 향한다. 어제 텐노 天皇 가 거주하고 있는 고쿄 皇居 에 갔으나 정기 휴일인지라 구경을 못 했으니 선대 텐노의 신위를 모시고 있는 메이지 진구 明治神宮 에 가 보기로 했다.
다시 에비스 恵比寿 역으로 가서 야마노테센 山手線 을 타고 시계 방향으로 두 정거장만 떨어진 하라주쿠 原宿 역에서 내리면 역 바로 앞에 진구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사실은 하라주쿠 역에서 오모테산도 表参道 방향에 있는 다케시타 도리 竹下通り 를 구경하러 온 것이긴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밝을 때 메이지 진구 구경이나 한번 해 보고 가자.
하라주쿠 역에서 내려 오모테산도 출구로 나오면 고색 창연한 역 건물이 보인다. 길 하나를 건너면 고스로리 ゴスロリ 패션이 거리를 뒤덮고 있는 다케시타 도리가 있는데 이 무슨 대비인 것인가? 고딕창연한 방향에서 발을 돌려 역사의 오른쪽으로 뒤돌아 진구바시 神宮橋 를 건너면 바로 요요기 고엔 代々木公園 과 메이지 진구 고엔 明治神宮公園 으로 들어갈 수 있다.
메이지 진구는 이름 그대로 메이지 유신 明治維新 으로 막부 시대를 접고 텐도 시대를 열어제낀 메이지 텐노 明治天皇 를 신격화해서 신으로 모시고 있는 곳이다. 보통 신을 모시는 곳은 진자 神寺 이지만 여기는 텐노를 모신다고 하기 때문에 진자가 아니라 진구라고 이름 붙었나보다.
일본 내에서는 일본의 근대화를 이룩하여서 꽤나 추앙받는 사람이긴 하지만, 피해자인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당연히 평가가 다르다. 물론 메이진 텐노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어쨌거나 그가 텐노로 있던 시기에 경술국치를 겪었기 때문이다. 비록 메이지 텐노를 제외한 메이지 유공자들은 모두 야스쿠니 진자 靖国神社 에 신위가 있고, 적대적인 감정은 그쪽에서 독점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에 모셔진 이 양반도 우리로서는 그리 감정이 좋을 수 없는 대상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들어와서 난동을 부리거나 하면 안되겠지만 참배를 하거나 하는 것은 삼가자.
우리는 참배를 삼가자라고 했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새해를 맞는 참배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새해 첫날이 되면 하츠모데 初卯詣で 라고 해서 300만명이 넘는 참배객들이 몰린다고 한다. 만화 등에서 새해 참배하는 장면의 실제 배경이 되는 곳일 터이다.
진구바시를 건너서 신사까지는 10분 정도 걸으면서 들어가야 하는데, 요요기 공원을 비롯하여 메이지 진구 고엔은 꽤나 넓은 숲이다. 산도 아니고 평평한 곳에 꽤나 나무가 우거졌는데, 이게 다 인공림이고 심지어는 일본 내에서가 아니라 식민지로부터 나무를 가지고 왔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나쁜 놈들이구먼.
메이지 진구 고엔의 입구라고 할만한 곳에 커다란 크기의 도리이 鳥居 가 있고, 10분 정도 숲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메이지 진구의 입구라고 할만한 곳에 도착하면 크기가 버금가는 또 하나의 도리이가 있다. 둘 다 커다란 통나무로 만들어졌는데, 그 나무도 대만에서 쌔벼온 것이라고 하니 이거 정말 몹쓸 놈들이구먼.
비록 인공림이기는 하지만 꽤 많은 수의 나무가 있어서 공기는 좋은 편이다. 역사 쪽은 좀 잊는다면 도심에 이렇게 나무가 많은 곳을 걷는 것은 분명히 기분 좋은 일이다.
메이지 진구에 입장(?)하기 전에 청주 술통이 한가득 전시된 곳이 눈에 띈다. 일반적인 진자에도 행사에 사용하기 위한 청주 술통이 있긴 하지만 여기는 그 수가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광고 효과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 와중에 청주가 아닌 와인 술통도 있는데 이건 와인 회사의 광고인가 싶었는데, 검색해 보니 메이지 텐노가 생전에 와인을 좋아해서 이를 추모하기 위해서 갖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이 술통들은 다 비어 있다. 행사에 쓰인다고 하니 다 사용하고 난 빈통을 놓았겠지만, 설령 술이 있는 것을 갖다 놨더라도 부랑자들이 그냥 놔 뒀을 것 같지는 않다.
진구 내의 건물을 꽤나 큰 편이다. 일본 내에서는 야스쿠니 진자, 오사카 大阪 의 이세 진구 伊勢神宮 다음으로 세번째 규모라고 한다. 외국의 정상들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차마 야스쿠니 진자를 가지는 못하고, 오사카까지 다녀오기는 멀기 때문에 여기 메이지 진구에 와서 참배를 하고 간다고 한다.
본당까지는 접근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멀리 문 밖에서 보고 바로 나온다. 건물 양식 같은 것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오래 볼 생각도 없다. 본당 옆에 문화원도 있고, 관리 사무소 같은 것도 있다. 메이지 진구 중심을 나이엔 內苑 , 그 외부를 가이엔 外苑 이라고 부른다는데, 나이엔과 가이엔이 어떤 곳을 기준으로 나뉘는지 잘 모르겠다. 잘 몰라도 별 상관 없긴 하지만.
본당으로 들어가기 전에 작은 건물에서 부적을 파는 곳이 있다. 운세를 점치는 부적과 간단한 기념품, 그리고 에마 繪馬 를 팔기도 한다. 그 곳에서 일하는 무녀의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사진은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걸 보니 문득 무녀의 신분이 궁금해졌다. 천주교의 사제나 불교의 스님들과 같이 아예 종교에 귀의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평소에는 일반인인지 모르겠네.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잠시 앉아서 쉬고 있는데, 옆에서 전통 복장을 입은 일련의 무리들이 지나간다. 신사의 신관들과 무녀들도 있지만 일반인들도 있다. 진구 내에서 전통의 신토 神道 방식대로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더니 마침 지금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네.
결혼식은 끝난 것 같고 가족들 모여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잠시 구경하고 이제 다음 목적지로 가자.
아침부터 맥주를 두잔 먹고서 알딸딸하니 좋은 기분으로 다음 목적지를 향한다. 어제 텐노 天皇 가 거주하고 있는 고쿄 皇居 에 갔으나 정기 휴일인지라 구경을 못 했으니 선대 텐노의 신위를 모시고 있는 메이지 진구 明治神宮 에 가 보기로 했다.
다시 에비스 恵比寿 역으로 가서 야마노테센 山手線 을 타고 시계 방향으로 두 정거장만 떨어진 하라주쿠 原宿 역에서 내리면 역 바로 앞에 진구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사실은 하라주쿠 역에서 오모테산도 表参道 방향에 있는 다케시타 도리 竹下通り 를 구경하러 온 것이긴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밝을 때 메이지 진구 구경이나 한번 해 보고 가자.
하라주쿠 역에서 내려 오모테산도 출구로 나오면 고색 창연한 역 건물이 보인다. 길 하나를 건너면 고스로리 ゴスロリ 패션이 거리를 뒤덮고 있는 다케시타 도리가 있는데 이 무슨 대비인 것인가? 고딕창연한 방향에서 발을 돌려 역사의 오른쪽으로 뒤돌아 진구바시 神宮橋 를 건너면 바로 요요기 고엔 代々木公園 과 메이지 진구 고엔 明治神宮公園 으로 들어갈 수 있다.
메이지 진구는 이름 그대로 메이지 유신 明治維新 으로 막부 시대를 접고 텐도 시대를 열어제낀 메이지 텐노 明治天皇 를 신격화해서 신으로 모시고 있는 곳이다. 보통 신을 모시는 곳은 진자 神寺 이지만 여기는 텐노를 모신다고 하기 때문에 진자가 아니라 진구라고 이름 붙었나보다.
일본 내에서는 일본의 근대화를 이룩하여서 꽤나 추앙받는 사람이긴 하지만, 피해자인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에는 당연히 평가가 다르다. 물론 메이진 텐노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어쨌거나 그가 텐노로 있던 시기에 경술국치를 겪었기 때문이다. 비록 메이지 텐노를 제외한 메이지 유공자들은 모두 야스쿠니 진자 靖国神社 에 신위가 있고, 적대적인 감정은 그쪽에서 독점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에 모셔진 이 양반도 우리로서는 그리 감정이 좋을 수 없는 대상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들어와서 난동을 부리거나 하면 안되겠지만 참배를 하거나 하는 것은 삼가자.
우리는 참배를 삼가자라고 했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새해를 맞는 참배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새해 첫날이 되면 하츠모데 初卯詣で 라고 해서 300만명이 넘는 참배객들이 몰린다고 한다. 만화 등에서 새해 참배하는 장면의 실제 배경이 되는 곳일 터이다.
진구바시를 건너서 신사까지는 10분 정도 걸으면서 들어가야 하는데, 요요기 공원을 비롯하여 메이지 진구 고엔은 꽤나 넓은 숲이다. 산도 아니고 평평한 곳에 꽤나 나무가 우거졌는데, 이게 다 인공림이고 심지어는 일본 내에서가 아니라 식민지로부터 나무를 가지고 왔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나쁜 놈들이구먼.
메이지 진구 고엔의 입구라고 할만한 곳에 커다란 크기의 도리이 鳥居 가 있고, 10분 정도 숲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메이지 진구의 입구라고 할만한 곳에 도착하면 크기가 버금가는 또 하나의 도리이가 있다. 둘 다 커다란 통나무로 만들어졌는데, 그 나무도 대만에서 쌔벼온 것이라고 하니 이거 정말 몹쓸 놈들이구먼.
비록 인공림이기는 하지만 꽤 많은 수의 나무가 있어서 공기는 좋은 편이다. 역사 쪽은 좀 잊는다면 도심에 이렇게 나무가 많은 곳을 걷는 것은 분명히 기분 좋은 일이다.
메이지 진구에 입장(?)하기 전에 청주 술통이 한가득 전시된 곳이 눈에 띈다. 일반적인 진자에도 행사에 사용하기 위한 청주 술통이 있긴 하지만 여기는 그 수가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광고 효과가 많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 와중에 청주가 아닌 와인 술통도 있는데 이건 와인 회사의 광고인가 싶었는데, 검색해 보니 메이지 텐노가 생전에 와인을 좋아해서 이를 추모하기 위해서 갖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와인이었단 말이지.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이 술통들은 다 비어 있다. 행사에 쓰인다고 하니 다 사용하고 난 빈통을 놓았겠지만, 설령 술이 있는 것을 갖다 놨더라도 부랑자들이 그냥 놔 뒀을 것 같지는 않다.
진구 내의 건물을 꽤나 큰 편이다. 일본 내에서는 야스쿠니 진자, 오사카 大阪 의 이세 진구 伊勢神宮 다음으로 세번째 규모라고 한다. 외국의 정상들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차마 야스쿠니 진자를 가지는 못하고, 오사카까지 다녀오기는 멀기 때문에 여기 메이지 진구에 와서 참배를 하고 간다고 한다.
사진만 찍고 가자.
본당까지는 접근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멀리 문 밖에서 보고 바로 나온다. 건물 양식 같은 것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오래 볼 생각도 없다. 본당 옆에 문화원도 있고, 관리 사무소 같은 것도 있다. 메이지 진구 중심을 나이엔 內苑 , 그 외부를 가이엔 外苑 이라고 부른다는데, 나이엔과 가이엔이 어떤 곳을 기준으로 나뉘는지 잘 모르겠다. 잘 몰라도 별 상관 없긴 하지만.
본당으로 들어가기 전에 작은 건물에서 부적을 파는 곳이 있다. 운세를 점치는 부적과 간단한 기념품, 그리고 에마 繪馬 를 팔기도 한다. 그 곳에서 일하는 무녀의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사진은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걸 보니 문득 무녀의 신분이 궁금해졌다. 천주교의 사제나 불교의 스님들과 같이 아예 종교에 귀의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평소에는 일반인인지 모르겠네.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잠시 앉아서 쉬고 있는데, 옆에서 전통 복장을 입은 일련의 무리들이 지나간다. 신사의 신관들과 무녀들도 있지만 일반인들도 있다. 진구 내에서 전통의 신토 神道 방식대로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더니 마침 지금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네.
결혼식은 끝난 것 같고 가족들 모여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잠시 구경하고 이제 다음 목적지로 가자.
오모테산도 출구지만, 바로 옆에 진구로 가는 진구바시가...
공중전화 부스도 고색창연하게.
첫번째 도리이
고궁이라면 전통복이 제격이지.
12만그루 정도의 나무가 인공 조림되었다고.
두번째 도리이를 지나고...
뜬금없는 분재 전시가 있다.
"소승이 운명줄을 조금 볼 줄 알지요."
에마의 규모도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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