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Now (Redux) (지옥의 묵시록) 1979,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로저 에버트 명작선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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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 1979년
국가 : 미국 상영 : 196분 (redux) 제작 : Zoetrope Studio 배급 : United Artists 원작 : 조셉 콘라드 Joseph Conrad 연출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Francis Ford Coppola 출연 : 마틴 쉰 Martin Sheen (벤자민 윌라드 Benjamin L. Willard 역) 말론 브란도 Marlon Brando (월터 커츠 Walter E. Kurtz 역) 로버트 듀발 Robert Duvall (빌 킬고어 Bill Kilgore 역) 흥행 : $83M (미국), 366,755명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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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8, 21:45~25:15, CGV 오리 7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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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에버트 Roger Ebert 의 '위대한 영화' 따라보기의 여덟번째 영화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The Godfather (대부)' 에 이어서 다시 한 번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작품이다. 아래 회색의 글상자는 본문의 글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Redux 버전으로 나온 무려 3시간 하고도 16분이나 되는, 원래보다 훨씬 길어진 버전이다. 이미 한참 전에 ripping 한 것을 받아놓긴 하였으나 3시간이 넘는 것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더랬다. 한 호흡으로 보려면 아무래도 극장에서 진득하게 봐야하는데 그 기회가 한 10년만에 찾아온 것이다. 긴 런닝 타임 때문에 극장에 갈 시간을 잡기 어렵기도 하지만 주말 야간 시간을 잡아서 간신히 관람에 성공하였다.
이 영화는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 중에서 역대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지만, 원작이 되었던 조셉 콘라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 은 베트남이 배경이 아니라 콩고의 오지에서 군림하는 유럽인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베트남인나 콩고를 배경으로 하여 서구 문명과 제 3세계 문명의 충돌, 그리고 서구 문명의 야만성을 폭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이 소설과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는 문명의 충돌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맞춰져 있다.
원정의 목적지에 다다른 화자가 발견하는 것은 커츠라기보다는 커츠가 발견한 사실, 즉 우리 인간이 매일 영위하는 생활 방식임은 일말의 동정심 없이 인간을 삼켜버리려는 자연의 허기진 아가리 꼭대기에 불안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연약한 구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행복한 인생이란 것은 그런 사실을 매일같이 망각한 결과물일 따름이다. (중략)
"그들이 우리보다 강하다는 걸 깨달았네. 그들은 강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 내게 그런 병사들로 구성된 병력 10개 사단만 있다면, 이곳에서 겪고 있는 우리의 고초는 순식간에 사라질 걸세. 윤리 의식도, 감정도, 열정도, 판단력도 없이 원시적 본능에 따라 살인을 할 수 있는 병사들이 있어야만 해." 이것이 커츠가 발견한 '공포'다. 그리고 그 공포는 윌라드 역시 집어삼키겠다고 위협한다. '지옥의 묵시록 (Apocalypse Now)' 전체는, 미 육군 최고의 군인 중 한 사람이었던 커츠가 광기와 절망에 사로잡히지 않고는 전쟁의 현실을 더 이상 직시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까지 빠져들게 된 이유를 이해하게 되는 윌라드의 원정 여행을 그린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 대한 평가 역시도 전쟁에 대한 특수 상황에서의 인간상에 대해 다룬 '플래툰 (Platoon)' 과는 조금 다르게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베트남 전쟁이라는 배경 하에서 발견한 인간 내면의 원초적 공포가 윌라드의 긴 여정 끝내 만나게 된 결론이라면, 그 결론은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평가는 나와 이버트 사이에 간극이 있다.
커츠는 발견했지만, 우리 자신은 발견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을 시적으로 환기시키는 '지옥의 묵시록'의 결말은 영화 역사상 가장 잊혀지지 않는 결말 중 하나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원정은 커츠라는 존재에 대한 기대감을 엄청나게 증폭시킨다. 그리고 브랜도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킨다. (중략)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전을 다룬 최고의 영화이자, 영화 역사상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다. 모든 것을 뛰어 넘어 영혼의 음침한 부분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지욱의 묵시록'은 전쟁에 대한 영화라기 보다는, 우리가 결코 발견하고 싶어하지 않는 진실을 전쟁이 어떻게 들추어내는지에 대한 영화다.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캘커타를 방문하면서 갖게 된 생각이 커츠가 발견한 공포를 이해할 마음의 준비를 시켜준 것 같다. 운이 좋다면 우리는 지옥의 가장자리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바보들의 천국에서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커츠를 미치게 만든 것은 그가 이런 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로저 이버트의 평가와 나와의 간극은 아마도 커크가 발견한 것이 그에게는 깨달음일지 몰라도, 보편 타당한 진리 혹은 진실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편성이 없는 하나의 단편적인 실체를 하나의 진실로 믿고 이를 신실히, 공고하게 유지하는 종교적 신념에 진저리 치는 나의 성향도 한 몫한다.
다만, 이 영화에 사용된 음악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더 도어즈 The Doors 를 처음 알게 해 준 'Light My Fire' 를 제외하고, 이 밴드의 음악 중에서 최고로 꼽는 'The End' 로 시작하고, 또 끝을 맺는 사운드 트랙 중에서, 더 도어즈의 곡보다 더욱 인상깊게 남는 것은 바로 바그너 William Wagner 의 'Ritt der Walküren' 이다. 킬고어 중령이 이끄튼 헬기 부대가 베트남의 부락을 공습할 때 흘러 나오는 이 곡은 이제 이 공습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장면과 밀접하게 붙어 있다.
redux 에서 추가된 장면 중에서 위문 공연을 온 플레이메이트를 다시 만나는 시퀀스와 프랑스 이주민들의 마을 장면이 영화 전반의 흐름에서 이질적이라는 부분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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