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화 1권, 2003 을유문화사, 로저 이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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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Great Movies
2003.2.25 펴낸곳 : 을유문화사 지은이 : 로저 이버트 Roger Ebert 옮긴이 : 최보은, 윤철희 반양장본 | 692쪽 | 223*152mm ISBN : 978-89-324-7115-0 정가 : 20,000원 |
11번가에서 구입. 2012.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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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평서를 보면서, 그 비평서에 나온 영화를 모두 보면서 그 비평에 대한 이해를 같이 해 나가는 작업을 예전부터 시도해 왔었다.
그 시작을 떠올려 보면 아무래도 대학 1학년 때 영화 동아리에서 세미나를 시작한 '영화의 이해' (1987, 현암사. 루이스 자네티 著, 김진해 易) 였다. 하지만 당시의 열악한 영화 환경에서는 원하는 영화를 다 구해 볼 수 없었지. 그 다음에 시도했던 것이 '영화 예술' (1995, 이론과실천. 데이비드 보드웰 David Bordwell , 크리스틴 톰슨 Kristin Thompson 著, 주진숙, 이용관 易) 이었는데, 영화를 구해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페이지 당 수편의 영화가 소개되었기 때문에 도저히 읽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그나마 대중적이고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위주로 된 '영화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가지 것들' (1991, 한울. 구회영 著) 은 책에서 소개된 대부분의 영화를 보긴 했었다. 그 이후로는 '봉인된 시간' (1991, 분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Andrey Tarkovskiy 著, 김창우 易) 을 읽으면서 타선생의 영화를 몇 개 보다가 포기한 것이 어언 10년 전이네.
영화 관련 서적을 거의 읽지 않다가 오랫만에 로저 에버터의 평론 모음집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 갔다가 눈에 띄어서 조금 읽었는데, 오랫만에 책+영화 따라 읽기를 해 보기로 마음을 먹고 책을 구입했다. 마침 새롭개 증간되어 2권으로 늘어났고, 1권에서도 기존 판본에 비해 10편의 영화가 추가 되었다.
1편만 봤을 때, 수록된 총 100편의 영화 중에서 36편은 이미 봤으니, 나머지 64편에 대해서 도전할 예정이다.
각 영화에 대한 로저 에버트의 리뷰 + 나의 평은 하나씩 업데이트 될 예정인데, 얼마나 걸릴지는 나도 짐작할 수 없다. 적어도 올해 안에는 불가능 하겠지?
일단 기존에 영화를 보던 순서의 원칙은 지키는 것으로 해서,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영화 'Nashville (내쉬빌)' 부터 시작한다.
'Nashville (내쉬빌)'에서 놀라운 것은 등장인물이 많다는 점이 아니라 '주요' 등장이물이 대단히 많다는 점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무게와 깊이를 가지고 있고, 관객들은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인상을 머릿속에 간직하게 된다. 'Nashville (내쉬빌)'에는 캐릭터만 많은 것이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많다. 우리는 'Nashville (내쉬빌)'의 정치적 입장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의 '미치광이 예언자' 하워드 빌과 그를 둘러싼 방송국 관계자들의 저속한 가치관을 폭로하는 이 영화는 그 자체로서 사반세기가 지난 2000년대에 대한 예언적 영화가 되었다. 아카데미상을 극본상을 수상한 시나리오가 풍자극에서 광대극으로, 사회적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사회 고발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장면은 흥미진진한데, 영화에서처럼 하워드 빌이 실제 방송에 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방송사에서 실제로 그런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점은 의심이 들지 않는다.
흡혈귀 영화에 대한 장르적 특성이 정립되지 않은 시절, 드라큘라 Dracula 라는 고유의 이름도 사용하지 않은 흡혈귀 영화의 고전이 탄생한다. 침실에 있는 후터에게 올록이 접근하는 동안 몽유병 환자처럼 경고의 소리를 외치는 엘렌의 모습을 몽타지 기법으로 교차 편집한 장면과 올록이 도시로 향해 오는 선상의 관 안에서 경직된 채로 똑바로 몸을 일으키는 올록의 모습은 아마도 공포 영화의 명장면으로서 계속하여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
블랙 코미디와 핵 냉전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에 빠지지 않는 이 작품은 큐브릭의 영화 중에서 가장 짧은 편이지만, 공군 기지와 전쟁 상황실, B-52 폭격기 등 제한된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그리고 감독의 완벽주의에 의한 연출만으로 위대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 핵의 전쟁 억지력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면서 냉전 상황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펠리니 감독이 네오 레알레즘 Neo Realism 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작품으로서, 로마 Rome 의 퇴폐적이고 나태한 셀레브리티들의 생활과 이들의 생활을 선동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내용이다. 펠리니가 실제로 경험했다고 하는 이 카페 사회에 대한 내용을 단테 Alighieri Dante 의 '지옥 Inferno ' 편에 나오는 7가지 죄악에 대한 우화라고 설명하는 경향이 있지만, 에버트는 그 보다는 속이 텅 빈 남자의 이야기로 대중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일종의 우화로 간주하는 시각을 선호한다.
'The Godfather (대부)' 의 성공이나 위대함의 이유 중에서는 아무래도 캐릭터들이 가지는 매력이 절대적일 것이다. 마리오 푸조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써낸 이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악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에게 관객들이 공감하도록 만드는 눈부신 마력을 발휘한다. 이 영화는 마피아 내부의 시선을 통해 마피아를 바라본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성공 비법이자 매력이며 마력이다. 영화 개봉 후, 마피아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크게 바뀌었을 정도이다.
유성 영화 초창기에 무성 영화 시절의 슬랩스틱과 짤막한 대사들을 조합하여 과거 보드빌의 코미디를 재현하는데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성영화 코미디가 등장하면서 사장된 보드빌이, 유성 영화 시대를 맞아 부활하여 무성 영화를 사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비브르 사 비>는 촬영 당시 고다르의 아내였던 안나 카리나가 연기하는 나나의 이야기다. 도자기 같은 피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눈동자, 헬멧 모양의 윤기 나는 검정 머리에 세련된 의상을 차려입고 항상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그녀는 파리의 젊은 여성이다. 타이틀 숏은 그녀의 옆얼굴과 얼굴 정면을 경찰서 기록 사진처럼 보여준다. 우리는 여화 내내 그녀를 보면서, 조금도 기꺼이 드러내려 하지 않는 그녀의 속내를 읽어내려 애쓰게 될 것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보다 재미있는 뮤지컬 영화는 없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신선한 영화로 남아 있는 영화도 드물다. (중략) <사랑은 비를 타고>의 즐거움 중 하나는 이 영화가 영화에 포함된 모든 요소를 아주 진지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물론 대부분의 뮤지컬이 그렇듯 <사랑은 비를 타고>도 로맨스를 등장시키지만, 위태로운 전환기를 겪고 있는 영화 산업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자전거 도둑>은 공인된 걸작의 반열을 너무나 확고히 굳히고 있다. 그 때문에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영화를 다시 봤을 때, 영화가 여전히 활기차며, 에너지와 신선함이 여전하다는 걸 깨닫고는 깜짝 놀라게 된다. 1949년 명예 아카데미상을 수상했고, 영화사의 걸작 중 한 편으로 꾸준히 선정되고 있으며,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초석을 다진 영화로 공경을 받는 <저전거 도둑>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남자를 다룬 단순하고 힘찬 영화이다.
<지옥의 묵시록>은 전쟁에 대한 영화라기 보다는, 우리가 결코 발견하고 싶어하지 않는 진실을 전쟁이 어떻게 들추어내는지에 대한 영화다.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캘커타를 방문하면서 갖게 된 생각이 커츠가 발견한 공포를 이해할 마음의 준비를 시켜준 것 같다. 운이 좋다면 우리는 지옥의 가장자리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바보들의 천국에서 여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수수함과 풍부한 정서를 완벽히 담아낸 400번의 구타는 단연 걸작이다. 400번의 구타는 트뤼포의 장편 데뷔작이며, 프랑스 누벨바그의 초석을 놓은 영화다. 우리는 이 영화가 트뤼포의 마음 한복판에서 샘솟듯 우러나온 영화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트뤼포는 400번의 구타를 앙드레 바쟁에게 바쳤다. 영향력 있는 프랑스 영화평론가 바쟁은 아버지를 잃은 트뤼포가 영화감독의 삶과 혼란스러운 삶 사이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트뤼포를 품안에 껴안은 인물이다.
관객의 관심을 끌려는 단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숏이 단 한숏도 없을 정도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자신가에 넘쳤던 예술가의 작품이다. 각각의 신에 꼭 있어야만 하는 요소들만 나겨놓은 그는 관객이 각각의 신에 대해 숙고할 수 있을 만큼, 각각의 신을 상상 속에서 되살려낼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보여준다. SF 영화로서는 드물게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는 관객들에게 스릴을 선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의 관심은 관객의 외경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8 1/2'을 되풀이해서 볼수록 영화에 대한 이해는 깊어만 간다. '8 1/2'은 불가능한 듯 보이는 일을 해낸 영화다. 펠리니는 자신이 사용하는 트릭에 대해 관객들과 토론한다. 그는 관객들에게 트릭을 폭로하고 설명하며 해체하면서도, 동시에 관객을 속이는 마술사다. 그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그걸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펠리니의 영화는 그가 모든 걸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스스로 자신의 지식에 기뻐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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