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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re sa vie (비브르 사 비) 1962, 장 뤽 고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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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re sa vie (비브르 사 비) 1962, 장 뤽 고다르

  • 2022.10.11 13:40
  • 文化革命/Roger Ebert '위대한 영화'

그, 그의 영화, 그녀, 그리고 그녀의 삶

년도 : 1962년
국가 : 프랑스
상영 : 80분
제작 : Les films de la Pléiade
배급 : Les films de la Pléiade
원작 : 마르셀 사코트 Marcel Sacotte
연출 : 장-뤽 고다르 Jean-Luc Goddard
출연 : 안나 카리나 Anna Karina (나나 Nana Kleinfrankenheim 역)
흥행 : 11,046명 (한국)
2022.10.3, 18:00~17:40, 메가박스 Artnine 0관 ★★★★★★☆☆☆☆
   

로저 에버트 Roger Ebert 의 '위대한 영화' 따라보기 의 열여섯번째 영화는 얼마전 타계하기도 한 장-뤽 고다르의 작품이다. 본문의 글상자는 본문의 글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처음 이 영화의 정보를 접했을 때 제목은 '그녀의 삶을 살다' 였다. 원제인 'Vivre sa vie' 에 여성 명사가 들어간 것인지, 아니면 영화의 내용이 나나의 삶을 다룬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자신의 삶을 살다' 라는 중성 표현보다는 '그녀의 삶을 살다' 라는 여성 표현의 제목이 더 유명했다. 어쨌거나 안나 까리나가 연기하는 '그녀' 의 이야기이니까.

 

 

<비브르 사 비>는 촬영 당시 고다르의 아내였던 안나 카리나가 연기하는 나나의 이야기다. 도자기 같은 피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눈동자, 헬멧 모양의 윤기 나는 검정 머리에 세련된 의상을 차려입고 항상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그녀는 파리의 젊은 여성이다. 타이틀 숏은 그녀의 옆얼굴과 얼굴 정면을 경찰서 기록 사진처럼 보여준다. 우리는 여화 내내 그녀를 보면서, 조금도 기꺼이 드러내려 하지 않는 그녀의 속내를 읽어내려 애쓰게 될 것이다.

 

카리나에 대한 얘기 전에 감독인 장-뤽 고다르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1994년, 그러니까 대학 2학년 때 학교의 축제 기간에 영화제를 개최했었다. 정확한 행사명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쨌거나 '고다르 영화제' 였고, 자료집을 만들기 위해서 몇 편의 영화를 '억지로' 관람했더랬다. 물론 'À bout de souffle (네 멋대로 해라)' 는 재미있었지만, 나머지 작품들에 그렇게 흥미가 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영화제의 흥행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1960년대에 우리는 모두 장 뤽 고다르의 영화를 보러 갔다. 우리는 스리페니 극장 앞에서 비를 맞으며 <주말>의 다음회 상영을 기다렸다. 언젠가 뉴욕 영화제에서는 고다르의 영화를 2편 상영하였다. 아니 3편이었나? 고다르는 토론토 영화제에서 "영화는 정거장이 아니다. 영화는 기차다" 라고 말하였다. 역설적인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의 영화를 사랑하였다. <펄프 픽션> 이후 모두가 타란티노의 얘기한 것처럼, 당시 우리는 고다르를 얘기하였다. (중략)
그리고 이제 대다수의 영화 관객들은 고다르라는 이름에 무표정해졌다. 자막이 달린 외국 영화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예술 영화는 자취를 감추었다. 자의식적인 영화는 자취를 감추었다. 영화의 한계를 시험하는 영화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는 모든 영화가 편협한 취향과 오락적 요소에 갈채를 보내는 대중을 상대로 만들어진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이 영화를 B급 영화에 바친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 때 고다르가 언급한 B급 영화들은 세월이 흘러 (적어도 자본 투입 관점에서는) 특 A급 영화가 되었다. 느와르를 비롯하여 B급이라고 할만한 숱한 장르 영화들이 인기를 끌면서 자본은 '편협한 취향과 오락적 요소'에 몰리기 시작하였다. 오히려 시대를 이끌었던 '고다르표' 영화들은 구석으로 자리를 옮겨서 극소수의 관객을 기다릴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카타르시스 영화를 좋아한다. 고다르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된 브레히트의 소격 효과를 차용한 연극과 영화들에 그렇게 큰 감흥을 느끼지는 않았었다.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 이나 '코카서스의 백묵원' 과 같이 극과 관객을 분리하는 기법 때문에 그 작품에 몰입을 할 수 없는 것이 그 이유다.
브레히트의 소격 이론을 접하기 이전에 'À bout de souffle (네 멋대로 해라)' 에서 보았던 점프컷의 효과에 대해서 논할 때 조금은 그 효용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는 했었다만.

 

카메라는 모든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레코드 가게에서, 나나와 손님을 따라 좌우로 팬하던 카메라는 고개를 돌려서 창문 밖을 바라본다. 술집에서 왼쪽으로 팬하기 시작하던 카메라는 다시 뒤쪽을 응시한다. 창녀들이 있는 거리에서, 카메라는 매혹적인 여자를 발견한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면서 한쪽 길가를 바라보다가 맞은편 길가를 바라본다. 그녀는 뚜쟁이 라울을 만난다. 카메라가 두 사람을 투 숏으로 잡았을 때 남자가 말한다. "웃어봐" 거부하던 그녀는 미소를 짓는 동시에 숨을 내쉰다. 그러면 카메라는 남자에게서 멀어지면서 그녀에게 접근한다. 갑자기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였다는 듯 말이다. 우리는 카메라의 의도에 말려들고 말았다. 우리 자신이야말로 관찰하고 놀라워하는 카메라다. 카메라는 '스타일'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영화는 12개의 장 Tableau 로 나뉘어져 있다.
각가의 장이 뚜렷한 하나의 주제나 사건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영화 전체의 내용으로 봤을 때에는 12개가 아니라 3개 정도로만 나뉘어져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12개의 장으로 나눈 이유로 관객이 나나의 삶에 더 이상 깊숙히 관여하지 않고 관조하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기 바라는 것 같이 흐름을 끊어낸다.

 

우리는 리허설도 없는 나나의 첫 번째 인생을 카메라가 보는 대로 본다. 나나가 살아가는 대로 본다. 영화가 안겨주는 충격은 놀라울 정도다. <비브르 사 비> 는 명료하고 신랄하며 무뚝뚝하다. 그러고는 끝이 난다. 그것이 그녀가 살아야 할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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