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업) - 점점 영화와 가까워지는 픽사의 수작
Up (업) 점점 영화와 가까워지는 픽사의 수작 | |
년도 : 2009년 국가 : 미국 상영 : 96분 제작 : Pixar Animation Studio 배급 : Walt Disney Studios Motion Pictures 연출 : 피트 닥터 Pete Docter , 밥 피터슨 Bob Peterson 각본 : 피트 닥터, 밥 피터슨 출연 : 에드워드 애스너 Edward Asner (칼 프레드릭 Carl Fredricksen 역) 조던 나가이 Jordan Nagai (러셀 Russell 역) 크리스토퍼 플러머 Christopher Plummer (찰스 문츠 Charles Muntz 역) 흥행 : $293M (미국), 1,047,327명 (한국) | |
2009.8.11, 18:00~, CGV 강변 11관 ★★★★★★★★☆☆ |
영화를 보기 전부터 찬양 일색이다. 그리고 실제로 본 이 작품은 정말 대단하다. 과연 이 애니메이션에 누가 딴지를 걸 수 있을까?
영화를 보기 전에 살짝 고민이 있었다. 2D 자막을 볼 것인가? 아니면 3D 더빙을 볼 것인가? 아무리 잘 한다고 하더래도 더빙은 더빙이고, 3D는 색차를 이용한 입체라고 해서 화면의 색이 좀 열화 된다는 의견도 있어서 결국은 2D 자막판으로 봤다. 화면이 작아서 좀 아쉽긴 했다.
전작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대사가 없는 긴 프롤로그를 마련했는데, 마치 실사 영화와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주인공인 칼이 자신과 같이 모험가 찰스 문츠를 동경하는 엘리 Ellie (엘리 닥터 Elie Docter ) 를 만나 결혼하고, 사별한 후 혼자 사는 완고한 노인네가 되는 과정을 마치 지구에 혼자 남겨진 월-E Wall-E 가 이브 EVE 를 만나기까지 묵묵히 청소만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과도 같이 잔잔하게 우리를 끌어들인다.
'Watchmen (왓치맨)'의 도입부와 같이 짧고 강렬하지는 않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칼과 엘리의 인생과 모험에 대한 동경, 그리고 현실과의 타협을 제작자의 의도를 관객들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지게 한다. (혹자들은 최고의 오프닝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꿈을 찾아 나서는 여행
이 깔끔하고 잔잔한,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웠던 이 도입부가 지나고 나면, 과거의 아름다움을 간직했던 만큼의 깊이로 우울한 현실을 마주 대하고 있는 한 완고한 늙은이의 팍팍한 삶을 마주하게 된다.
이 비루한 삶을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와 그의 아내가 어렸을 때부터 품고 있었던 기억 저편의 꿈이다. 하루하루 죽음만을 기다리는 삶은 저 멀리로 날려버리고, 태고의 자연과 미지의 생물이 살고 있는 남아메리카 어딘가의 파라다이스 폭포로 떠나는 거다. 게다가 그 곳으로 가는 방법은 풍선에 매달린 집을 타고 날아가는 것이다.
떠나자, 어려서부터 꿈꿔온 곳으로...
이제 비로소 신나는 모험이 기다리는 활극의 시작인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풍선을 달고 힘차게 올라간 칼과 엘리의 집의 여행은 몰래 숨어있던 러셀을 태우게 되고 폭풍우를 한번 휭하니 지나가고 나니 어느새 남아메리카의 파라다이스 폭포에 도착해 버리면서 끝나버린다. 아마도 이 때문에 이 영화의 도입부에 비해 좀 시시한 여행담이 된 것 아니냐는 평이 있을 수도 있겠다.
사실 나도 영화를 보기 전에는 풍선을 매달고 날아가는 집에서 일어나는 모험을 그린 영화가 아닌가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삶을 포기했던 노인의 새로운 모험
왜? 누구나도 쉽게 기대했던 풍선을 단 집을 타고 날아가는 모험은 이렇게 금방 끝나버리는거지?
실상 집과 함께 하늘로 날아가는 칼의 모습은 희망에 찬 모험의 걸음이 아니었다. 마치 고무 호스로 자신의 어깨에 매달려 있는 집과 같이,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과거의 잔재들을 계속해서 안고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이 나는 것이 아니라, 집을 끌고 가는 것이여.
자고로 여행이라는 것은, 집을 떠난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인데 칼의 여정은 집을 포함하여 과거의 모든 것을 그대로 안고 현실을 도피하는, 어찌보면 쓸쓸한 노인이 택하는 자살의 또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집을 포함하여 그 모든 과거의 일상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한푼 두푼 모은 동전들을 희생하여 교환한 것을이 아니었던가.
집을 어깨에 메고 있는 동안의 여정은 칼의 새로운 모험이 아니었다. 그가 집에 있는 모든 가재 도구들을 밖으로 던져버린 그 순간부터 그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자, 이제 진정한 새로운 출발이다.
그는 과거를 던져 버렸지만 그가 사랑했던 엘리와, 또 그녀와 함께 꾸었던 그 꿈은 파라다이스 폭포 위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그리고.
픽사 Pixar 가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뭔가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법들에 집중한다고 한다. 'Monster Inc.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는 셜리의 모피에서 흔들리는 털에 대한 묘사에 집중했고, 'Finding Nemo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수중 동작과 물 속에서의 빛의 산란 묘사에 집중했다고 한다. 아마도 'Wall E (월 E)'에서는 먼지로 가득한 뿌연 대기를 통해 바라본 풍경에 집중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이번 'Up (업)'에서는 아마도 소재의 질감에 집중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엘리가 칼에게 메어주는 넥타이나, 러셀이 메고 있는 휘장, 그리고 엘리의 모험 노트에 붙어 있는 사진들과 테이프와 그 닳아진 종이를 표현하는 생생한 현실감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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