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ining (샤이닝) - 1980 Stanley Kubrick
스테디캠으로 창조한 공간과 고립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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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 1980년
국가 : 미국 상영 : 146분 제작 : Warner Bros. 배급 : Warner Bros. 원작 : 스티븐 킹 Stephen King 연출 : 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 출연 : 잭 니콜슨 Jack Nicholson (잭 토런스 Jack Torrance 역) 셀리 듀발 Shelley Duvall (웬디 토런스 Wendy Torrance 역) 대니 로이드 Danny Lloyd (대니 토런스 Danny Torrance 역) 흥행 : $44M (미국), 15,126명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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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12 CGV 압구정 Art 3관, 2023.7.3 메가박스 COEX 9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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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집?
샤이닝은 기본적으로 공포 영화 중의 '귀신의 집' 장르로 정의할 수 있다.
깊은 숲 속의 오버룩 호텔 Overlook Hotel 을 겨울 동안 관리하기 위하여 몇 달간 기거하는 잭 토렌스 가족은 점점 이상함을 감지하게 된다.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아들 대니는 이 호텔에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또 실제로 호텔에서 환영을 보기도 하고, 신체에 상해를 입기도 한다. 소설을 쓰던 잭 역시 환영을 보면서 정신이 이상해진다.
전형적인 귀신 들린 집의 플롯대로 사건은 진행된다. 알 수 없는 호텔의 힘 때문에 잭은 미쳐가고, 가족을 살해하려 한다.
폐소 공포, 혹은 광장 공포
겨울의 오버룩 호텔은 하나의 거대한 밀실이다. 일반적인 밀실에 비해서 더 넓고 유형의 장벽은 존재하지 않지만, 폭설로 끊어진 도로와 전화, 고장난 무전기와 스노우캣으로 만들어진 한계가 없어서 더욱 절망적인 밀실이 탄생한다.이 거대한 밀실, 혹은 반대로 광장일 수도 있는 이 공간에서 잭과 그의 가족들은 공포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공포의 원인이 인간이 원초적으로 내재한 정신적 결함 때문인지, 아니면 오버룩 호텔이 가지고 있는 초자연적인 힘 때문인지는 불명확하다.
잭과 대니는 이 공간 안에서 간혹 환영을 보긴 하지만, 이 환영이 인간의 원초적 공포감을 조성하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대니의 경우는 과거 관리인에게 살해당한 딸들의 원혼이었지만, 잭이 보는 환영은 잭 자신이 마치 거울을 보면서 대화하듯이 진행되면서 본인의 광기를 증폭시키는 정도의 역할일 뿐이다.
잭과 그 가족이 느끼는 공포감의 원인은 불명확 하지만, 관객이 느끼는 공포감에 대한 원인은 확실하다.
뇌를 직접 긁어대는 듯한 불쾌감을 주는 현의 울림으로 구성된 배경 음악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이겠지만, 그보다 더 한 것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답답한 넓은 공간일 것이다. 최면술 교재로 쓰일 법한 반듯한 구도로 촬영된 호텔이나, 실재보다 끝없이 넓어 보이는 공간감이 등장 인물의 광기를 압도한다.
스테디캠으로 만들어 낸 시간과 정신의 방
오버룩 호텔은 일종의 귀신의 집이지만, 보통의 귀신의 집 장르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오버룩 호텔에서의 모든 공간은 구석 구석까지 모두 볼 수 있다록 환하게 조명이 켜져 있어 무언가 초자연의 존재가 숨어있을 만한 공간이 없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인 양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헐거운 창문도 없이 견고하다.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오버룩 호텔은 비정상적으로 건조하고 냉정하다. 피가 넘쳐 흐르는 엘리베이터와 그래디 Grady 자매가 학살 당한 환영 속의 장면을 제외하면 오버룩 호텔의 공간은 질서 정연하고, 또 화면은 짜증날 정도로 좌우 대칭을 이룬다. 조금 조금씩 디테일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몇 개의 홀의 화면이 반복되면서 공간을 바라보는 관객의 짜증과 공포감은 반복적으로 증폭된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은 발명한지 얼마 되지 않는 스테디 캠을 이용한 공간의 확장이다.
광각렌즈를 이용해서 단순히 넓은 화각으로 공간감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대니의 자전거를 뒤따르면서 호텔의 구석 구석을 누비는 카메라 워크를 통해서 오버룩 호텔의 실재 크기를 가늠할 수 조차 없도록 하는 기법은 이 영화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도끼를 들고 대니를 쫓는 잭의 추격신에서의 스테디캠의 활용은 이 미로의 공간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시켜 쫓기는 대니의 긴박함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잭이 얼어죽은 장면만 들어낸다면 이 영화는 공포 영화 장르에서 영원히 마스터피스로 남을 것이라는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원작자인 스티븐 킹 외에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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