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r (게이머) - 강렬한 영상, 무거운 화두, 그리고 빈약한 이야기
Gamer (게이머) 강렬한 영상, 무거운 화두, 그리고 빈약한 이야기 | |
년도 : 2009년 국가 : 미국 상영 : 95분 제작 : Lionsgate 배급 : Lionsgate 연출 : 마크 네벨딘 Mark Neveldine , 브라이언 테일러 Brian Taylor 각본 : 마크 네벨딘 출연 : 제라드 버틀러 Gerard Butler (케이블 Kable 역) 마이클 C. 할 Michael C. Hall (켄 Ken 역) 앨리슨 로만 Alison Lerman (트레이스 Trace 역) 흥행 : $20M (미국), 310,548명 (한국) | |
2009.10.5 15:00~ 롯데시네마 애비뉴엘 1관. ★★★★☆☆☆☆☆☆ |
영화의 예고편을 봤을 때에는 움찔했다. 원격으로 조정되는, 그리고 실제 인물이 게임의 캐릭터가 되는, 게다가 FPS의 게임이 영화의 소재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따라올 현란한 게임의 영상과, 과장된 폭력들. 그리고 지금껏 논의되어 왔던 숱한 담론들이 다뤄질 수 있는 대작이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작을 이 두 감독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마치 '소녀시대에게 빅마마의 가창력을 기대하는' 것 만큼이나 부질 없는 짓이 아닐 수 없다. 단지 '이성애자 백인 남자들의 노골적인 판타지를 추구'할 뿐인 이 두 감독의 전작(은 아직 못 봤는데...)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영화 역시도 그저 FPS의 폭력과 가상 세계의 섹스만이 흘러 넘치는 영화가 될 듯 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어김 없이 맞아 들어간다.
최근 잘 나가는 마초. '300'의 식스팩 대왕
영화의 제목이 화면에 미처 올라오기도 전에 이미 시가전과 같은 게임의 배경에서 나뒹구는 시체들과, 날아다니는 총알, 그리고 그 시체와 총알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결국은 mission stage 에 도달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대했던 액션은 거기서 끝이다. 안그래도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영화에서는 굳이 뭔가 사회 비판에 대한 고민의 흉내를 위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인간에게 내재된 폭력성
최근 전쟁의 이유인 국가의 이익이나, 과거의 전쟁 이유였던 주의 ism 의 대립, 아니면 태고적의 점령에 의한 생산성의 확보 등 예전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있었던 전쟁의 (전면전이든, 국지전이든 간에...) 이유가 아닌, 그저 유희를 위한 게이머의 조정과 살아남기 위한 슬레이어들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 전투를 보니 조금 섬뜩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의 중독은 논외로 하고, FPS와 같은 폭력 게임이 인간에 내재된 폭력성을 증폭시키느냐, 아니면 반대로 폭력에 대한 욕구를 풀어주는 선기능을 하느냐에 대한 논의는 항상 있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는지 '정부가 합법적으로 허가한'이라는 얘기로 어물쩡 넘어간다. (정부가 정한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은 지난 1년 9개월여간 꾸준히 지켜봐왔다.)
그리고 이런 영화에서 항상 등장하는 소수의 반군이 반대하는 것은 폭력성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정신이 지배당하는 상황에 대한 것 뿐이다. 쩝. 하지만 이 영화에 실망할 부분이 이 뿐만은 아니다.
가상 현실과 그 현재 顯在
천재 엔지니어 켄이 만들어낸 가상 현실 'Society'는 린든 랩 Linden Lab 이 만들어낸 'Second Life'의 실현이다. 모든 면에서 동일한 이 두가지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Avatar 가 아닌 실재의 Actor 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하나의 차이 때문에 그 가상 사회 안에서의 Actor 의 행동은 완연한 차이를 보인다.
'Second Life' 에서처럼 원하는 외형을 선택하고, 현실보다 더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심지어는 강의를 듣고 학위까지 취득하는 모습은 이 Society 에서는 볼 수 없다. 그들은 Actor가 되고자 하는 한 명의 사람을 사고, 접속할 때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인형 옷을 갈아 입히며 길에서건 클럽에서건 껄덕거리며 섹스하는 남녀들의 조합뿐이다. (물론 이러한 것은 '이성애자 백인 남자들의 노골적인 판타지를 추구'하는 감독의 성향 떄문이겠지.)
거 취향 독특하시네.
완전한 익명과 완전한 감시
이 Society의 모습은 이면의 한가지를 더 시사하는데, 그것은 Actor 만으로 이루어진 이 Society 내에서는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Society 에 접속한 플레이어는 철저하게 익명을 보장 받는다. 본인의 외형이나 성별이 어떻든지 간에 자신이 구매한 Actor 의 가명과 외형만이 이 Society 에서의 신분이고, 또 그 신분은 현실 세계의 나의 신분과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반대로 Society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사용자와 Actor 의 송신 기록으로 모두 남아서 완전하게 분석될 수 있다. 이 모순된 두 상황 속에서 완전한 껄떡거림과 완전한 무범죄의 세상이 존재하게 된다. 이 상황에 플레이어에게 통제받지 않는 Actor 가 들어옴으로써 무범죄의 상황은 무너지게 되고, 범죄가 만연한 실재의 세상에서보다 더욱 큰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웃기는 상황은 나는 사실 이처럼 완전한 감시 시스템에 그다지 반감이 없다는 것과, 실제로 인터넷이 지배하는 이 세상은 완전한 감시가 가능한 세상으로 점점 바뀌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위의 세가지 화두는 꽤나 무겁지만 영화에서는 전혀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에휴, 그냥 화두를 던진 것만 해도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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