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세번째 미국 여행 6. 늦어도 시어스 타워는 올라가 봐야지.
06.9.26 (시카고 시각)
늦었다, 늦었어.
원래 예정은 일찌감치 호텔 check out 을 하고서 시카고 강 Chicago River 를 따라서 유명 건물을 구경하는 아키텍쳐 크루징 Architecture cruising 을 하거나, 아니면 일찌감치 시어즈 타워 Sears Tower 에 올라가 구경을 한 다음에 박물관 지역에 가서 시카고 Chicago 의 Skyline 을 감상할 계획이었다.
7시 30분에 wake-up call을 지정하였고, 정확한 시각에 전화벨이 울려서 깨어나기는 했으나 안타깝게도 그냥 다시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그리고 두꺼운 커튼을 끝까지 치고 자는 바람에 10시 30분이 되어서야 호텔에서 일어났다. 이래서는 1시 25분인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가 빠듯한 걸
대충 씻고 짐을 챙겨서 11시에 check-out을 했다. 국내선이라서 조금 느즈막히 가도 될 듯 싶고, 아무리 늦어도 시어즈 타워는 올라가 봐야겠기에 잠깐이라도 들러 본다.
시어즈 타워까지 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처음으로 택시를 탔다. 택시비가 좀 아까운 것이 요금도 비싸면서 거기에 별도로 tip 까지 줘야 한다. 호텔과 멀지 않아서 10분도 타지 않았는데 tip 까지 포함해서 $5를 주었다. 아까비.
시어즈 타워는 말레이지아 Malaysia 의 페트로나스 타워 Petronas Towers 가 생기기 전까지만해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헛, 그런데 그렇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시어즈 타워가 1971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적어도 내가 세상에 태어난 시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시어즈 타워였다. 그런데 왜 나는 어렸을 때에는 물론이고 적어도 중학교 때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Empire State Bldg. 이라고 알고 있었을까? 내가 태어날 때부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알고 있었을리는 없고, 내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뭘까?'라는 의문을 가졌을 때에 가장 먼저 답해준 사람이 이 시어즈 타워에 대해서는 나에게 그 존재를 알려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 나는 말레이지아의 페트로나스 타워가 생기면서 '기존의 시어즈 타워보다...' 라는 기사를 보기전까지 난 시어즈 타워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 불쌍한 시어즈 타워는 내 지식 안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적이 한 순간도 없었던 것이다.
불쌍한 시어즈 타워는 원 주인이었던 시어즈 그룹의 경영난으로 인하여 이 빌딩의 소유권마저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았던가.

105층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기 전에 상영관에 들어가서 간단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여준다.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마음은 급해죽겠는데 여기서 이런 영상을 보고 있어야 하다니. 하지만 영상을 보고 나서야 105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시어즈 타워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서 20분간 봐야했다.

한국에서도 높은 건물을 좋아해서 남산타워, 국제 무역센터, 63빌딩 전망대는 다 가봤고, 외국에서는 (그래봐야 미국이군) 스트라토스피어 호텔 Stratosphere Hotel ,
등등. 그 중에서 내가 태어나서 비행기를 제외하고서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간 것이 바로 이 시어즈 타워겠다.
아닌가? 해발 고도로 하면 남산 높이 합쳐서 남산 타워가 더 높은 곳에 있구나. 그러고 보니까 스위스 갔을 때 몽블랑 Mont Blanc 과 융프라우요흐 Jungfraujoch 에도 갔구나. 정정하자. 땅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시어즈 타워의 전망대는 103층에 위치한다.
다큐멘터리 영상 감상을 끝내면 전망대로 직행하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른다. 엘리베이터에서 층을 표시하는 숫자가 휘리릭 바뀐다. 가끔씩 유명한 다른 건축물의 그림이 나오기는 하는데, 지금 엘리베이터가 지나가는 곳이 그 건물의 높이 정도 된다는 걸 보여준다. 예를 들면 82층에서는 현재 높이가 328m 이고, 대략 에펠탑 Tour Eiffel 의 높이와 같다는 식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시어즈 타워를 중심으로 하여 사방에 위치한 다른 주 State 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시어즈 타워가 위치한 일리노이 Illinois 주를 비롯하여 미시간 호수 Lake Michigan 건너의 미시건 Michigan 주, 그리고 위스콘신 Wisconsin 주, 인디아나 Indiana 주까지 보인다는 얘기인데, 글쎄. 오늘 정도의 날씨라면 엄청나게 맑고 시야 거리가 꽤 나오는 날인데, 내가 눈이 나빠서 그런건지 미시간 호수 저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좀 과장된 거 아닌가?

순식간에 한바퀴를 돌았다. 다른 주는 고사하고 컵스 Chicago Cubs 와 화이트삭스 Whitesox 의 홈구장도 보이지 않는다. 컵스의 홈 구장인 리글리 필드 Wrigley Field 는 고층 건물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치고, 비교적 가까운 US 셀룰러 필드 U.S. Cellular Field 는 왜 보이지 않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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