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세번째 미국 여행 4. 밀레니엄 팰ㅋ.. 아니 밀레니엄 파크
06.9.25 (시카고 시각)
시카고에서 머무는 시간은 한나절 정도다. 시카고 Chicago 의 오피스 타운에 있는 유명 건물들을 둘러볼 요량이었으나, 얼마 되지 않는 기간을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 오피스 타운 구경은 이쯤에서 멈추었다. (제임스 톰슨 센터 James R. Thompson Center 하나밖에 보지 않았으면서.)
햇볕이 좋아서 건물 안쪽을 구경하는 것 보다는 야외를 도는 편이 좋겠다 싶어서 밀레니엄 파크 Millennium Park 로 향했다.
밀레니엄 파크는 아마도 이름에서 나타나는 대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기 위해서 만든 공원이다. 루프 Loop 지역에서 미시간 호수 Lake Michigan 방향으로 꽤 큰 녹지 지역이 조성되어 있다. 이 녹지 지역 전체가 밀레니엄 파크는 아니고, 그 중에서 북서쪽 구석에 위치한 한 블럭이 밀레니엄 파크이다.
제임스 톰슨 센터 정문에서 두 블록 정도 걸어 내려와서 웨스트 매디슨 스트리트 W. Madisson St. 를 따라서 동쪽으로 간다. 몇 분 정도 걷다가 미시간 호수가 보일 즈음이 밀레니엄 파크가 보인다. 공원은 꽤나 넓은 편이고, 또 내가 가져간 여행 안내 책은 2000년 이전에 출판된 것인지라 이 밀레니엄 파크에 대한 소개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어디까지가 밀레니엄 파크이고, 또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뭐, 상관 없지만.
큰 길을 건너자 보잉 갤러리 Boeing Gallery 라고 표시된 구획 구분 커브가 밀레니엄 파크 입구라는 걸 표시하고 있다.
보잉 갤러리 쪽 입구에서 왼쪽을 보면 꽤나 독특해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밀레니엄 파크를 대표하는 조형물 하나가 있다. 완두콩처럼 약간 휘어 있는 금속 구 형태의 조형물인데 정식 명칭은 클라우드 게이트 Cloud Gate 이지만 (나중에 현주한테 전해 들은 것이지만) 현지 사람들은 모두 그레이트 빈 Great Bean 이라고 부른단다. 실제 모양을 봐도 구름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구 형태라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매끈한 구 형태가 아니라 타원의 중앙 부분이 움푹 들어간, 정말로 완두콩 엎어 놓은 모양으로 생겼기에 반사되는 모양을 찍을 때 사진의 각도에 따라서 꽤 재미있는 모습이 나온다. 평일이라 공원에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그레이트 빈에 모여있다.
그레이트 빈 옆으로는 대규모의 공연 시설이 있는데, 이 역시 꽤나 특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제이 프릿즈커 파빌리온 Jay Pritzker Pavilion 이라는 이름인데 이것도 왠지 다른 별칭이 있을 것 같다. 공연 무대를 덮은 특이한 모양의 지붕과 공연 관람석 뒤로 펼쳐진 잔디밭을 덮고 있는 격자 형태의 덮개 모양이 특이하다.
의자가 배치된 관람석 뿐 아니라 잔디밭에 앉아서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격자 덮개의 군데 군데에 스피커가 달려 있다. 이거 좋구나. 유명 가수의 공연을 이런 곳에서 할 것 같지는 않고, 재즈 페스티벌 같은 걸 한다면 잔디밭에 누워서 맥주 한잔 하면서 연주를 즐기면 이 아니 좋을 쏘냐. 꿈 같은 얘기다.
제이 프릿즈커 파빌리온 동쪽으로 BP 페데스트리언 브릿지 BP Pedestrian Bridge 를 건너면 5대호 중의 하나인 미시간 호수 Lake Michigan 으로 갈 수 있다.
이 BP 페데스트리안 브릿지 역시 평범한 모양은 아니다. 밀레니엄 파크가 새로운 천년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가졌다고 해도 너무 번쩍거리는 게 아닌가 싶다. 조형물 대부분이 완전 반사체로 만들어져서 오늘 같이 햇빛이 좋은 날에는 어느 곳으로 가나 번쩍거리는 반사광이 눈을 부시게 만든다. 90년대에 이 공원을 설계할 당시에는 이런게 멋져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봐서는 좀 키치적이다.
BP 페데스트리언 브릿지를 건너면 거대한 미시간 호수가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육지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이런 규모라면 내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호숫가에 서서 어느쪽을 바라봐도 저 멀리에 수평선이 보인다. 수평선이 보이는 호수라니.
그리고 호숫가에 백사장은 또 뭔가. Seashore 라는 단어는 들어봤는데, 당최 Lakeshore 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본다. (브라우져의 스펠 체크 기능에서도 붉은 줄이 쳐 진다고) 아무리 물이 담수라도 파도까지 치는 이걸 호수라고 하는 건 무리야. 아니면 Lake 말고 거대 호수를 뜻하는 다른 단어를 만들어 내거나 해야지.
어느 나라를 가든 부자들은 바닷가에 살면서 요트를 타는 것이 삶의 낙인 듯하다. 예전에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에 잠시 들렀을 때에도 샌프란시스코 만 San Francisco Bay 에 많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것을 봤는데, 미국은 어딜 가나 요트들이 많구나. 여기 미시간 호수도 예외는 아니다. 좀 다른 것이라면 바다가 아니라 호수라는 것이겠지.
대학교 다닐 때에 공강 시간에 자주 그랬던 것 처럼 넓은 잔디밭에 앉아서 커피나 한잔 하면서 책을 읽으면 좋겠는데, 이 밀레니엄 파크 내에는 파크 그릴 Park Grill 레스토랑 말고는 변변한 매점이 없다. 점점 목이 말라 오는데 잔디밭의 커피는 고사하고 음료수 살 곳이 없네.
밀레니엄 파크에서 남쪽을 내려다 보면 높은 물기둥이 보인다. 역시 미시간 호수가에 위치한 녹지 공원 중의 하나인 그랜트 공원 Grant Park 에 있는 버킹엄 분수 Buckingham Fountain 에서 쏴 올리는 물줄기이다. 파리 Paris 에 있는 베르사이유 궁전 Château de Versailles 에 있는 분수를 본따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름은 영국스럽다.
밀레니엄 파크에서 봤을 때는 멀리까지 보이도록 꽤 높은 곳까지 물을 쏘던데, 막상 가까이 갔더니 힘이 떨어졌는지 그냥 평범한 분수였다.
벌써 시카고 시각으로 오후 5시가 되었는데, 한국 시각으로 치면 하루를 꼬박 보내고 아침 7시가 된 거다. 거의 잠을 자지 않고 꼬박 이틀째 시간을 보냈더니 좀 졸렵네. 분수 앞의 벤치에서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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