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세번째 미국 여행 16. New York state of mind
'06.9.28 (New York 현지 시각)
1시간 남짓의 비행 후 드디어 JFK 공항에 도착했다.
헛, 11시 40분 정도에 랜딩을 했는데, 어찌하여 비행기에서는 내리질 않는거냐. 무슨 이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활주로에 선 채로 기다리느라, 나의 Big Apple, 뉴욕 New York 입성은 조금 늦어졌다.

뭐가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뉴욕이라고 하니 기대가 만빵이 순간이다. '막상 가 보니 별 거 없더라' 라는 식의 결말이면 곤란한데 말이지.
각종 영화에 많이 나오는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 아니던가. 나에게 뭔가 감흥을 줄 만한 것들이 잔뜩 있을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공항에서 맨하튼 Manhattan 으로 향한다.
JFK 공항도 뉴욕주에 있지만, 무식한 내가 뉴욕이라고 한정적으로 생각하는 맨하튼과는 거리가 좀 있다. 서울 공항이 김포나 성남에 있는 거랑 마찬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은 정도의 거리이다.
공항에도 지하철 노선이 있긴 하나 지하철만 타고 맨하튼까지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어포트 서비스에서 JFK 공항에서 맨하튼의 그랜드 센트럴 포트 오소리티 버스 터미널 Grand Central Port Authority Bus Terminal 까지 가는 셔틀 버스가 있더라. 아무래도 버스를 타고 가면서 퀸즈 Queens 나 브룩클린 Brooklyn 의 모습을 보며 갈 수 있겠지. $15 정도의 가격이면 적당하고, 버스 오소리티 터미널과 내가 묵어야 할 숙소가 매우 가깝기도 하다.
아뿔싸, 버스를 타고 가면서 여기 저기 거리를 구경하는 것은 좋은데, 길이 너무 막히는구나. traffic jam 으로 유명한 뉴욕이라서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평일 오전 시간대의 상황인데 이건 너무하다 싶다. 창밖을 보니 곳곳에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바깥의 경치를 보려고 버스를 택한 것인데, 공사 때문에 너무 지체가 되다 보니 경치를 바라보는 재미가 떨어지고 아침에 일찍 일어난 여파로 졸음까지 밀려온다.

그런 상황에서 창 밖으로 갑자기 낯 익은 건물 하나가 보인다.
'64년에 뉴욕 세계 박람회 New York World's Fair 가 개최되었던 플러싱 미도우 코로나 파크 Flushing Meadow Corona Park 의 뉴욕 파빌리언 전망탑 New York State Pavilion observation towers 이 보인다. 아무리 뉴욕이 유명한 곳이고 세계 박람회가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박람회였지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것인지라 알 리가 없는 곳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전망탑만은 알고 있는데, 이 것이 바로 'Men in Black (맨 인 블랙)' 에 나오는 그 우주선이기 때문이다. 와우!

혹시나 맨하튼으로 진입할 때 유명한 다리를 건너면서 맨하튼 스카이라인을 보게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 했으나 버스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퀸스 터널 Queens Midtown Tunnel 로 진입한다. 바다를 건너며 스카이라인을 보는 건 다음 기회를 노려보지만, 돌아가는 길에도 안되겠지?
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탑승객들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Grand Central Terminal 에서 하차를 하고, 나만이 홀로 포트 오소리티 버스 터미널에서 내린다. 내가 묵을 예정인 카터 호텔 Hotel Carter 가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인지라 교통은 좋다고 봐야겠지.
버스 터미널 바로 앞이라서 찾기는 쉬웠다. 그러나 좋은 것은 교통편 뿐이었다. check-in 을 하고 방에 들어왔는데...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아무리 잠만 자고 가는 방이라고 해도 그렇지 호텔에서 기대할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은 고사하고, 웬지 살벌한 느낌이다.

샤워기가 없거나, 침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껏 출장으로 왔던 호텔에서 보아온 amenity 들은 아무 것도 없다. 화장실에는 샤워기와 세면대, 변기가 있을 뿐 다른 아무 것도 없다. 한국에서 봐 왔던 오래된 건물의 화장실과 차이가 없다.
그리고 케이블이나 pay TV는 고사하고 채널도 3개 정도밖에 안 잡히는 조그마한 브라운관 TV 한 대 뿐이다. 리모콘은 고사하고 심지어 로터리 방식의 채널 전환이다. 별도의 테이블도 없고, 포트도 없다. 이거 암울하네.
방문도 원형으로 눌러 잠그는 방식이고, 추가로 약해보이는 고리가 하나 있을 뿐이다. 문을 열고 복도를 내다 봤는데, 'Taxi Driver (택시 드라이버)' 에서 트래비스 Travis 가 머리 깎고 총 연습하던 방의 분위기이다.
하루 $130 인데 이 정도라면, 뉴욕의 물가가 엄청나다고 해야 하는 것인가, 호텔을 잡아 준 보물섬 투어가 일을 잘 못하는 것인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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