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세번째 미국 기행 15. 부시 안녕. 못 보고 간다.
'06.9.28 (Washington D.C. 현지 시각)
그제 늦잠을 자서 비행기를 놓쳤던 아픈 기억을 뒤로 하고, 오늘은 늦지 않게 충분히 일찍 일어났다.
호텔에서 8시쯤 출발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어제 새벽 1시까지 짐을 열심히 싸지 않았던가. 7시에 기상하여 세수를 하고 24층의 Guest Service 에 올라가 아침 식사부터 한다.
올라갔더니 송과장님도 있다. 이 분은 비행 스케쥴이 여유로워서 호텔에서 느즈막히 여유부리다가 출발해도 괜찮으실텐데 벌써 일어나시다니 부지런하시네. 같이 앉아 아침을 먹는데 어제와 별반 다름 없는 메뉴라서 그닥 손가는 음식이 없다. 떠먹는 요거트와 빵쪼가리 몇 개에 삶은 계란 정도가 끝이다. 방으로 돌아와서 한국에서 싸온 라면이라도 먹을까 했는데 일찍 출발해야 해서 먹지 않았다.
어느 덧 오전 8시가 조금 지나, 이제는 워싱턴 D.C. Washington D.C. 와는 작별을 고해야 하는 시간이다.
호텔 check out 을 하려는데, 예전과 달리 신용카드를 따로 달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첫 날 deposit 하면서 신용카드를 이미 긁은 적이 있긴 한데, 다른 호텔에서는 신용카드를 한 번 더 내고 긁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네. 어쩌면 룸서비스를 하나도 이용하지 않아서 추가 비용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영수증을 받았는데 금액이 무려 $695.42. 헉, 거의 68만원 가까이 되는 가격이잖아. 이거 알고보니 무지하게 비싼 방이네. 밤에 도착해서 잠만 자고 아침에 나가는 일정의 이틀이었는데, 굳이 이렇게 조낸 비싼 호텔에 묵을 필요는 없었잖아.
8시 15분에 시동을 걸고 덜레스 Dulles 공항으로 출발했다.
렌트카를 반납하기 전에 주유를 해야 하는데 가는 길에 주유소가 없다, 젠장. 공항까지 다 와서 렌트카 반납하는 장소 근처에 있는 엑슨 Exxon 에서 주유를 했는데, 갤론당 $2.4 정도이다. 물론 우리 나라 주유소보다는 싸지만, 2001년에 왔을 때에 비하면 2배 정도 오른 가격이다. 기름값 비싸서 이제 렌트도 함부로 못하겠군. 주유한 비용은 출장비로 처리 해줄까 모르겠다.
렌트한 쉐보레 코발트 Chevolet Cobalt 는 compact 급인데, 고작 이틀 렌트한 비용이 29만원 정도이다. 헉, 이거 출장비 정산 안 해주면 낭패인데.
반납하고 덜레스 공항으로 가서 check in 을 한다. 호텔에서 공항까지 올 때,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왔기에 시간 여유가 많아서 공항 매점을 돌아다닌다.
그나마 며칠 있었다고 영어가 조금씩 들린다. 가게에서 종업원들이 하는 얘기도 어느 정도 알아 먹을 정도여서,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혼자 돌아다닐만도 하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물론 갑작스런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한 이야기를 할 상황이 되면 여전히 버벅거리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나를 배려해서 또박또박 발음을 해 주면 70%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다.
별도로 붙여야 할 짐이 없어서, 창구에 줄을 서지 않고 키오스크에서 편하게 발권을 하였다. 한국인이 많이 이용하는지 키오스크에 한국어 메뉴까지도 있어서 편하구나. 외국에서 한국어 메뉴를 만들 때 번역투가 많아서 더 알어보기 힘든 경우도 있는데, 여긴 꽤나 잘 번역되어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복도석을 선택하는데, 1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이고, 혹시나 맨하탄의 시내를 비행기에서 내려다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창가 자리를 선택하였다.
국내선임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한 검문은 철저했다. 다른 미국인들과 다르게 별도의 검문대로 데려간다. 내가 아시아인이기 때문인걸까? 아니면 목적지가 JFK 공항기기 때문인걸까? 인종 차별 아니냐고 따져봤어야 하는 상황이었는지 모르겠네. 그나마 일찍 도착해서 시간 여유가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가방은 물론이고, 입고 있는 웃옷과 신발까지 모두 벗게한다. 금속탐지기 이전에 뭔가 에어커튼 같은 것이 있는 검문대를 하나 더 통과했고, 가방 구석구석을 헝겁으로 문질러서 폭발물 성분이 있는지 검사를 한다. 911이 발생한지도 5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검사가 강화된 상황이다.
검사를 마치고 탑승구인 게이트 C로 이동한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건 아니라 셔틀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여전히 출발 시각까지 많이 남아서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떼운다.
앞쪽에 스케쥴이 여유로운 것인지, 보딩을 일찍 시작한다. 할 일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다행이다.
좌석표를 보아하니 비행기가 크지 않다. A~D 열까지 밖에 없는 2+2 줄의 작은 비행기이다. 배낭 하나와 작은 캐리어를 들고 탔는데, 비행기가 너.무.작.아.서.... 트렁크가 짐칸에 들어가지 않는단다. 좌석이 많이 비어서 여유가 있으나, 캐리어를 좌석에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인지라, 불안하지만 수하물로 맡겼다.
수하물이 제때 도착하지 않거나, 어디론가 증발해버린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은지라, 지금껏 (신혼 여행 가서 프로펠러기 탈 때를 제외하고는) 수하물로 맡긴 적이 없었는데, 그 원칙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탑승객이 많이 없어서 보딩도 빠르게 완료되고,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5분 정도 일찍 출발한다.
1시간 남짓의 탑승 시간이라서 뭔가를 집중해서 할 만한 시간이 아니네. 비행기에 배치해 놓은 Skyshop 카탈로그나 뒤적거린다. 옆에 앉은 일본 아지메는 전자 스도쿠를 하고 있다. Skyshop 카탈로그에도 몇 개의 스도쿠 문제가 있던데, 당최 스도쿠가 뭐길래 전자 제품까지 나왔느냔 말인가?
나중에 찾아보니 9*9 정방형의 배열 경우의 수는 총 66해 7090경이 넘고, 스도쿠와 같이 유일한 배열로 유도하는 문제는 4만 9천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전자 제품으로 나올만한 수치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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