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도쿄 여행 26. My City 는 어디로?
니시신주쿠 西新宿 지역이 마천루로 이루어진 도쿄 정치, 경제의 중심이라면, 반대 방향인 히가시신주쿠 東新宿 지역은 환락으로서 중심가라고 할 수 있겠다.
환락가로 유명한 가부키초 歌舞伎町 가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며, 신주쿠의 종마 사에바 료 冴羽 獠 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무언가 처리하고 싶은게 있으면 여길 찾아와!
우리가 있던 니시신주쿠에서 히가시신주쿠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신주쿠 역을 관통해서 지나가야 한다. 서쪽 출입구를 들어가서 동쪽 출입구로 나오면 되는 것인데 이게 왜 이리 복잡한가?
신주쿠 역은 회사만 쳐도 5개의 철도 회사 노선이 엮여 있으며 비공식(?) 신주쿠 역인 신주쿠 니시구치 新宿西口 역과 세이부 신주쿠 西武新宿 역, 신주쿠 산쵸메 新宿三丁目 역까지 치면 그 수는 엄청나다. JR 만 쳐도 5개 노선에 157만명의 이용자가 들어오는 일본 제 1의 역인 것이다. 모든 철도 선의 이용객을 합치면 일 357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역이다. 동쪽 출구로 들어가서 서쪽 출구로 나온다는 안이한 자세로 역에 들어간다면 200개 이상의 출입구가 있는 이 역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구글신이 있지.
신주쿠 역을 지나가는 도중에 광고 보드에 카라 광고가 나오고 있다. 한 1년 동안 일본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서 한국에서는 자주 보지 못했지만 일본 안에서는 소녀시대 보다는 카라가 더 인기가 많아 보인다. 오홍... 한국 활동도 해 주세요.
구글신의 도움으로 신주쿠 역 동쪽 출구로 나와 우선 가부키쵸로 향한다.
가부키쵸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가부키 공연을 위해서 만든 계획 도시라고 한다. 처음에야 건전한 가부키 공연장 거리를 만드려는 시도였지만 실제로는 신주쿠 코마 극장 新宿コマ 하나만 만들어진 상태에서 그치고 가부키 공연장은 긴자 銀座 로 넘겨 주면서, 그 이후에는 음식점, 영화관 등 유락 시설이 늘어나더니 결국에는 클럽이나 터키탕, 호스트바와 같은 풍속점이 생겨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Angel Heart' 2권, 2001, 츠카사 호조
그 중에서 가부키쵸 이쵸메 歌舞伎町一丁目 는 특히 유명한 거리이니만큼 여러 소설, 만화 등에 등장한다. 비록 '20世紀少年 (20세기 소년)' 에서 2000년 12월 '피의 대그믐' 사건에 쑥대밭이 되긴 했지만 'Angel Heart (엔젤 하트)'에서는 2001년에도 여전히 사에코 冴子 가 서장으로서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도착한 오후 4시에는 아직 가부키쵸 이쵸메의 입구 전광판(?)이 불이 켜지지 않은 상태인데, 이 불이 켜진 저녁 시간부터 환락의 정도가 올라가면서 바로 이 가부키쵸의 속살이 드러나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 시간대의 가부키쵸 이쵸메를 잘 대변해 주는 것이 바로 이 무료 안내소일 것이다. 뭘 알려주는데 이 비싼 지역에 점포까지 차려 놓고 무료로 안내를 해 주는 것인지 궁금하지만, 그 옆쪽에 작은 글씨로 써 있는 것 중 '18세 미만' 이라는 문구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무료 안내소에서 안내해 주는 아이템은 바로 이런 것. 가부키쵸에 널리 퍼져 있는 각종 풍속점을 안내해 주는 곳이었다. 가게의 종류와 위치, 가격 뿐만 아니라 그 가게에 일하는 종업원 여성의 실제 사진까지 나와있는 책자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안내소에서 원하는(?) 가게를 선택해서 예약을 하면 안내소는 해당 업소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지만 대략의 한자와 그림만으로도 이 곳은 아마 이미지샵이겠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풍속 업속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 우리로서는 굳이 가부키쵸를 해메이고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부키쵸를 배경으로 한 만화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미 많이 변해 버린 거리의 모습에서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기는 어려울 듯.
그것보다는 오늘 아직 커피를 안 마셨는데, 어디 가서 여유롭게 커피나 한잔 하는 시간이 어떨까?
가부키쵸이쵸메를 걷다가 1953년부터 영업을 했다는 커피와 차를 파는 카페 슈 集 가 눈에 띄어서 올라갔다. 바로 옆의 도토루에 가서 안정된 맛의 커피를 먹는 방법도 있겠지만 모르는 커피숍에서 약간의 모험을 하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하루키 春樹 가 '도쿄의 커피집은 어느 정도의 품질은 보장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막상 올라가 본 슈의 문제는 맛이 아니라 가격이었다. 가장 저렴한 가격의 커피가 700 엔 円 이니까 환율 계산하면 1만원이나 하잖아. 뜨악한 가격에 섬찟 놀라기는 하였으나 모든 커피에 조각 케잌이 하나씩 제공된다는 저렴한 제안에 넘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아마도 커피는 슈의 시그니쳐 블렌드를 시켰던 것 같고, 케잌은 주문했던 것이 없어서 치즈케잌을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커피는 폰에 담아서 나오는데 평소에 먹던 것 보다는 진하지만 역시 예상했던 대로 나이스하다. 진해도 맛이 좋은데, 리필이 안되는건 좀...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좀 보내고 나서 근처의 돈키호테 ドン・キホーテ 에 가서 서영이가 사달라고 한 커비 カービィ 인형을 찾아 봤으나 없다. 일단 저녁 식사 약속 시간이 있으니 커비 구입 트라이는 여기서 마무리. 일단 신주쿠 역으로 돌아간다.
'City Hunter' 35권, 1991, 츠카사 호조
신주쿠 역의 동쪽 출구라면 바로 이 My City 가 상징이거늘, My City 는 어데로 가고 낯선 Lumine Est 란 무엇이란 말인가?
이게 뭐야..
이럴 수가. 신주쿠 역에서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풍경이 이 신주쿠 역의 동쪽 출구 역할을 하는 신주쿠 스테이션 新宿ステーション 빌딩인데, 이 마저도 2006년 초 My City 에서 Lumine Est 로 바뀌면서 전혀 낯선 건물이 되어 버렸다.
전언판 마저도... 이것도, 환상..? ...모든 것이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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