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 그 안개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파주 - 그 안개만큼이나 앞이 보이지 않는...
2009 박찬옥 연출, 이선균, 서우, 심이영 출연
2009.12. 9 18:30~ 중앙시네마 2관
박찬옥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는 항상 가슴이 꽉 메인 것 같은 답답함이 있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저 담담하게 한 가족의 삶을 보여주었던 단편 '생강'에서도 그랬었고, 역시 인물만 있고 내용은 없었던 '질투는 나의 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번 '파주'에서는 과격한(!) 내용이 더 포함되어서 나중에는 더 기억에 남긴 하겠지만, 어쨌든 이 답답함은 여전하다. (혹은 처제와 형부의 파격적인 러브스토리나 정사씬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은 다른 의미에서 답답해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답답함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과 사건에서 기인하는 것도 아니고, 철거민이라는 인물의 배경에 기인하는 것도 아니다.
박찬옥 감독의 영화가 주는 답답함은 오직 그 인물이 처해있는 과거 또는 현재의 상황, 그리고 미래에 그 인물이 처해질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 때문이다.
시간적 배경은 1996년부터 2003년까지. 7년전과 6년전, 그리고 3년전에 관계를 맺은 인물들과 사건들이 오고가지만, 그 시대적 배경은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이 시기를 관통하는 것은 원죄 의식에서 도통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식의 (이선균) 존재이다. 그가 처한 7년전의 상황,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건, 그를 둘러싼 3명의 여인.
하지만, 이들은 모두 마치 파주를 감싸고 있는 안개와 같이 무엇 하나 또렷하게 보여지는 것 없이 7년의 세월을 오고 간다.
박찬옥 감독의 전작과 다르게, 커다란 비밀을 가지고 있는 미스테리 서스펜스 영화가 되었지만(!) 그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 속의 비밀은 서로 어느 하나 파헤치지 못한 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미래를 맞이한다.
물론, 그 미래는 파주의 그 안개만큼이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 참 잔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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