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 -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진실할 수 있을까?
여배우들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진실할 수 있을까? | |
년도 : 2009년 국가 : 한국 상영 : 104분 제작 : 몽글픽쳐스 배급 : 쇼박스 연출 : 이재용 각본 : 이재용 출연 : 윤여정 (본인 역) 이미숙 (본인 역) 고현정 (본인 역) 최지우 (본인 역) 흥행 : 514,052명 (한국) | |
2009.12.30 17:00~ 시네씨티 7관. ★★★★★★☆☆☆☆ |
2008년 12월 24일. 패션지 Vogue의 화보 촬영을 위하여 6명의 여배우가 한 스튜디오에 모인다.
한국 패션 화보 사상 최초의 시도라고 밝히는 이 촬영을 위해서 모인 6명의 배우가 벌이는 촬영장에서의 모습들을 그린 영화 '여배우들'
하지만, 실제로 Vogue의 표지에 이 여배우들이 모두 함께한 화보 사진이 사용된 적은 없었고, 이는 이 영화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fake documentary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장치 중의 하나이다.
이재용이라는 정성스런 감독이 만들어낸 이 장치를 위해서, 실제 Vogue지의 편집자와 사진 작가가 실명으로 등장하고, 촬영에 사용된 의상과 메이크업, 악세사리, 컨셉 등은 영화 제작사가 아닌 Vogue지에서 담당하였다고 한다. 어디까지가 실재의 관계자이고, 어디부터가 연기하는 가상의 인물인지 모호하게 하기 위하여 참으로 꼼꼼하게도 기획하고 섭외하였다. 영화의 기획 및 제작에서 실제로 Vogue가 참여함으로써 이 조작된 documentary를 Real 쪽으로 힘차게 끌어 당기는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남 얘기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많은 사회에서 여배우로서 아직까지 살아 남았으며, 그것도 화보 촬영의 대상이 되는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간 대단한 여배우가, 과연 수많은 카메라와 조명, 붐마이크가 둘러싸인 무대 위에서 연기가 아닌 진심을 드러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과한 욕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만들어진 이미지 뒤쪽에 숨겨진 진실을 보고자 하는 대중들의 욕망은, 설령 그것이 만들어진 진실이라는 것이 뻔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진실일수도 있다고 믿는 인지 부조화의 상황, 혹은 그 만들어진 진실의 일부만이라도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었으면 좋겠다는 희망 구걸의 입장을 받아들이게 하는 커다란 힘이 되어버린다.
조작된 이미지로 대중의 욕망을 충분히 밀고 당기다가, 물고기를 물 밖으로 끌어낼 때 마지막으로 힘을 주는 것처럼, 쇼비지니스의 뒷면을 잠시라도 엿본 것만 같은 만족감을 위한 '떡밥'을 좋은 타이밍에 툭툭 던져주는 것이 바로 이러한 fake documentary나 reality show의 핵심이겠다.
이 영화에서는 마지막의 샴페인 파티가 그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진실,
처음 영화는 화보 촬영을 위해 6명의 여배우가 모이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미 친분이 있는 선후배 여배우들간에 친밀한 인사가 있고... 처음 대면하는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는 여배우들간에 어색한 인사가 있고...
실제 Vogue 편집자를 만나 상의하고, 실제 Vogue 팀이 마련한 의상을 입고, 메이크업을 받고, 실제 Vogue의 사진 촬영 작가가 촬영을 하고... 실제 촬영장에서 발생하는 작업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간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카메라 앞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고현정과 최지우의 말다툼, 그리고 '오, 사랑' 영상 통화에서 끊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극적 긴장을 위해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렇게 끊은 흐름은 뒤의 샴페인 파티를 하나의 독립된 '이면의 진실'로 보이게 해 준다.
하지만 아무리 감독이 진실된 이면을 보여주고자 해도, 여섯명의 여배우들을 공동 각본가로 올리면서까지 그녀들의 진실 또는 이면을 보여주기 위해 술과 자리를 마련해 준다고 해도... 아마도 이 대단한 여배우들은 자신들의 이면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으리라.
카메라 앞에서는 항상 계산된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것에 단련된 여배우들이, 화려한 조명과 마이크 앞에서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기에... 그래서 그 샴페인 파티에서도, 여섯명의 배우들은 평소 그녀들이 맡았던 캐릭터에서 한치 벗어남 없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닌, 할 말을 한 것이다.
그것조차 거짓.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Los Abrazos Rotos (브로큰 임브레이스) - 영화로 인해 아름다워질 수 있는 치정극
Los Abrazos Rotos (브로큰 임브레이스) - 영화로 인해 아름다워질 수 있는 치정극
2010.01.04 -
파주 - 그 안개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파주 - 그 안개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2010.01.04 -
Avatar (아바타) - 2009 제임스 카메론
Avatar (아바타) - 2009 제임스 카메론
2010.01.01 -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 김현석 감독의 야구 사랑, 두번째.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 김현석 감독의 야구 사랑, 두번째.
2009.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