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세번째 미국 여행 12. 아폴로만이 아닌 항공우주박물관
'06.9.27 (워싱턴 D.C. 현지 시각)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이 아폴로 프로젝트 Apollo Project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폴로 우주선만 전시된 것은 아니다.
우선 이름에서부터 우주 Space 보다는 항공 Air 가 먼저 들어가 있지 않은가.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대기권부터 날아야 하는 법, 그래서 당연하게도 항공에 관한 역사적인 기체들도 많이 전시하고 있다.
비행이라고 생각하면 누구든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되는 인물 혹은, 기체는 바로 라이트 형제 Wright Bros. 의 플라이어 Wright Flyer 1호일 것이다. 그리고 물론 항공우주박물관에는 꽤 큰 공간을 할애하여 라이트 플라이어를 전시하고 있다.
물론 당시에 사용했던 천들은 이미 다 헤지고 썩었을 것이기에 천 부분은 모두 개비한 것이다. 하지만 안내문에도 "This is the Real Wright Flyer" 라고 표기할 정도로 기체의 프레임만은 진짜라고 하니 믿어주자.
그런데 자료를 좀 뒤져보니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예전에 라이트 형제의 위인전에서도 읽었던 내용인데, 변변한 학벌도 없고, 연구소에 속하지도 않았던 시골 자전거포 형제가 만든 동력 비행기의 성과를 인정할 수 없다던 랭글리 Samuel Langley 박사가 대결(!)을 신청하였고, 결국 1904년 각자 제작한 동력 비행기를 시험 비행했던 일이다.
기자와 군중이 보는 앞에서 두 비행기는 비행을 시작했고, 랭글리가 제작한 비행기는 바로 강물에 추락한 반면, 라이트 플라이어는 15분간 비행하면서 완승을 거두었고, 이에 앙심을 품은 랭글리와 랭글리가 간부로 재직했던 협회는 이후 라이트 형제가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와 결과를 도용하였다고 각종 소송을 제기했었다고 한다.
웃기는 건, 랭글리 박사가 간부로 있었던 협회가 바로 스미소니언 과학협회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스미소니언 협회의 입김 때문에 라이트 플라이어가 미군의 전투기로 채택되지 않는 등 자국에서 푸대접을 받았다고 하는데, 결국에는 그 스미소니언 협회의 항공우주박물관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중요한 대접을 받는 것이 아이러니다.
심지어 라이프 플라이어 1호기는 미국이 아닌 영국의 자연사박물관 National History Museum 에 먼저 전시되었다가 1940년이 되어서야 미국으로 반납되었다고 한다.
라이트 형제가 살아 생전에 미국으로부터 대접을 못 받고, 사후에서야 각광을 받았던 것에 비해, 라이트 형제의 유산으로 당대에 영웅 대접을 받게 된 인물이 있는데, 바로 린드버그 Charles A. Lindbergh 이다.
최초의 대서양 비행 횡단자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최초의 '무착륙으로 유럽 본토까지' 대서양 비행 횡단한 비행사이다. 조건이 좀 붙긴하나 어쨌거나 대단한 업적을 세운 기체는 린드버그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기도 한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 Ryan NYP "Spirit of St. Louis" 이고, 이 기체 역시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 밖에도 최초의 음속기인 벨 X-1 Bell X-1 Glamorous Glennis , 최초의 민간투자 우주비행선인 스페이스쉽 원 Space Ship One 15P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상용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워낙에 전시물이 많아서 그냥 스윽 한번 스쳐 지나가면서 보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조금 걸린다. 전시물 하나하나 보면서 그것의 역사적인 의미와 여러가지 일화를 살펴본다면 하루 종일 관람해도 모자를 것이다. 게다가 항공우주박물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여섯개의 큰 규모 박물관이 있으니 박물관만 둘러보아도 워싱턴에서만 며칠을 묵어야 할 것이다.
슬슬 해가 질 시간이 되어 가기에, 해지기 전에 여러 기념관을 둘러 보려면 서둘러야겠다. 박물관은 여기까지, 이제 밖으로 나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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