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한은행 SOL 프로야구 준PO 2차전 두산:LG (11/5)
2020 신한은행 SOL 프로야구 준PO 2차전 두산:LG
11월 5일 (목) 18:30~22:55 잠실 야구장
9:7 두산 승 (W) 최원준 (L) 윌슨 Tyler Wilson
어제 빠르게 진행되던 경기와는 반대로 4시간에 가까운 경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만큼 이야기거리도 많았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상황도 많았다.
선발 매치업은 알칸타라 Raul Alcantara 와 타일러 윌슨이다.
20승에 빛나는, 그리고 10월들어 완전한 에이스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알카타라와 올 시즌 그다지 좋지 않았던데다 부상에서 갓 돌아와 실전에 적응하지 못한 상황의 윌슨의 대결은 원사이드 게임을 예상케 했다. 그리고 4회초까지는 이런 예상대로 그대로 흘러갔다.
경기 전체적으로 보면 결정적인 플레이는 2번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이 결정적인 플레이는 아마도 모두 다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결정적인 플레이는 모두 LG 의 홈 플레이트에서 일어났다.
2회 오재원의 2루타에 2루 주자 허경민이 득점을 하는 부분에서는 이 시리즈에서 '오재원이 미쳤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오재원의 타점은 결정적인 장면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결정적인 장면은 빅이닝인 4회에 처음 발생했다.
타일러 윌슨의 투구 동작이 느리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어서 두산의 주자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였다. 1사 1루 상황에서 주자 허경민이 도루를 시도하였고 쉽게 2루에 진루하였다. 이후 박세혁의 약간은 짧아보이는 중전안타에 2루 주자 허경민은 홈까지 파고들었다. 송구가 조금 더 길었거나, 아니면 반대로 조금 짧아서 포수가 받기 편하게 들어왔다면 넉넉하게 아웃을 시킬 수 있는 타이밍이었으나, 바로 앞에서 바운드 된 공을 받다가 포수 유강남은 뒤로 넘어졌고, 2루 주자는 별다른 제지 없이 홈에 들어왔다.
이 첫번째 결정적인 장면 이후 두산은 LG 의 마운드와 수비를 유린하였다. 방금 타점을 올린 박세혁도 바로 도루로 2루에 진출하였고, 이어진 3번의 안타와 희생플라이로 5점까지 내달았다. 알칸타라의 10월 경기를 떠 올리면 넉넉하고도 남는 점수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또 한번의 안타와 확인 사살을 하는 듯한 오재일의 투런 홈런까지 터지면서 점수차는 8점으로 벌어졌고,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 경기를 지켜보던 LG 트윈스 직원들은 어디론가 갔는지 관중석에서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윌슨 다음으로 정찬헌이나 임찬규를 내보내지 않고 진해수를 올렸는지, 그리고 진해수가 첫 상대한 오재원에게 안타를 맞고 실점을 하였는데 그 이후로 4점을 더 줄 때까지 내리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하나의 불안 요소는 알칸타라의 투구수였다. 3회까지 52구라면 점수를 주지 않은 것에 비해서 많이 던진 편이다. 1차전의 플렉센과 비슷한 수준이고, 길어야 6회정도까지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알칸타라가 강판한 이후 경기가 한 번쯤은 요동치지 않을까 싶은 불안함이 있다. 6회까지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고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요동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알칸타라에게 평소 강했던, 하지만 1차전에서 4삼진으로 부진했던 라모스 Roberto Ramos 의 홈런으로 시작됐다. 한 가운데로 몰린 공이 큼지막한 우월 홈런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그쳤다면 좋았겠지만 다음 타자인 채은성에게 던진 몸쪽 높은 공이 왼쪽 담장을 넘어가면서 경기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다.
두산의 타자는 바뀐 투수 정찬헌의 공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고, 5회에는 가을에 부진한 김현수에게까지 홈런을 맞으며 분위기는 더욱 안 좋아졌다.
결과로는 좋지 않았으나, 이 상황에서의 알칸타라 교체는 적당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구원으로 등판한 이현승이 라모스에게 더 큼지막한 홈런을 맞으면서 분위기는 더 LG 쪽으로 급격하게 흘러갔다. 크게 포효하는 라모스와 LG 의 벤치 모습을 보면 비록 3점차로 뒤지고 있지만 승리의 분위기는 분명히 LG 쪽이었다.
6회 최원준과 신민재의 대결은 두고두고 아쉽다. 신민재가 커트를 해 내면서 잘 버텨냈고, 결국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하였다. 지금까지 잘 막아왔던 홍창기마저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결국은 1점차까지 쫓겼다.
공격에서는 여전히 정찬헌을 공략하지 못하고, 수비에서는 불안불안하게 계속하여 주자를 출루시켰다.
그리고 두번째 결정적인 장면은 9회에 나왔다.
마무리 이영하를 8회말에 등판시키는 강수를 두면서 어떻게든 추가점을 내고 싶은 상황이었다. 8회 역전의 위기를 간신히 막아내며 맞이한 9회초 공격에서 김재환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물꼬가 틔었다. 당연히 다음 수순은 희생번트인데, 타구를 처리한 고우석의 송구를 2루수 구본혁이 빠뜨리면서 1사 2루 상황이 무사 2,3루로 바뀌었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포수인 이성우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1루 대주자 이유찬이 번트 상황에서 2루로, 실책 상황에서 3루까지 진루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황인데, 이유찬은 3루를 훌쩍 지나 3루와 홈의 중간까지 내닫고 있었다. 빠진 공을 잡은 구본혁은 홈으로 송구하였고, 포수 이성우가 공을 잡았을 때 이유찬은 아직 홈까지 5m 정도를 남겨 놓고 있었으나 공을 잡은 이성우는 이유찬을 태그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어? 주자가 2명이어야 하는데 왜 1명밖에 안 보이지?' 라고 생각하는 듯 완전히 허를 찔린 모양이었다.
물론 나도 이유찬이 홈에 슬라이딩하는 순간까지도 '어? 절마가 왜 저러지, 미쳤나?' 라로 생각했으니까.
이 장면에서 경기는 끝났다.
이유찬의 쇄도와 이성우의 실책, 그리고 2점차가 된 상황이 경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8회와 9회 이영하의 투구를 비교해 본다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3~5번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상대하는 9회의 이영하가 던지는 공은 자신감으로 가득찼다. 4번 라모스에게 던진 (아마도 체인지업) 3구로 헛스윙을 이끌어낸 장면을 보고서는 탄식을 내질렀다.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 본 9회는 1회 이후 첫 삼자범퇴로 마무리되었다.
자, 이제는 수원이 아니라 고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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