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비현실적인 놈, 폼잡는 놈, 웃기는 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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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 2008년
국가 : 한국 상영 : 139분 제작 : 바른손 E&A 배급 : CJ 엔터테인먼트 극본 : 김지운, 김민석 연출 : 김지운 출연 : 정우성 (박도원 역) 이병헌 (박창이 역) 송강호 (윤태구 역) 흥행 : 6,686,075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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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7.24, 14:45~17:05, 롯데 애비뉴엘 5관, 윤영신, 김영은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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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영화 뉴스판을 달구었던 영화가 드디어 개봉했다. 2007년에 완성해서 08년 깐느 필름 마켓까지 갔다왔는데, 이제서야 개봉하는 건 왜일까? 최근 계속 죽쑤고 있는 한국 영화를 (흥행면에서) 살리기 위해 여름 방학 시즌에 맞춰서 개봉한다고는 하지만, 개봉 전에 뉴스로 너무 김을 빼버렸다. 김지운 감독이 언제부터 블럭버스터 감독이었다고.
김지운표 영화?
영국의 Beck 이라는 그룹이 있다. 롹이든 브릿팝이든 여러가지 장르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놈이다. 물론 영화판에도 그런 놈이 있다. 장르 영화의 규칙에 충실하지만 진부하지 않고, 또 여러 장르에 걸쳐 모두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감독이라면 코엔 Coen 형제가 떠오른다. 그리고 한국에는 김지운이 그렇다.
김지운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다양한 장르를 계속해서 바꿔 타면서 쌓아왔고,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아 왔다. 스릴러 ('조용한 가족'), 코믹액션 ('반칙왕'), 공포 ('쓰리', '장화, 홍련'), 느와르 ('달콤한 인생') 까지. 그리고 이번에는 단연 화제를 모은 웨스턴이다.
앞서 말한 영화들은 모두 해당 장르의 규칙을 충실히 지켰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의 '놈, 놈, 놈' 은 웨스턴 장르 규칙을 잘 지켰을까?
만주 웨스턴?
감독의 의도인지, 영화사 마케터들의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이 영화는 '만주 웨스턴' 을 헤드로 내세웠다. '만주 웨스턴'이라. 그런 장르가 따고 있나? 장르는 고사하고 만주 배경의 서부영화 작품이 하나라도 있었던가?
물론 만주를 떼고 웨스턴만으로 장르는 확고하다. 존 포드 John Ford 와 존 웨인 John Wayne 이라는 걸출한 감독/배우 콤비가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세력을 넓히려는 침입자 백인 무리와, 원래의 자기 영토를 지키기 위해 맞서는 아메리카 원주민 (속칭 인디언) 들이 등장하는 내용이 전형적이다. 영화의 내용도 아주 쌈빡하게 간단하여, 백인은 선, 아메리카 원주민은 악, 그리고 선과 악의 대결, 당연하게도 선의 승리.
이후 웨스턴 장르는 수많은 분파를 이루어 내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은 spin-off 는 속칭 '마카로니 웨스턴' 이다. 세르지오 레오네 Sergio Leone 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 라는 걸출한 콤비, 그리고 리 반 클리프 Lee Van Cleef 라는 또 한명의 걸출한 악역이 확립한 이 장르는 기존의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서, 주인공 모두가 '좋은 놈' 이기도 하고 '나쁜 놈' 이기도 하지만 결국 모두 '추한 놈' 일 뿐인 국적 불명, 우리편 불명의 웨스턴으로 자리매김한다.
국적이 불명하기에 감독의 국적을 따서 붙인 장르명이 '마카로니 웨스턴' 이고, '놈, 놈, 놈' 이 제목에서 오마쥬한 'Il Buono, il Brutto, il Cattivo (석양의 무법자)' 가 바로 이 장르의 대표작이니, '놈, 놈, 놈' 의 만주 웨스턴 역시 국적 불명의 웨스턴으로 보아야 하나?
영화의 배경은 일제 치하의 만주, 한국에서 만주로 건너온 인물들. (절대로 독립 투사는 아니다.) 중간에 서재식 역의 손병호가 친절하게 현재의 역사적, 지리적 상황을 설명하려는 듯 했으나, 당시의 역사적 배경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적 불명, 우리편 불명의 영화에서 이게 중요하겠어?
엄지원이 특별 출연해서 독립군자금 어쩌고 해 봤자 대의 명분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캐릭터
송강호 주연, 이병헌 조연, 정우성 그림 좋은 배경
- 비 현실놈 : So cool, 좋은 놈
- 이름 : 박도원
- 직업 : 현상금 사냥꾼
- 과거 : 묻지 말아요.
- 성격 : 무덤덤
만주 벌판에서 한뎃잠 자면서 모래밭을 뛰어 다니는 놈이 어찌 이리도 깨끗한가? 시종일관 so cool 한 모습을 보이면서 깔끔한 외모를 자랑하길래, 난 마지막 대결에서도 총 안 맞을 줄 알았지.
초장의 기차신 이외에는 별로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없고,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지도 않는다. 마지막 추격신에서 일본군 사이 역주행이 멋졌다는 사람들이 있던데, 다케시마가 살렸다.
- 폼 잡는 놈 : So blue, 나쁜 놈
- 이름 : 박창이
- 직업 : 마적단 두목
- 과거 : 한국에서 아픈 기억이...
- 성격 : 내가 최고여.
이병헌의 필모그래프를 보면 초장은 아주 안타깝다. 역할의 대부분이 cool 한 성격인다. 여자한테는 다정다감하고 정의를 위해서 가슴에 뽕 만빵으로 집어 넣은 그 캐릭터였는데, 바로 이 캐릭터의 평면성 때문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내일은 사랑' 이나 '폴리스' 등 TV 시리즈에서 봤던 캐릭터를 보기 위해서 굳이 극장에 찾아올 사람은 없지 않겠냐, 이런 분석이다.
이후로 약간 어수룩하거나 냉혹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흥행작들은 자신의 필모에 쌓기 시작한다. 그런 성공 공식이라면 이 작품에서도 박도원 보다는 박창이를 고른 것이 딱이다. 악역이긴 하지만 '좋은 놈' 보다는 훨씬 살아있는 캐릭터니까.
- 웃기는 놈 : So wit, 이상한 놈
- 이름 : 윤태구
- 직업 : 좀도둑(?)
- 과거 : 원래는 나쁜 놈, 지금은 그냥 이상한 놈.
- 성격 : 인생 뭐, 그냥 되는대로.
송강호는 이제 전형적인 캐릭터가 되었다. 그리고 영화의 캐릭터와 송강호의 캐릭터가 일치할 때 이 배우의 연기는 폭발적이다. 송강호 자신도 '쉬리' 이후에 깨달은 바가 있곘지.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윤태구가 이끌어 나간다. 도원과 창이는 태구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을 뿐이다다. 그러고 보면 선로에서 고기를 뜯어 먹는 '좋은 놈' 과 '나쁜 놈' 위를 유유히 날아가고 있는 '이상한 놈' 을 보여주는 오프닝 시퀀스에서도 그걸 눈치챌 수 있었다.
송강호는 계속 그냥 그렇게 주욱 웃기시라. 언제가 그게 식상할 때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그게 먹힌다. '괴물' 에 이이서 '놈, 놈, 놈' 도 천만 예상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실한 스토리?
가끔 재미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약간은 그렇게 느낄뻔 했으니까.
요즘 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평을 어떻게 써야 할까를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게 된다. 감정적으로 좋은 느낌을 받는 장면 보다는 글의 소재가 될만한 부분을 찾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중간에 마음을 다잡고 그냥 즐기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이 편해지고 나니 마지막의 추격씬이 굉장히 재미있지 않은가?
스토리는 부실하다.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Transformer (트랜스포머)'는 뭐 스토리가 탄탄한가?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는 것이, 스토리가 탄탄한 웨스턴 영화는 흔하게 보지 못했다. 'The Unforgiven (용서 받지 못한 자)' 정도일까?
도원이 왜 좋은 놈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있다. 듣자하니 영화가 길어서 독립군에 협력하는 장면을 다 들어냈다고 한다.그런데 독립군에 협력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으면 영화가 오히려 더 갈피를 못 잡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마지막 추격씬에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있다. 뭐 어차피 목적지에 도착할 놈들은 주인공 3명이야. 그 놈들만 주의깊게 보면 돼. 나머지들은 다 말에서 떨어질꺼야. 오히려 마지막의 삼각 대결 구도가 좀 생뚱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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