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개발의 기억 - 중앙시네마
'방화' 또는 '국산 영화'라는 단어와 '충무로'라는 단어가 동급이었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태원을 비롯한 국내의 모든 영화 제작/수입 회사가 모두 충무로에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영화 하면 충무로였고, 충무로 하면 영화였다.
지금의 충무로는 무엇일까? 애완견? 모터사이클?
영화를 보기 시작했던 시절... 집에는 당연히 VCR이 없고, 영화라는 것은 일단 극장이었다.
강남 지역에는 변변한 극장이라곤 없었고, 집 근처에는 동시 재개봉관 (속칭 3류극장) 뿐이었다.
비록 미국에서 개봉한 후 빨라야 6개월, 보통 1~2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개봉하기는 했지만, 나름 최신이었던 영화를 보려면 지하철 3/4호선 충무로 역에 내려서 대한극장 앞에 주욱 줄을 서야했다. 대부분 인기가 많아서 조금 늦게 가면 호남정유 주유소를 돌아 한국관까지 이어진 줄 뒤에 서야했고, 그나마 정오가 지나면 '금일 매진'이라는 표시만 보고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당 시 제대로 영화를 보려면 대한, 단성사, 서울, 국도, 명보, 피카디리, 허리우드, 스카라 등 종로 3가, 을지로 3가 역을 기준으로 해서 많이 벗어나지 않은 곳에 몰려있는 극장에 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충무로에 몰려있던 영화사 중에서 우진씨네마라는 곳이 있었다.
지금은 강남 중에서도 꽤 삐까번쩍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만해도 교통 나빴던 논현동 늘봄 공원 옆에 씨네하우스라는 영화관을 만들고, 영화사 사무실을 그 곳으로 옮겼다. 당시네 정우진 사장은 영화계에서도 이단 취급을 받았지만, 어쨌든 아마도 국내에 멀티플렉스 극장을 처음으로 도입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후로 롯데월드시네마 (현재 롯데시네마 월드점), 브로드웨이, 서울극장 등 새롭게 또는 renewal 하면서 꽤 많은 수의 멀티플렉스가 생겼고, 그나마 유지되던 멀티플렉스와 단관 극장의 공생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CGV와 메가박스 등 대자본이 들어오면서 부터이다.
스크 린쿼터 등에 있어서 여전히 불리했던 단관 극장들은 멀티플렉스로 변화하든가 (대한, 서울), 대자본 멀티플렉스 체인에 흡수되든가 (단성사, 피카디리), 아니면 아예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국도, 스카라) 개중에는 업종을 변경하거나 (명보), 또는 시네마테크로 탈바꿈한 (허리우드) 경우도 있다.
중앙시네마의 경우는 좀 특이한데, 우선은 자체적으로 멀티플렉스로 변모했다가, 아무래도 입지 조건 때문인지 별다른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서는 흥행 영화보다는 단관 개봉 영화를 주로 배급했고, 나중에는 아트플러스 네트워크로 편입(?)되어 스폰지 하우스를 끌어들여 예술영화관과 같은 방식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역시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는구나. 지난 4월이었는지, 스폰지 하우스 계약이 종료되었다는 공지를 보고서는 좀 의아해 했는데, 결국 이런식으로 중앙 시네마도 재개발의 물결을 피해가지 못하게 되었다.
이로서 을지로2가 사거리을 중심으로 4개의 블럭이 모두 재개발 공사중... 이것이 바로 디자인 서울.
아, 이제 충무로 영화제나 인기없는 일본 영화는 어디서 보지?
지 금껏 중앙시네마에서 본 영화는 아래와 같네.
제목 | 번역 제목 | 감독 | 제작 | 관람일 | 상영관 | 비고 |
---|---|---|---|---|---|---|
The Hurt Locker | 허트 로커 | Kathryn Bigelow | 2008 | 10.5.27 | 6관 | |
(500) Days of Summer | 500일의 썸머 | Marc Webb | 2009 | 10.2.1 | 5관 | |
파주 | 박찬옥 | 2009 | 09.12.9 | 2관 | ||
重慶森林 | 중경삼림 | 王家衛 | 1994 | 09.10.5 | 1관 | 재개봉 |
The Third Man | 제 3의 사나이 | Carol Reed | 1949 | 09.8.31 | 5관 | 제 3회 충무로영화제 |
Alphaville, une Etrange Aventure de Lemmy Caution | 알파빌 | Jean Luc Goddard | 1965 | 09.8.25 | 5관 | |
Plastic City | 플라스틱 시티 | 余力爲 | 2008 | 09.8.10 | 6관 | |
バーバー吉野 | 요시노 이발관 | 荻上直子 | 2004 | 09.7.21 | 1관 | |
Happy Flight | 해피 플라이트 | 矢口史靖 | 2008 | 09.7.17 | 5관 | |
Parlez-moi de la Pluie | 레인 | Agnès Jaoui | 2008 | 09.7.13 | 5관 | |
잘 알지도 못하면서 | 홍상수 | 2008 | 09.5.18 | 1관 | ||
Son of Rambow |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 Garth Jennings | 2007 | 09.5.11 | 1관 | |
Volver | 귀향 | Pedro Almodóvar | 2008 | 09.5.10 | 6관 | |
The Wrestler | 레슬러 | Darren Aronofsky | 2008 | 09.4.8 | 1관 | |
阿飛正傳 | 아비정전 | 王家衛 | 1990 | 09.4.2 | 1관 | 재개봉 |
The Fall |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Tarsem Singh | 2006 | 09.1.12 | 5관 | |
Be Kind Rewind | 비 카인드 리와인드 | Michel Gondry | 2008 | 09.1.9 | 2관 | |
Eastern Promises | 이스턴 프라미스 | David Cronenberg | 2008 | 09.1.2 | 6관 | |
グーグーだって猫である | 구구는 고양이다 | 犬童一心 | 2008 | 08.10.20 | 6관 | |
転々 | 텐텐 | 三木聡 | 2007 | 08.9.16 | 2관 | |
Le Diable Probablement | 아마도 악마가 | Robert Bresson | 1977 | 08.9.5 | 6관 | 제 2회 충무로 영화제 |
2001: A Space Odyssey |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 Stanley Kubrick | 1968 | 08.9.4 | 1관 | |
Planet Terror | 플래닛 테러 | Robert Rodriguez | 2007 | 08.7.2 | 1관 | |
There will be Blood | 데어 윌 비 블러드 | Paul Thomas Anderson | 2007 | 08.4.23 | 2관 | |
Sicko | 식코 | Michael Moore | 2007 | 08.4.7 | 6관 | |
GP 506 | 공수창 | 2008 | 08.4.4 | 5관 | ||
밤과 낮 | 홍상수 | 2008 | 08.3.11 | 2관 | ||
미녀는 괴로워 | 김용화 | 2006 | 07.1.4 | 1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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