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Days of Summer (500일의 썸머) - 1st Day of Autumn
년도 : 2009년 국가 : 미국 상영 : 95분 제작 : Fox Searchlight Pictures 배급 : Fox Searchlight Pictures 연출 : 마크 웹 Marc Webb 출연 : 조셉 고든 레빗 Joseph Gordon-Levitt (톰 Tom 역) 쥬이 드샤넬 Zooey Deschanel (썸머 Summer 역) 흥행 : $32M (미국), 279,657명 (한국) | |
2010.2.1, 13:00~14:40, 중앙시네마 5관 ★★★★★★★★☆☆ |
이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Nothing is meant to be.
톰은 썸머와의 500일을 보낸 후에야 비로소 썸머가 말한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것은 없고, 이 모든건 우연이라는 것을.
Nothing more than coincidence.
사랑과 인연을 정의하는 것에 있어서 정답이 어디 있겠느냐. 과연 그 말이 나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것이 운명의 마법인 것 같은 것이고, 또 그 반대라면 모든 것은 우연히 발생한 일인 것이지.
What if 로 반복되는 수많은 가정들 중에서 하나만 빗나간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인연은 아마 없었을 것이고... 이 지극히 희박한 확률이 나에게 온 것은 우연이 아닌 운명이라고 믿는다면...
하지만, 그 운명이 나에게만 운명이고, 상대에게는 우연이었다면...
Good Days...
500일의 썸머에서 이 '썸머'는 여름이 아닌 한 여자의 이름이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는 해도, 어쨌든 영화인 이상, 영화와 같은 남녀간의 만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고 표방한 만큼 남녀가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고 끝을 낼 것 같지는 않다.
500일 중에서 200일간 만나서 행복하고, 100일간 삐걱대고, 또 200일간은 서로 헤어진 채로 단지 잊지 못할 뿐인 시간을 보내게 되는 두 사람을 보면서, 궁상 맞을대로 궁상 맞은 톰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이 과연 얼마나 그에게 공감을 가질 것인지가 이 영화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Bad Days...
결론부터 말하자면 톰과 썸머의 평범한 500일간의 시간은 거의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는 나날들의 재구성이다.
원래의 제목에 포함된 (500)이라는 숫자가 작아지고, 커지기를 반복하면서, 썸머를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어 버린 톰의 행복하기도 했던, 또 암울하기도 했던 500일간의 사건들의 시간의 순서가 아닌, 행복했던/암울했던 상황에서의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보여진다.
하지만,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톰의 시각일 뿐, 썸머는 또 다른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속편으로 '(500) Days of Tom'을 기대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톰의 입장에서 썸머와의 관계를 들여다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톰의 입장에서 함께 공감하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이미 톰은 썸머에게 홀랑 차여버렸고, 친구들과 동생 앞에서 찌질대면서 예전의 행복했던 시간을 아쉬워하던 톰을 볼 수 있다. 이렇게 500일이라는 시한부 연애담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하지만, 톰이 행복할 때에는 같이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고, 또 냉정하게 버림받을 때에는 같이 찌질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그러한 감정의 미묘한 컨트롤이 이 영화가 갖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썸머와의 첫 잠자리를 갖고 난 이후에 하늘로 붕 떠버린 톰의 기분. 길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과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싶은 톰의 마음은 객석에서 스크린을 들여다 보고 있을 뿐인 나의 기분까지 하늘로 떠 올려 보낸다.
Expectation과 Reality의 참혹하리만치 잔인한 gap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에 있었던 나의 연애담이 역시 떠 올라 썸머의 약혼 반지를 보게된 톰의 마음처럼 참담한 기분이다.
이 얘기는 각본가가 직접 겪었던 일인지는 모르겠다. 일단은 영화가 시작하면서 이 영화는 허구라고 밝히고 있으니까... (특히나 제니 빅맨 Jenny Beckman , 나쁜년에게 강조해서...)
하지만,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우연이기도 하고, 운명이기도 한 것이다. 순간 순간에는 항상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그 순간에 벌어진 사건이 향후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모르는 채 우리는 사건들은 고이 기억하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고이 기억한 몇몇개의 사건들만 가지고 우리는 우연의 확률을 계산한다. 그리고 그 계산된 확률이 지극히 희미해 질 때, 그것을 운명이라고 믿어버리는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현재를 소중히 해라.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다. (라는 철학적인 메세지를 담은 영화라고 한다면 오버인가?)
결국 여름의 마지막 날은, 결국 가을의 첫번째 날인 것이다.
Nice to meet you. I'm Autumn.
Trivia
- 영화에서는 쥬이 드샤넬이 꽤 매력적으로 나오는데, 그녀의 눈동자 색을 강조하기 위해서, 영화 전반적으로 푸른빛을 띈다.
- 톰이 썸머의 아파트에 처음 갔을 때에, 모자에 얹힌 사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는 썸머가 좋아한다는 르네 마그리트의 'The Son of Man' 그림을 따 온 것이다.
- 조셉과 쥬이가 각각 시드 Sid 와 낸시 Nancy 역할을 맡은 비디오가 제작되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Ln29hZ9hhZ0
- 톰과 친구들이 오락할 때에 나오는 음악은 'Donkey Kong'
- DVD commentary에 따르면 75% 정도는 작가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란다.
- 썸머가 아이스크림 점원으로 일하는 장면에서, 손님 중에 톰이 있다.
두 배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했더만, 조셉 고든 레빗은 'G.I.Joe: The Rise of Cobra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에서 미친 박사로 나오고, 쥬이 드샤넬은 'The Happening (해프닝)' 여주인공이다. 여기서가 훨씬 매력적인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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