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소극장 콘서트 ('18.2.15)
공연 기간 : 2019.1.16 ~ 2.24 공연장 : 구름아래소극장 입장권 : 전석 66,000원 주최 : 봄여름가을겨울 엔터테인먼트, FLAX 세션 : 김정우 (기타) 최원혁 (베이스) 유수희 (드럼) 성기문 (키보드 & 오르간) 박지은 (키보드) 김용수 (섹소폰) 박호정, 이시몬 (코러스) 게스트 : 이현도 등 | |
2019.2.15, 20:00~22:30, G9석 |
작년 말에 비보가 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상황이긴 하였고, 꽤 오랫동안 멀어졌던 분이라 덤덤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소식을 듣고 나니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학 시절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던 아티스트였다. 수도 없이 앨범을 들었고, 심지어는 동아기획에서 만든 나우누리의 봄여름가을겨울 동호회의 시삽까지 했더랬다. 콘서트를 찾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6집 앨범 제작 당시에는 기획사의 초청을 받아서 녹음실 견학과 쇼케이스에도 참석했었다. 요즘 같으면 홈마스터였구나.
2002년 이후 변해버린 취향 때문에 더 이상 봄여름가을겨울을 찾지 않았으나, 전태관님의 소식을 듣고는 언젠가 다시 한 번 콘서트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8년 헌정 리메이크 앨범이 나왔고,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에 바로 예매를 했다. 공연장은 홍대 근처의 구름아래소극장, 소극장이라고 하지만 300 여명 정도가 입장 가능한 규모이다.
올해가 봄여름가을겨울의 데뷔 30 주년이기도 하여 이미 기획된 공연이긴 했다. 물론 전태관님의 건강 상태 때문에 공연에 직접 참여는 하지 못했겠지만, 객석에서라도 자리를 지켜주는 것을 기대했더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하고, 대신 사진으로만 자리에 함께 하였다.
공연의 특성상 키보드, 퍼쿠션, 베이스 등 멤버 두 분이 아닌 별도 세션을 꾸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드럼 세트 앞에 전태관님이 아닌 다른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영 어색하다.
'친구와의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기획되었던 공연은 이제 '한때는 가졌으나 지금은 갖고 있지 않은 것. 그리고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정서를 공연의 주제로 삼았더랬다. 아무래도 전태관님이 생각날 수밖에 없는 정서의 공연이다. 예전 김광석 님이 자살(!)한 후 있었던 동물원의 공연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울한 기분으로 공연을 지켜볼 수는 없지. 흥겹게 공연을 즐기는 것이 작고한 뮤지션에 대한 최대의 공양이 아니겠는가.
무대는 LP bar 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Bar 에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키보드의 성기문님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단골 LP bar 를 찾은 손님들, 섹소폰 김용수, 기타 김정우, 코러스 박호정/이시몬, 베이스 최원혁, 키보드 박지은가 입장하면서 무대가 만들어진다. 받아들이기 힘든 드럼의 유수희도 이제는 그 자리를 인정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bar 의 주인인 김종진님이 들어오면서 공연이 시작한다.
1. "미인' from 'Mystery' + "I shot the Sheriff" Mix
2. "열일곱 그리고 스물넷" from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3. "디 밥" from 'I Photograph to Remember'
응답하라 2006
4. "영원에 대하여" from 'I Photograph to Remember'
5. "못다한 내 마음을" from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6. "전화" from '봄여름가을겨울'
엽서 읽어주는 남자 with 이현도
7. '비처럼 음악처럼' from '3집' of 김현식 with 이시몬
8. '언제나 겨울' from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10cm 편곡)
9.. "고장난 시계" from 'Grrrng!'
10. "외로운 사람들" from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
앵콜
11. "Bravo, My Life!' 뮤직비디오
12. "어떤이의 꿈" from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13. '봄여름가을겨울' from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 멤버 소개 solo
14. "바나나 쉐이크" from 'Banana Shake'
15. "Bravo, My Life!" from 'Bravo My Life'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는 괜찮다. 자리가 가운데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코러스의 소리가 조금 크다 싶은 것 제외하고는 만족할만 한 사운드이다. 큰 스피커가 눈에 띄지 않던데도 괜찮은 규모의 소리가 났고 잡음이 없었다는 것도 꽤 좋았다.
그에 반해 역시 김종진님이 많이 늙어서 예전과 같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예전과 같은 날카로움이 사라진 목소리라고나 할까?
나도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몇 몇 노래에서 울컥했다.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 때문보다는 이제는 곁에 없는 전태관님에 대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30회의 공연이다. 데뷔한 1988년부터 시작하여 매회 공연마다 한해씩 더해 가면서 시간 여행을 한다. 2월 15일 저녁 공연은 19번째 공연으로 데뷔 후 19년차인 2006년이 된다. '응답하라 2006' 이라는 코너를 만들어서 당시의 시대상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활동을 소개해 주는데, 아쉽게도 2006년은 그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아니어서 근황이라고는 본인의 결혼식 뿐이다.
공연장 로비에서 과거의 추억에 대한 엽서를 써서 우체통에 넣었는데, 그 중에서 몇 편을 뽑아서 읽어주는 코너도 있다. 매일 다른 게스트들이 참석하여 엽서를 같이 읽어주는데, 오늘의 게스트는 이현도다. 그래서 관중 중에 이현도 팬들이 몇 명 눈에 띈다. 이현도는 예전에 '사랑해' 를 리메이크 하는 등 데뷔 전부터 봄여름가을겨울 팬이었다고 한다. 그 인연으로 오늘 게스트로 왔는데, 살은 왜 이리 많이 찐 것이냐.
공연이 종료된 후 리메이크 앨범에 사인을 받으며 몇 마디 나눴는데, 에전 나우누리의 봄방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기억을 하시더만.
안녕. 쓸쓸해져 버린 내 20대 초반의 추억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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