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형제 - 이 영화, 참 말랑말랑하다.
2010 장훈 연출, 송강호, 강동원, 전국환, 고경남, 윤희석 출연
2010. 2.18 10:25~ CGV 강변 Star 3관
남한의 전직 국가 요원과 북한의 남파 간첩.. 두 사람이 서로를 경계하면서 같은 일을 하게 된다. 딱히 눈에 띄는 여자 등장 인물도 없고, 거친(?) 남성 2명이 나오는 첩보물.. 겉보기에는 꽤나 하드보일드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영화관을 찾았다.
게다가 감독도 장훈 아닌가. 전작 '영화는 영화다'에서 후까시 쫙 뺀 갯뻘 결투신을 잘 찍어낸 감독이기도 하고...
영화는 급박한 대공 첩보 작전으로 시작한다.
남측으로 귀순한 전향자를 암살하려는 북한 공작원 송지원과 (강동원), 이를 막기 위한 국가 정보원 대공 3팀장 이한규 (송강호) 팀의 작전. 감독도 밝혔듯이 'Bourne Identity (본 아이덴티티)'를 떠올리게 하는 수미의 추격전은 이 기대를 십분 만족 시켜준다.
꽤 흥미 진진한 추격전...
지금까지의 남북을 다룬 영화에서는 이러한 첩보전이 증강되어 국제적인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커다란 사건으로 발전하지만, 이 영화는 아무래도 남북 관계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그 대신 이 과정에서 동료 공작원이었던 태순의 (윤희석) 밀고와, 또 암살 과정에서 어린 아이를 살리려는 지원의 쓰잘데기 없는 행동 때문에 북한 킬러인 그림자로부터 (전국환) 배신자로 오해받게 되어 남측과 북측에서 모두 쫓기는 신세가 되는 지원과, 한편, 암살을 저지하기는 커녕 공작원 2명을 모두 놓치고, 부하 요원까지 잃게 되어, 남북의 화해 모드 전환과 더불어 국정원에서 실직하게 되는 한규의 이후 얘기를 다룬다.
6년이 지나고, 한규는 도망친 사람을 찾아주는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도망간 베트남 신부를 찾으러 갔던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지원을 발견한다. 한규와 지원은 서로가 서로를 바로 알아보지만, 둘 모두 상대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믿고, 서로를 자신의 감시하에 두기 위해서 묘한 상태로 동업과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 영화는 액션 장르에서 로드 버디 장르로 급변한다.
둘은 우리 나라에 위장 결혼한 후 도망친 (주로) 베트남 신부를 찾아주고 돈을 받는 흥신소를 계속해 나가면서 지역을 떠 돈다.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서 한규의 집에서 동거를 하게 되는데, 이러면서 로드 무비는 다시 멜로 또는 가족 영화 장르로 탈바꿈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시 북한 킬러 그림자가 등장하면서 액션으로 마무리를 짓게 되지만
고향에 두고온 가족을 생각하면서 주어진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을 고대하는 지원과, 주어진 임무 때문에 곁에 있는 가족을 돌보지 않는 한규. 이 둘은 이런 저런 이유로 갈라선 (사실은 도망간) 가족을 다시 엮어주는 일을 같이 하면서, 이 둘이 서로의 빈 가족의 자리를 메꾸어주며 서로에게 형제 또는 부부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한규의 집에서 하는 서로의 짓거리는 형제가 아니라 , 의심많은 부부들의 상호 감시다.)
'형이라고 불러봐.' / '싫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이러한 가족의 의미(?)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물론 이 분단의 현실에 대해서 냉정하게 또는 감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도 않다. 우연히도 분당의 상황을 그려서 크게 성공한 '공동 경비구역 JSA'와 '쉬리'에 모두 송강호가 출연하는데, 분단의 상황이 주된 내용이 되는 그 두개의 영화에 비해서, 이 영화에서는 분단이라는 상황을 가볍게 다루면서 넘어간다. 10년이라는 세월 덕분에 드디어 우리도 분단을 컴플렉스로 느끼지 않을 여유를 갖게 된 것일까?
어쨌거나 분단이라는 특별한 상황을 이용해서 감정을 짜냈던 기존의 영화에 비해서, 좀 더 보편적인 가족의 정서를 이용한 면에 점수를 더 줄 수 있겠다.
한규 역할을 하는 송강호의 연기는 훌륭하다. 하지만, 송강호의 연기가 훌륭한 것은 이런 캐릭터로 한정된다. 적당히 진지하고, 한없이 껄렁한 이런 역할이야말로 송강호의 연기를 끌어내는 재료가 된다. (많은 사람이 보지는 못했겠지만, '동창회'라는 단편 영화에서 술 마시며 깐죽대던 역할이 바로 송강호 연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쥐'를 보지 않아서 뭐라고 얘기를 할 수 없는데, 송강호의 출연이 호평을 받은 영화들에서의 송강호가 맡은 캐릭터를 보면, 아이러니하고 또 슬프게도 송강호 연기의 한계를 볼 수 있다. ('초록 물고기', 'No.3' '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괴물', '놈놈놈'은 모두 호평을 받았지만 캐릭터가 평이했고, '밀양'은 전도연에게 밀리고, '남극일기'는 평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쉬리'는 최악이다.)
송강호는 영화를 끌어가는 힘이 있는데 반해서, 강동원은 영화를 고르는 힘이 있다. 이명세, 송해성, 최동훈에 이어서 장훈까지 실력있는 감독의 영화에서 모두 주연을 맡으며 실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 같은데.. 강동원 역시 연기의 폭이 한정되어 있다. 바로 이전의 '전우치'에서 약간의 폭을 넓히는 시도를 했지만 그닥 호평을 받지 못한 것을 봐서는, 역시 꽃미남계 배우의 험난한 연기자로서의 길이 쉽지는 않은 것이다.
어쨌거나 연기력으로 승부한다는 송강호와 아직까지는 외모로 승부하는 듯 한 강동원이 한 영화에서 만나게 되면, 한명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서 다른 한명이 박살나 버리든가... 또는 두명 모두 서로의 단점만 끄집어 내버리게 되는 끔찍한 결말을 내게 될 것이 걱정되는데... 이 영화는 다행히도 (혹은 원래가 대중을 위해서 만들어진 말랑말랑한 영화니까..) 송강호의 연기력과 강동원의 외모 (또는 후까시)를 적절하게 끄집어 내어서, 서로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잘 타협하여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행시', 'M', '전우치'로 이어지는 강동원의 발전은 이 영화에서 아쉽게도 한발 뒤로 물러섰다.)
어쨌거나 재미가 있고... 두달간 계속되어 온 'Avatar (아바타)'의 흥행 독주를 끌어내린 위력이 있긴 하다만...
영화가 너무 말랑말랑하여... 1천만을 넘기기 위해 필요하다는 어떤 파급 또는 집단 감정을 끌어내지는 못할 것 같다. 현재 2주만에 2백만까지는 왔는데... 4백만까지는 가겠는데 5백만은 고비가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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