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Llewyn Davis (인사이드 르윈) 2013, 에단/조엘 코엔
여전한 당혹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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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 2013
국가 : 미국 상영 : 104분 제작 : StudioCanal 배급 : CBS Films 각본 : 조엘 코엔 Joel Coen , 에단 코엔 Ethan Coen 연출 :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 오스카 아이작 Oscar Isaac (르윈 데이비스 Llywen Davis 역) 캐리 멀리건 Carey Mulligan (진 Jean 역) 저스틴 팀버레이크 Justin Timberlake (짐 Jim 역) 흥행 : $13.2M (미국), 105,592명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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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9, 16:20~18:10, CGV 강변 4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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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코엔 형제
2000년대에 들어서 1년에 한 편 정도 꾸준하게 영화를 만들어 오던 코엔 형제가 2010년의 'True Grit (더 브레이브)' 이후로 3년간 잠잠했다. 그렇다고 그 실력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어서 깐느 심사위원 대상 Cannes Grand Prize of the Jury 를 수상하면서 복귀했다. 밥 딜런 Bob Dylan 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포크 가수 데이브 밴 롱크 Dave van Ronk 를 모델로 한 것이라는 이야기는 많지만, 공식적으로 이 영화는 오리지널 픽션이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 안에서 르윈의 솔로 앨범명인 'Inside Llewyn Daivs' 는 데이브 밴 롱크의 앨범 'Inside Dave van Ronk' 제목과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겠지. 심지어 앨범 사진의 고양이까지.)
'The Ladykillers (레이디킬러)'에서도 그랬듯이 설령 이 가수를 모델로 했다고 하여도 그 안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는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는 무관하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야기꾼들이 아니었던가.
예술가의 고뇌?
뒷 골목의 작은 포크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공연이 끝나고 나도 돌아가서 몸을 누일 곳이 없어 친구의 집이나 우연히 알게된 사람의 집 소파에서 하루하루를 지내는 무명 가수의 이야기. 듀엣으로 발표한 앨범은 좀 알려졌지만, 파트너가 자살한 이후에 발매한 솔로 앨범은 거의 팔리지 않고 소속된 회사에서도 제대로 밀어주는 것도 아니다.
이 와중에 동료 커플 중 진이 임신한 것이 자신 때문일지도 몰라서 짐 몰래 중절 수술도 알아봐야 하고, 우연히 하루 머물었던 골페인 Gorfein (에단 필립스 Ethan Phillips) 교수의 고양이를 잃어버려서 찾기서 돌려줘야 한다.
돈이 필요해서 급하게 세션을 맡아준 짐의 노래 'Please, Mr. Washington' 은 히트할 조짐이 있지만, 선금을 받기 위해서 저작권은 이미 포기한 상태다. 이상한 놈들과 동승하여 어렵게 찾아간 시카고 Chicago 의 클럽 게이트 오브 혼 Gate of Horn 에서의 오디션에서는 역시나 퇴짜다.
예술가의 고뇌를 그려내는 측면에서 본다면 'Barton Fink (바톤 핑크)'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좁은 복도에 낑겨서 어렵사리 들어가 문을 두드리는 장면은 마치 흘러내리는 바톤 핑크 방의 벽지가 생각나게 한달까?
하지만, 르윈의 처지는 바톤의 그것과는 좀 다르다. 바톤은 자신의 예술에 대한 자존심과 자신을 둘러싼 이상한 호텔의 환경과 제작자의 상업성 때문에 고뇌하지만, 르윈은 짐의 말마따나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살아가고, 살아간다. 딱히 음악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없이, 이리로 저리로 부유하면서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음악을 그만두고 옛 애인을 찾아갈까도 고민하고, 또 생계를 위해서 항해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을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다시 기타를 잡고 포크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그것은 그냥 부르게 되는 것이랄까?
여전한 코엔의 유머
영화가 시작되고 음침한 포크 카페 가스라이트 Gaslight 에서 'Hang me, oh hang me' 라고 노래하던 르윈은 누구인지 모르는 신사에게 불려 나가서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은 이유를 알고 있었던 듯) 얻어 맞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의 집 소파에서 잠이 들었고, 자신을 깨우는 건 고양이다.
영화의 마지막 역시 가스라이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르윈은 신사에게 불려 나가 얻어 맞는다. 이제는 관객들도 이유를 알고 있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골페인 교수의 집이고, 역시 고양이가 르윈의 잠을 깨우고서 집의 복도를 유유히 걸어 나온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율리시스 Ulysses '. 숱한 역경을 딛고 마침내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오딧세우스 Odysseus 라틴어 이름이 아니던가. 르윈의 삶 역시 고양이 율리시스가 뉴욕 어딘가에서 헤메이다가 자신의 집인 골페인 교수의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이 여러 좌절을 겪다가 결국은 포크 가수로서의 삶을 돌아오는 것이라고? 하지만 르윈이 겪은 역경이라는 것은 신화 속의 오딧세우스가 겪었던 역경과 비교해도, 또 고양이 율리시스와 비교해 보았자 (비교가 되기에 오히려) 짜잘한 것들이 아니었는가 싶다.
콘돔을 사용했지만 결국에는 친구의 여자 친구를 임신시키고, 마음 먹고 오디션을 보러 먼 길을 떠났지만 솔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듣게 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항해사가 되려 하지만 밀린 회비와 분실한 자격증 때문에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것 저것 시도해 보다가 결국에는 다시 클럽 가스라이트로 돌아오긴 하지만, 숱한 역경을 거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고 하기에는 실소를 머금게 된다.
뭔가 더 있다.
사실 영화를 보고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당혹스러움이었고, 이 당혹스러움은 코엔 형제의 영화를 봤을 때 몇번 쯤 느꼈던 것이었다. 최근 코엔 형제의 영화는 거의 대부분 하나의 우화인데 차라리 'No Country for Old Men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와 같이 직접적일 경우에는 그 은유를 찾아내기가 쉬울텐데, 최근의 'A Serious Man (시리어스 맨)' 과 같이 '거 참, 뭐가 있는 것 같은데 뭔지 당최 모르겠네.'와 같은 당혹감을 주는 경우에는 황망하다. 이런 건 'The Big Lebowski (위대한 레보스키)' 나 'O Brother, Where art Thou? (오 형제여, 어디있는가?)' 에서도 동일하게 받았던 당혹감이다.
하지만 그 은유를 찾아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단순한 음악 영화로서도 손색이 없다.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감독이다 보니 음악 영화도 멋지게 만들어 냈는데 짐 역의 저스틴 팀버레이크 외에 르윈 역의 오스카 아이작이나 진 역의 캐리 멀리건은 가수가 아닌 전문 배우임에도 가수 못지 않은 가창 실력을 보여준다. 다만 이렇게 완벽하게 사용되는 음악 때문에 코엔 형제가 음악 뒤에 숨겨 놓은 진의를 (혹시나 있다면) 더욱 찾기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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