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 쇼 - 드디어 한국에도 본격 폭로 다큐멘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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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맛 쇼 드디어 한국에도 본격 폭로 다큐멘터리가... |
한때 나의 삶에 '먹는 낙'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한 5년 전쯤인데 저녁에 술을 마셔도 꽤 근사한 곳에 가서 맛있는 안주를 함께 했고,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도 회사에서 좀 멀다 싶은 곳 까지 먹으러 갔더랬다.
물론 TV에서 하는 소위 '맛집 프로그램'도 빼 놓지 않고 봐 왔고,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MBC '찾아라! 맛있는 TV' 였다. 진행자가 바뀌어서 재미가 없어지고, 또 주말에 야구하러 나가느라 이 프로그램을 안 본지가 꽤 되어 가는데, 대체 요즘에는 어떻게 하기에 이렇게 조롱거리가 되었는지.
사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정말로 맛있는 집이 있으면 얼마나 있기에, 이렇게 쉬지도 않고 매주 맛집을 소개할 수 있겠는가. 어느 정도 소재가 될만한 맛집이 떨어졌으면 프로그램을 접거나 해야 하는데, 또 이게 기본적인 시청률은 보장해 주니까 그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겠고... 기왕 유지하는 거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게 가게로부터 제작비+수고비 정도 받아주고, 대신 가게에 대한 긴 광고 내보내주고... 서로 win-win 하면서 유지되기에, 차마 끝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꼭 이런거 붙여놔야 장사가 되나?
방송에서의 조작이야 이 분야 뿐만도 아닌 것이고, 또 접대 받고 거짓 맛집 기사 내는 것도 하루 이틀 벌어지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에 대해서는 '속는 놈이 바보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열 받는 상황은 그 중간에서 거마비를 뜯어먹는 이상한 놈들 부류.. 소위 맛 컨설턴트라는 존재들...
그나마 좀 맛있는 음식이라도 만들어서 소개한다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화면에만 그럴싸하게 보이는 듣보잡 음식을 만들어서는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광고비를 뜯어가는 것. 내가 낸 음식값의 일부가 이런 놈들에게 들어간다는 것인데...
영화의 내용이야 그렇다 치고...
내용의 사실 여부 보다는 가진자의 권리 보호를 더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까지 이런 본격 폭로 다큐멘터리가 나오지 못했었다. 2005년 '그 때 그 사람들'은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극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3개의 장면이 완전히 허황된 얘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삭제 후 상영 판결을 받을 정도로 이런쪽에 경직된 사회 환경 탓에 어느 정도의 조작이 포함되는 폭로 다큐멘터리는 무리라고 생각했었다.
미국이야 표현의 자유가 헌법 1조에 나올만큼 다른 권리에 비해서 높은 우선권을 가지고 있어서 'Fahrenheit 9/11 (화씨 9/11)'이나 'Sicko (식코)'와 같은 마이클 무어 Michael Moore 의 폭로 다큐멘터리나, 'The Yes Men Project (예스맨 프로젝트)' 와 같은 조작 다큐멘터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식당을 차리고 사기꾼 맛 컨설턴트와 프로그램 외주 제작업체를 끌어들여서 그들의 뒷모습을 다큐멘터리가 우리 나라에서 제작되어 버젓이 극장에 걸리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다시 영화를 살펴보자면...
조작 다큐멘터리 치고는 꽤 규모가 커서 (스스로도 블럭버스터급이라고 밝혔는데...) 실제로 일산에 가게를 얻어서 가짜 맛집을 꾸미고 조작을 시작해 나간다.
각종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하여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투입될 가짜 손님 역할로도 출연하였으며, 실제로 차린 '맛'집을 통하여 꽤 유명하다는 이 방면 사기꾼 컨설턴트를 초빙하여 실제로는 먹을 수도 없는 엉터리 메뉴를 만들어서 '찾아라! 맛있는 TV'에 실제 출연하기까지 한다.
안선생님이 개발한 죽말 돈까스
영화의 내용이야 조작된 미디어에 대한 고발과, 그 미디어에 속고 있는 (혹은 속임수에 동참하고 있는) 시청자들에 대한 비판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본격적인 고발 다큐멘터리의 신호탄이 된 것 같아서 흡족하다.
Trivia 1. 한창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즈음에 충무로 밥집 골목에 있는 '삼우정'이라는 고등어 김치찜 하는 가게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중에 '찾아라, 맛있는 TV' 프로그램의 제작진을 봤다. 즐겨 보고 있는 프로였기에 '잘 보고 있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더니, 출연 한번만 해달라고 하더라. 그 당시만 해도 가짜 손님 미리 데리고 가는 짓은 안 했나 보다. 어쨌거나 출연을 정중히 고사한 것은 지금 생각하면 다행...
Trivia 2. 즐겨 구독하는 초 유명 맛집 블로거 건다운님이 영화에 출연한다. (이 분 역시도 거지 블로거 파워 블로거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2년여간 봐 왔던 행태를 봤을 때에는 별 문제는 없어보이는데...) 어쨌거나 이 분이 밝혀주신 '트루맛 쇼' 출연한 요식업계의 마이더스 손, 임선생님이 스스로 밝힌 화려한 업적들...
그 중에서 영화에 등장한 내용만 추려보면, 초대박 캐비어 삼겹살, 통오징어 삼겹살, 무한리필 오리 등등
Trivia 3. 영화의 나레이션은 박나림 아나운서가 맡았는데, 박나림 아나운서 역시 '찾아라, 맛있는 TV'의 '스타맛집' 코너에 출연했더랬다. (영화 엔딩 자막 올라갈 때에 그 장면이 나온다.) 본인은 이 영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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