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8월의 영화
8월에는 이사가 예정되어 있어서 많이 보지 못할 것 같기는 하지만, 쟁여놓은 한국 대작들이 풀리기 시작해서 틈틈히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밀수'로 시작한 한국 영화 개봉 러시는 바로 그 다음주 '더 문', '비공식작전'으로 완전히 망해버리고 다행히 그 다음주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그나마 반타작 정도 건졌다.
이사 후에는 메가박스 아트나인이 가까워져서 자주 가게된 것이 좋은 점이랄까.
밀수 8/2 CGV 여의도 8관 ★★★★★★☆☆☆☆ |
1. 23년 여름 한국 영화 4대장 중의 선봉장.
2. 4개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선봉을 치고 나간다는 것은 대단한 자신감일 것이다. 2-1. 1주만에 개봉관 뺏길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 2-2. 아, 근데 작년 4대장 중에 첫 빠따가 '외계+인' 이었네. 3. 전작 '모가디슈'가 현실에 단단히 발 딛고 있었다면, 3-1. 이번에는 살짝 들떠있는데, 다행히 둥둥 떠 다니지는 않다. 4. 시대적 배경은 70년대이고, 이 때문에 올드하고 만화스럽다. 4-1. 이런 걸 '키치'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다르게 쓰이는 듯. 5. 배우들의 연기도 일부러 그 방향으로 설정되었다. 5-1. 김혜수, 박정민, 조인성, 다 그렇고, 고민시의 연기는 극에 달한다. 5-2. 김종수의 연기가 땅에 발을 디디로록 버텨준다. 6. 염정아의 연기에 대해서는 말이 갈린다. 6-1. 현실감을 지탱해주면서 중심을 잡는다 vs. 혼자만 연기가 겉돈다. 6-2. 뭐가 되었든 영화를 보면서 염정아의 연기가 계속 생각을 하게 되는 건 감점 요인 아닐까? 7. 누구의 연기가 거슬리든 그건 감독의 선택 문제이지, 연기자의 능력 부족은 아니다. 8. 연기가 어쨌든 영화가 재미가 있으면 됐지. 물론 '밀수를 옹호하는 거냐' 는 식으로 다큐로 받아들이는 분들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도. 9. 다만, 류승완의 영화에 기대하는 바는 충족되지 않는다. 9-1. 다같이 침/피를 흘리면서 개싸움 하는 것 말이야. 10. 대신 해저에서 벌어지는 해녀 vs. 조폭의 대결이 신선하다. 물론, 타격감은 한참 못 미치지만. 11. '범죄의 재구성' 같은 최동훈 삘이 더 많이 나는데. |
Barbie (바비) 8/6 CGV 야탑 8관 w.은서 ★★★★★★☆☆☆☆ |
1. '바비' 가 미국에서 '오펜하이머'와 같이 박스오피스를 갈고 있다고...
2. 전설적인 바비 인형을 마고 로비가 맡았다고 하니 그럴만 한데. 3. 막상 보고 나니 '한국에선 안 될거야' 라는 평가에 동감을 하게 되었다. 4. 그레타 거윅 감독이나 마고 로비 배우의 전작의 페미니즘 성향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4-1. 전작들을 많이 봤지만,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거지, (내가 배웠던 것과 다른 개념의) 꼴페미 내용은 아니었잖아. 4-2. 그랬다면 미국에서도 흥행하지 못했겠지. 5. 오히려 '토이 스토리'의 안티테제라고 할 수 있지 않나? 5-1. 물론 '바비 월드' 가 현실의 미러링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5-2. 만약 그런 의도라면, 바비랜드를 이렇게 비현실적이고, 만화같이 구축하지는 않았겠지. 6. 영화는 아이러니가 꽤나 많이 포함되어 있다. 6-1. 켄덤의 음모를 깨기 위해서 바비(들)의 여성성을 강조하는 방법을 쓰는 것부터가 문제. 7. 그런데 예전에 미니스커트가 여성의 주체적 권리를 상징하다가, 지금은 성 상품화의 상징으로 쓰이는 것이 더 아이러니 아닌가? 8. PC (Politically Correct) 하다는 것이 애초에 조롱의 의미로 시작한 것이긴 하지만, 8-1. 이 영화는 PC 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그냥 그렇게 얘기하고 싶어했던 영화로 보인다. 9. 바비 인형 역시 여성의 주체성을 내세웠던 것이 아니었던가? 10. 우리나라에서 안 되는 이유는 10-1. 우리는 바비를 잘 모르고. (우리는 시크릿 쥬쥬였지.) 10-2. 그래서 바비가 가지고 있는 문화 내에서의 함의를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10-3. 나도 '토이 스토리' 에서 본 바비가 전부였지, 많은 배리에이션이 있는지 몰랐음. 11. 존 시나가 나오네. 12. 헬렌 미렌이 나온다고 해서 루스 헨들러 역할인 줄 알았는데, 목소리만 나온다. 13. 페미니즘 계몽 영화라고 하는 평가에는 전혀 동감하지 않는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 8/9 롯데시네마 판교 7관 ★★★★★★★☆☆☆ |
1. 작년에 이어 한국 영화 4대장을 꼽았으나, 작년만 못 한 듯.
2. 그래도 4개 중에서 가장 기대가 크다. 2-1. '잉투기' 라는 영화를 보지는 않았는데, 평이 좋아서. 3. 재난 영화지만, 재난 장면이 그리 많이 나오지는 않고. 4.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멸망'한 상황이라서 재난 이후의 상황에 집중한다. 5. 버릴 것 버리고, 집중할 것 집중했다. 6. 잃은 것은 개연성, 얻은 것은 확장 가능성, 아낀 것은 예산. 6-1. 예산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7. 개연성을 잃었지만, 시종 모순 없이 같은 톤으로 유지해 냈다. 8. 개연성 or 부연 상황을 많이 덜어내다보니 박서준, 박보영의 캐릭터 매력이 많이 부족하다. 8-1. 박서준은 완전히 흑화될 수도 있었는데, 이리저리 바뀌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데. 8-2. 박보영은 좀 더 발암캐가 되었다면 재미있었을 것 같고. 8-3. 박지후와 함께 발암 역할을 하는 것이... 9. 이것을 메워주는 것이 김선영의 연기, 그리고 넘치게 하는 것이 이병헌의 연기. 10. 잔치 장면에서 이병헌의 플래시백에서 '아파트'를 부르는 장면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압권이다. 10-1. 노래를 부르는 이병헌의 표정과 주변을 메우는 주민들의 춤사위는 이 영화의 베스트 샷이다. 11. '밀수' 가 홀로 치고 나가고, '더 문' 과 '비정상 작전'이 망해가는 상황에서 희망을 조금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인데. 11-1. 영화는 재미있는데, 어두운 쪽으로만 가는 불편함이 있으니까. 12. 정당성을 얻지 못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13. '확고한' 낙원 or '콘크리트 뿐인' 낙원 |
めがね (안경) 8/12 CGV 오리 8관 ★★★★★★☆☆☆☆ |
1. 오기가미 나오코의 신작 '강변의 무코리타' 개봉을 맞이하여 '안경'도 재개봉.
2. '카모메 식당' 의 고바야시 사토미가 이번에도 주인공으로 나온다. 3. 배우 돌려쓰기에 능한 감독님이시라, 모타이 마사코와 이치카와 미카코도 출연한다. 4. 뭔가 묘한 공동체에 끼어들게된 주인공의 구도는 '요시노 이발관'이나 '카모메 식당' 에 이어서 여전하다. 5. 이 공동체의 공통점은 영화의 제목대로 안경이다. 6. 하지만, 짐을 버리지 못하는 타에코는 아직 이 공동체에서 겉돌뿐이다. 7. 빙수를 먹고 메르시 체조를 하면서 비로소 '하마다'에 스며든다. 7-1. 다행히 '요시노 이발관' 의 마을에 동화되는 것처럼 불편하지 않다. 8. '타소가레루' 가 특기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9. 봄에만 운영하는 사쿠라의 빙수집. 빙수 가게는 아니다. 여름이 되면 문을 닫는다니. 10. 카세 료가 출연하는데 목소리 듣기 전까지 알아보지 못했다. |
Ennio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8/13 CGV 오리 8관 ★★★★★★☆☆☆☆ |
1. 개봉 후 오랫동안 못 보다가 어쩌다 상영 시간이 맞아서 관람 성공
1-1. 그러니까 러닝 타임을 너무 길게 가져가지 말라고. 2.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너무나도 유명하니 설명이 필요한가? 3. 토르나토레 감독과는 몇 편의 인연이 있지만, 그 중에 '시네마 천국' 이 있으니 말 다 했지. 4. 20년 7월 6일에 타계하셨다고 추모글을 올린 적 있는데, 이 다큐 제작 도중에 타계하셨네. 5. 워낙 위대하신 분이니 이 분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분들이 많이 나온다. 6. 존 윌리엄스, 한스 짐머 등 동료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롤랑 조페, 올리버 스톤, 쿠엔틴 타란티노 등 작품의 감독을 맡은 동종 업계 분 들 뿐 아니라. 7. 폴 사이먼, 브루스 스프링스틴, 제임스 핫필드, 퀸시 존스 등 음악계에서도 대거 출연 7-1. 응? 팻 메시니가? 8. 영화음악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고, 그 이전 클래식 음악 시절도 적절히 조명한다. 9. 하지만, 영화 음악을 빼 놓을 수 없는 것 아닌가. 10. 오스카 본상 수상을 하지 못하고 공로상을 먼저 받으신다니? 11.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미션' 이 최고봉 아니겠습니까? 12. 음악에 비해서 다큐가 그렇게 훌륭한 편은 아니다. 좀 더 짧았으면.. |
川っぺりムコリッタ (강변의 무코리타) 8/25 CGV 여의도 5관 ★★★★★★★☆☆☆ |
1. 무코리타. 하루의 1/30 정도의 시간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모호율다의 일본식 발음이다.
2. 영화에서는 어느 시골 동네의 하숙/게스트하우스 이름이다. 3. 오기가미 나오코의 작품인만큼 소규모 공동체이다. 4. 그리고 이 소규모 공동체에 들어온 타케시다. 5. 그러나 조금 다르다. 5-1. 기존의 작품에서는 소규모 공동체의 공통점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고, 5-2. 그 이후에 전입자가 내면에 있는 공통점을 깨닫거나, 동화되는 순서였다. 6. 이 공동체의 공통적은 죽음을 주변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7. 켄이치 부자에게는 그 점이 보였지만, 8. 죽음을 직접 면하는 것은 다른 인물들보다 타케시가 먼저다. 9. 그리고 하나씩 드러나는 그들의 죽음 이야기들이 역순으로 등장한다. 10. 또한 여타의 작품들과 반대로 켄이치를 통해서 그들의 공통점을 깨닫게 되는 순서다. 11. 타케시가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제의까지. 12. 타케시는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L 이었군. 12-1 게다가 집주인 아주머니는 라이토의 동생이라고? 외톨이 L 을 품어주는 야가미 가문이로군. |
수라 8/26 메가박스 Artnine 0관 ★★★★★★☆☆☆☆ |
1. '아수라' 라는 단어 때문에 어감이 좋지 않지만, '수라'는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는 뜻이다.
2. 전북 군산시 옥서면 서쪽으로 주소 없이 위치한 수라갯벌 3. 삼보일배로 반대 의견을 전했던 것으로 기억되는 새만금 방조제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이곳은 최근 새만금 공항으로 다시금 언급된다. 4. 이 작품은 수라갯벌에 터를 잡은 황윤 감독은 오래전 포기했던 다큐멘터리를 다시 시작해 완성해낸다. 5. 수라갯벌에 먼저 자리를 잡고 새를 관찰하는 동필과 그의 아들 승준을 좇는다. 6. 감독이 작품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십분 이해했지만, 7. 담담하게 수라갯벌의 아름다음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벌새 8/29 메가박스 Artnine 0관 ★★★★★★★★☆☆ |
1. 과연 이 영화는 어떤 주제를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일까?
2. 성수대교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기리는 것인가. 3. 대치동이 상징하는 한국 교육 제도의 문제에 대한 것인가. 4. 혼탁한 세상에 진정한 멘토는 누구일까를 다룬 것인가. 5. 가족 구성원의 일탈과 가부장적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6. 사춘기 소녀가 겪게되는 인간 관계의 어려움에 대한 것인가. 7. 이 모든 것이 켜켜이 쌓여 다층적으로 해석되는 영화가 되었다. 8. 그것도 장편 데뷔작이라니. 9. 여러가지 이야기를 다층으로 쌓으면서 은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어디에서나 흔희 볼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게 된다. 10. 모든 것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한 시대의 스냅샷을 중학생의 시점으로 담담히 나열한다. 11. 불안함 혹은 PTS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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