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2월의 영화
2월은 전통적으로 비수기이지만, 그래도 볼만한 영화들이 몇 개 개봉해서 많이 갔다. 그리고 간만에 시사회 기회가 생겨서 3월에 개봉하는 '스즈메의 문단속'을 2주 정도 먼저 봤다.
Irma Vep (이마 베프) 2/1 CGV 압구정 Art 1관 ★★★★★★★☆☆☆ |
1. 영화를 찍는 영화... 에 대한 영화
1-1. 라고 생각하면서 본 영화는 이 영화인가, '바빌론' 이었던가? 2. 사실 그거보다 중요한 건 장만위/장만옥의 첫 해외 영화 출연작이라는 것. 3. 감독님이랑 결혼도 했던데. 4. 모티브가 되는 무성 영화는 실제로 존재하는 영화다. 4-1. 에피소드 10까지 있다는데, 그러면 영화가 아니라 시리즈물 아녀? 5. 영화 제작을 위해 바쁘게 돌아가는 기획사에 던져진 장만위/장만옥 6. 찍으라는 영화는 안 찍고 파티하기 바쁘네. 7. 감독은 한 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퇴락한 신세 7-1. 그 역할을 장 피에르 레오가 맡았다고 해서, 이걸 누벨바그 시대의 종말이라고 하는 건... 8. 장만위/장만옥의 연기를 저질 액션 영화에서만 본 감독이라. 9. 프랑스 영화의 위기, 그래서 어쩌겠다고. 10. 이마 베프가 뭔 뜻이 있나 싶었는데 Vampire 의 애너그램이었다. 11. 정성일 평론가의 GV 제목이 "오로지 영화에 미쳐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는 당신을 위해.." 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영화에 미치지는 않았나 보다. |
Aftersun (애프터선) 2/7 CGV 압구정 Art 2관 ★★★★★★★☆☆☆ |
1. 20년전 아버지와 갔던 튀르키에 여행을 되짚는 소피
2. 소피가 볼 수 있던 과거는 홈비디오어 찍혀있는 아버지의 모습 3. 그리고, 소피가 겪은 일, 소피가 보았던 아버지의 기억 4. 단지 그것 뿐이었을까? 영화에서는 소피가 보지 않은, 볼 수 없는 사각 영역까지 화면에 담아낸다. 5. 소피의 20년 삶으로 메꾼 기억의 공백. 6. 아마도 캘럼은 비디오 테이프와 튀르키에에서 산 러그를 소피에게 보냈나보지. 7. 아마도 소피가 떠난 뒤에, 캘럼은 스코트랜드로 돌아가지 않았을테지. 8. 어쩌면 캘럼은 튀르키에에 남아서 자살한 것이 아니었을까. 9. 혹시나 그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지 않았을까. 10. 제목 '애프터선' 은 정말로 햇볕에 태운 후 바르는 크림을 뜻하는 것이라면 10-1. 즐거운 일광욕 뒤에 남은 따가움을 달래줘야 하는 무언가가 소피에게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
Babylon (바빌론) 2/12 CGV 판교 3관 ★★★★★★★☆☆☆ |
1. '라라랜드' 감독의 그 후속편... 이라기 보다는
2. '사랑은 비를 타고' 의 어두운 버전. 2-1.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 대한 영화에 대한 영화. 3. 제목은 '바빌론'. 역사상 가장 화려(?)했다던, 그래서 결국에는 없어져버린 왕국. 4. 그 왕국에서 이뤄지는 화려하고 난잡한 파티. 4-1.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주변인. 5. 물론 이 파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이 있고, 그 분이 진짜 주인공. 6. '사랑은 비를 타고' 의 주인공은 대사/노래라는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외모만을 가진 (연기에 재능이 없는) 무성 시대의 스타를 극복하고 스타가 된다는 내용이라면, 7. '바빌론'의 주인공은 외모도 출중하고, 대사도 잘 되는데. 7-1. 사람 잘 보고, 고마움을 알고, 의리 있고. 7-2. 게다가 시대의 흐름을 캐치해서 빨리 나아가자고 하는 훌륭한 인물인데. 8. 콘래드 정도의 배우도 결국 시대에 흐름에 따라서 (7과 같이 아무리 재능있고, 노력한다 해도) 결국은 스러진다. 9. 그렇지만 그렇게 스러져간, 콘래드처럼 위대했던, 르로이처럼 잠깐 반짝했던, 매니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던... 10.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헐리우드여 영원하라! 11. 시드니 정도가 그 궤적에서 벗어난 삶 아닐까. 12. 여러가지 주제/관점으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워낙에 등장 인물이 많았어야지. 13. 졸라 길어. |
다음 소희 2/14 CGV 용산아이파크몰 2관 ★★★★★★★★☆☆ |
1. 뭐가 그렇게 급하고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났을 때 내 집 앞에 파 한단이 놓여져 있으면 좋겠단다.
2. 운동 삼아 슬슬 걸어갔다 와도 될 것을 굳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오토바이를 부른다. 3. 나의 편함을 위해서 누군가가 불편함을 짊어지게 된다. 3-1. 아침에 끓이는 국에 파를 썰어 넣기 위해서 누군가는 밤잠을 자지 않고 상하차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3-2. 한번 전이된 불편함의 부담은 역방향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4. 남에게 전이한 불편함에 대한 죄책감을 더는 방법은 상품화. 5. 더 많은 불편함을 짊어지도록 강요하는 죄책감을 더는 방법은 타자화 6. 이 둘을 합쳐서 물화 (物化) 라고 하지. 7.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사람을 숫자로 치환하는 것이다. 7-1. 소희는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엑셀 상의 1이 된다. 8. 소희는 인격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녀가 댄싱을 좋아했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의미가 없다. 어머니에게조차. 9. 김시은 배우는 처음 보는데, 배두나가 아닌 김시은이 주인공 아닌가. 10. 배두나가 맡은 오유진 형사는 실상 관객의 역할이다. 극 내에서의 관찰자가 아닌 관객 11. 관객의 생각을 대신 말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12. 고객 상담 외주사를 관리하는 원청사의 담당 조직장을 4년간 맡았는데, 여전히 나는 엑셀의 숫자만 보고 있다. |
Saving Private Ryan (라이언 일병 구하기) 2/20 Netflix on OLED TV ★★★★★★★☆☆☆ |
1.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극장에서 못 봤는데.
1-1. 오마하 해변의 상륙작전은 대형 스크린에서 보고 싶어서 재개봉을 기다렸으나, 기약이 없네. 2. Dolby VIsion 되는 TV, Atmos 되는 JBL 사운드바 환경에서 Netflix 의 4K remaster 로 감상 3. 내용은 다 알고 있는데다가 뻔하다. 4. 아무리 형제들이 다 죽었다 하더라도, 라이언 일병 하나 구하겠다고 8명의 부대원을 사지로 보낸다? 5. 미국 시각의 전쟁영화에 대한 비판은 뻔하다. 6. 하지만, 감독은 스필버그고 그는 내 머리 꼭데기 위에 앉아있다. 7. "한 명 구하려고 왜 8명이 가야하지? 우리들도 엄마가 있는데." 7-1. 부대가 구성되지 마자 가장 큰 비판점을 먼저 깐다. 8. 다음으로는 포로로 잡지 않고 놓아준 독일군. 8-1. 전쟁 영화에서 항상 타자화하는 적군에게도 약간의 서사를 부여하며 비판을 살짝 비켜간다. 9. 마지막으로는, 온갖 희생 끝에 찾아낸 라이언 일병. 9-1. 라이언은 자신을 귀향하라는 명령을 듣지 않고 '어머니에게 동료들과 함께 남아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준다. 10. 전사자들의 묘를 찾아 오열하는 영감님이 밀러 소위인 줄 알았는데, 라이언 일병이네. 11. 처음 30분간의 오마하 해변 상륙 씬만 보면 되지 뭐. |
Ant-Man and the Wasp: Quantumania (IMAX 3D)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2/21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 ★★★★★★★☆☆☆ |
1. '앤트맨' 은 마블의 사가를 이끌어가는 역할이 아니고, 따로 노는 개그캐 아닌가?
2. 거기에 멀티버스 사가의 메인 빌런인 정복자 캉이 나와서 기대감이 달라진 것이 문제 3. IMAX 상영은 그렇다 치고, 용산 기준으로 3D 상영은 한번 뿐, 나머지는 2D 인데 왜지? 3-1. 3D 가 비싸서 안 볼거라 생각하는 건가? 4. ANT MAN 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해서 Q-ANT-U-MAN-IA 로. 5. 이런 저런 사정으로 양자 영역으로 일가족이 모두 들어가서 캉을 만난다. 6. 영화를 이끌어가려면 캉은 나쁜 놈이고, 앤트맨+가족들이 힘을 합쳐서 이기겠지. 6-1. 양자 영역에서 30년 짬밥을 먹은 재닛이 역할이 중요하겠군. 7. 앤트맨의 매력은 싸우는 것 보다 개그를 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데. 8. 그런 의미에서 친구 루이스가 등장하지 않는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다. 8-1. 그 역할을 모독/대런이 대신 하는데 좀 약하네. 9. 실망한다면 사가를 이끌어 가야 할 캉이 좀 약하다는 건데. 10. 일단 '로키'에 나왔던 '계속 존재하는 자' 맞지? 10-1. 설정 상으로는 그 많은 캉이 못 죽였는데, 앤트맨/와스프 조합으로 처리하다니. 의외로 안 강한 것 아녀? 10-2. 심지어 수트빨이잖아. 소멸 빔 정도 밖에 없는데. 10-3. 31세기 기술력을 가졌다면서, 21세기의 재닛이 고치던 코어를 못 고치네. 10-4. 21세기 기술력으로도 양자 영역에 포털을 만들 수 있는데, 그걸 못하네. 11. 크고 작아지는 것 중에서 작아진 이후의 대결 무대(?)가 또 매력인데. 토마스 기차 같은 거 말이지. 11-1. 이건 배경도, 캐릭터도, 제국도 모두 '스타워즈' 잖아. 12. 신성한 시간선 무너진거랑 양자 영역과는 뭔 관계야? 12-1. '로키 2' 에 나오겠지. |
Missing (서치 2) 2/22 CGV 판교 3관 ★★★★★★★☆☆☆ |
1. '서치' 의 후속편이지만, 제목은 'Missing'
1-1. 하긴 전편의 제목도 'Search' 가 아니고, 'Searching' 이었지. 2. 전편의 센세이션을 업고 싶었겠지만, 아무래도 이건 핸디캡이다. 3. 전편을 볼 때는 '언제까지 모니터 화면만 나오나 보자' 라는 생각이 '오~ 끝까지...' 까지 이어졌다면, 3-1. 이번에는 '이거 모니터 화면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의심 4. 하지만, 이런 핸디캡을 안고서 끝까지 잘 끌고 간다. 5. 영화를 끝까지 보면 'Searching 2' 가 아니라 'Missing' 인 이유를 알게된다. 6. 전작에서 아빠가 어떻게든 딸의 흔적을 찾다가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가는 반면 7. 이번에는 오롯이 사라진 엄마를 추적하는 것에 집중한다. 8. 시작부터 맥 OS로 시작해서 맥 OS 로 끝난다. 8-1. 심지어 iOS 화면도 아님. 8-2. 아이폰에 앱 설치하는 방법이 앱스토어가 아니라니. 9. 폭풍 검색 끝에 단서를 찾아내면서 방향이 전환된다. 9-1. 이럴 줄 알았는데, 저런 것이었네. 저럴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이었고. 10. 전편이 Google 과 facebook 정도였다면, 이번에 google은 물론이고 CCTV 와 데이트앱, 용역 매칭앱 등 까지 확장 11. IT 에 익숙한 딸이 주인공이라, 그 속도감이 대단하다. 12. 잠깐, 저 딸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아빠랑 욕배틀 하던 걔 아녀? |
すずめの?締まり (IMAX) (스즈메의 문단속) 2/24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 ★★★★★★★☆☆☆ |
1. 오우, 간만의 시사회.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다.
2. '너의 이름은.' 로 빵! 뜬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2-1. 3년 전에도 이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더랬지. 2-2. 19년에 미디어 어쩌구라는 수입사가 '너의 이름을' 의 10배 넘는 가격으로 사 왔다는 소문이.. 2-3. 이번에는 얼마나 줬으려나? 3. '너의 이름은.' 이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1위인데, 곧 바뀌지 않을까? 3-1. 그런데, 1위 탈환하는 작품이 이게 아니고 '슬램덩크' 인 것인지라. 4. '너의 이름은.' 을 기점으로 두 남/여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엇갈리며 끝나던 엔딩이 바뀌었는데. 5. 이번에도 역시 두 주인공의 재회로 끝을 맺는다... 고 봐야겠지? 6. '너의 이름은.' 에서 두 주인공이 엇갈리다가, 서로를 바라 보는 것에서. 6-1. '날씨의 아이'에서는 히나를 구하기 위한 호다카의 선택. 6-2. 이번에는 반대로 소타를 구하기 위한 스즈메의 희생. 6-3. 도지시라는 가업(?)을 맡는 주인공도 여자에서 남자로 옮겨 감. 7. 순수한 청년 시절 vs. 어른의 사정이라는 대결 구도도 약해졌다...기 보다는 거의 없다고 봐야. 8. 소년과 소녀의 연결에 대한 긴장감이 많이 없어졌다. 소녀와 의자.. 라니. 8-1. 그 의자는 결국에 타임 패러독스로. 9. 액션 또는 스펙터클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많아진 건 좋은데... 9-1. 중간 중간에 뭔가 터지면서 감정을 2시간 동안 쌓아 올렸던 전작에 비해서 클라이맥스가 약한 단점이. 10. 재미는 있지만, 훌륭하다고 하기는 애매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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