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싱가포르 여행 2. 떨리는 마음으로 출발
'22.9.25 (한국 시각)
자, 이제 슬슬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짐은 다 챙긴 것 맞겠지? 싱가포르 Singapore 가서 뭐가 문제될 것은 없지? 라는 물음은 언제나 같다. 싱가포르 달러를 하나도 가져가지 않지만, 미국 달러를 많이 챙겨가니까 문제될 것은 없다.
USIM 을 한국에서 받지 않고, 싱가포르에서 받는 것으로 구매한 것도 마음에 걸리지만 현지에서 못 받으면 로밍도 있으니까 문제 없다.
오히려 문제는 공항으로 가는 교통편이 후지다는 것이다. 운중동을 지나던 공항 버스 노선이 코로나 시대에 폐쇄되면서 서현까지 가서 공항 버스를 타거나, 광역버스로 서울역에 가서 공항 철도를 타는 방법뿐이다. 둘 다 거지같고, 귀국하고 돌아와야 할 시간이 새벽이라서 차를 가져가기로 한다. 넉넉하게 여유 시간을 갖고 공항으로 출발한다.
장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항으로 들어간다. 3년만에 오는 공항이라 감개무량할 줄 알았으나 덤덤하다. 뭔가 일이 있었는지 16:55 에 출발하려던 SQ 601편의 출발 시각이 17:15로 밀렸다. 20분 정도면 준수하지, 어차피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낼 요량이었으니까. 보조 배터리를 핸드 캐리에 가져가야 하는지, 수화물로 붙여야 하는지 늘 헷갈리지만 티케팅 부스에 친절한 안내가 붙어 있다. 집에서 제대로된 선택을 해서 별 문제 없이 짐을 붙이고 보딩 패스를 받았다.
면세점이 많지만 전혀 눈길이 가지 않는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 안에도 술은 팔테니까.
곧장 라운지로 갔다. 공항 로비와 티케팅 부스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코로나 시대의 현상을 보는 것 같았는데, 막상 라운지에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 시대 이전과 비교해도 적은 편이 아닌데, 아무래도 여행자들은 한국에 묶여 있어도, 출장자들은 비지니스 급을 이용해서 출국을 하니 라운지에 사람이 많은가 보다.
출발까지는 시간 여유가 좀 있다. 북적대는 라운지에서 간신히 자리 하나를 찾아서 시간을 보낸다. 올라온지 며칠 안된 레벨업 프로젝트 시즌 5의 1/2회차를 정주행하면서 와인을 홀짝거린다. 비행기를 타면 바로 식사를 줄 것 같기에 안주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다양한 와인을 맛본다. 와인 말고도 여러가지 종류의 위스키도 있지만, 만취 상태로 타면 안되니까 와인 정도로 만족해야겠다.
안주를 가지러 가기 위해서 이동하다가 허석준 전무님 같은 사람을 보았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확신하지는 못했으나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뭐, 굳이 아는 척 할 필요는 없으니 모른 체하며 지나갔는데, 나중에 보니 같은 항공편이었다. 큰 상관 없지.
슬슬 비행기를 타러 간다. 15분 정도 지연이 있지만 스케쥴에 큰 무리는 없다.
지난 '20년 1월 이후 2년 반이 훌쩍 지나고서야 비행기를 타니 많이 낯설다. 싱가포르 항공은 처음인 것 같은데 뭐가 다른지 한번 둘러봐야지. 비행 시간이 6시간이니 당연히 플랫 베드 좌석이다. (하지만 자면서 시간을 보내기는 아깝지.) 지난번 멕시코 항공의 좌석에 비하면 발을 뻗는 공간이 매우 넓다. 그리고 옆에는 짐을 살짝 놓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등받이 왼쪽에 슬라이드 도어가 있어서 열어보니 여기에 안내 책자와 물 한 병, 헤드셋이 놓여 있고, 전원 콘센트가 있다. USB 충전기도 2개 포트나 있다.
책자를 보니 고수와 같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쉐프의 사진까지 소개를 하고 있다. 흠, 요리사의 사진보다는 음식의 사진을 올려주는 편이 좀 더 도움이 될텐데. 영어로 써 있는 메뉴는 아무리 봐도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다. 한식 메뉴와 나라를 알 수 없는 외국식 메뉴가 있는데 서울에서 출발하는 비행편에서 한식을 먹을 수는 없으니 당연히 양식을 선택한다. 외국식 메뉴는 선택한 후에 항상 후회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어설픈 한식을 선택할 수는 없지.
메뉴 뒤에는 또 몇 명의 사진이 나온다. 와인 감정사라고 하는데, 감정사의 수보다 와인의 종류가 더 적은데 이건 어떤 의미냐. 오히려 칵테일의 종류가 더욱 다양하구나.
웰컴 드링크로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다. 책자에는 Red 와 Fortified 가 각 하나씩 소개가 되어 있고, 다른 와인이나 샴페인 종류는 없다. Fortified 라는게 뭔지 몰랐는데, Kopke 10 years 인 걸 보니 포트 와인 Port wine 인가보다.
안주로 닭꼬치에 약간은 매워보이는 소스가 올라간 것을 주는데, 동남아 치킨 요리인 사타이 Satay 라고 한다. 책자의 저녁 메뉴에도 나와 있는데 양파와 오이 다진 것이 들어간 매운 땅콩 소스라고 한다. 와인과 어울리는 맛은 아닌데, 내가 언제 그런거 따졌나.
다운로드 받아간 'Ms. Marvel (미즈 마블)' 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식사 시간이 되었다. 몇 가지 메뉴 중에서 포도주 소스로 만든 치킨 요리를 선택했다. 포도주 소스에 포도주를 곁들여 마시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다. 지금까지 기내식 중에 비빔밥이나 미역국 등 한식을 제외하고는 모든 메뉴들의 간은 모두 한결같이 매우 센 편이어서 내 입에는 잘 맞지 않다. 짜니까 술이나 더 먹어야지.
식사를 하고 조금 쉬면서 술을 깨고 나니 싱가포르에 도착하였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에 왔던 것이 2013년이었으니 벌써 9년 전이다. 이번이 세번째 창이 공항 경험인데, 오늘 도착한 터미널 2는 낯이 익지는 않다. 처음 온 터미널일 수도 있고, 그동안 리뉴얼을 했을 수도 있지.
입국 심사대 앞에는 SG Arrival Card 를 작성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작성 가능한 PC 가 있다. 나는 한국에서 작성을 했으니 바로 심사대로 간다. 역시나 전산화가 되어 있어 여권만으로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별도로 인쇄해서 가져간 SG Arrival Card 도, 싱가포르향 백신 접종 증명서 모두 따로 제출하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 흠. 정보화 사회.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면세점이 하나 보인다. 롯데가 창이 공항에 주류 면세 사업권을 받았다는 기사를 봤는데, 출국장 뿐 아니라 입국장에도 있구나. 싱가포르에 주세가 비싸서 여기서도 파는 것인가?
트렁크를 찾아서 USIM 을 받으러 간다. 한국에서 USIM 을 구매했는데, 배달할 시간이 애매해서 현지에서 수령하는 것으로 구매했다. 입국장의 환전소에서 받을 수 있는데, 문제는 내 앞에서 USIM 을 사려는 놈이 시간을 끄는 것이다. 처음에는 선불 USIM 을 사는 것 같이 대화를 하더니만, 얘기가 발전해서 monthly plan 에 대해서 한참 상담을 하는 것 같다. 말레이시아로 왔다갔다 하는 얘기는 왜 하는 것이냐?
결국 앞의 녀석이 30분 정도를 끌면서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다. USIM 을 바꾸어 끼고 인터넷이 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랩 Grab 으로 차를 불러 호텔로 이동하였다.
호텔에 도착하니 벌써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다. 체크인을 하고 호텔 방을 찾아가려고 보니 기대했던 것 보다도 시설이 고급이다. 어, 이러면 싱가폴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 보다 호텔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아보이는데?
방에 들어가니 TV 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Bonjour Mr. Rhie" 라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가 묵는 방이 이 호텔 안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곳에 위치하기는 하나, 그래도 전체적으로 좋은 시설이라서 만족스럽다.
시간이 늦었지만, 어떤 시설이 있는지 호텔 여기 저기를 둘러보았다. 여기 시각으로 새벽 1시이지만, 한국 시각으로는 새벽 2시니 이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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