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택으로 가기, 혹은 서울 떠나기 프로젝트 3. 한옥의 삶 알아보기
꽤 오래 전에도 아파트 대신 주택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은 종종 있었고, 그 중에서 도심의 한옥 지구를 잠깐 알아본 적이 있었다.
당시 스크랩 해 두었던 기사를 잠깐 되짚어 본다.
매일 경제 2007.6.4
햇살 좋은 5월 마지막 날 서울 계동 한옥 대청마루에 주부 셋, 파란 눈을 가진 스위스인 남성이 한데 둘러앉았다. 모두 최근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 가회동과 계동 한옥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웃사촌`이다. 주부 이난희 씨(51)는 경기도 부천에 있는 57평짜리아파트를 처분하고 지난해 한옥으로 옮겨왔고, 차영민 사단법인 한국차문화협회 이사(63)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한남동 아파트를 훌쩍 떠나 2005년 가회동 한옥으로 이사를 왔다. 김영심 아영 FBC 실장(40)은 지난해 말 스위스인 남편(롤랜드 히니 부산정보대학 호텔조리과 교수)과 계동 한옥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을 사로잡은 한옥의 매력은 뭘까. 불편한 점은 없을까. 북촌 한옥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아파트를 떠난 이유
- 이난희 씨: 저는 부천 아파트에 살면서도 계속 내집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는 57평까지 평수를 늘렸는데도 만족스럽지 않더군요. 백화점에도 걸어갈 수 있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는데도요. 답답했어요. 강남만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도 열받더군요. 한옥으로 옮겼더니 신경 안 쓰이고 속편해서 좋아요.
- 차영민 씨: 맞아요. 한옥에 살면 재테크나 경제 관념과는 거리가 자연스럽게 멀어져요. 저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한옥에 끌렸어요. 자연과 가까이 살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네 살짜리 손자를 데리고 사는데 엘리베이터 사고가 많이 나니 걱정도 많이 되곤 했죠. 시간이 지나니 요즘 한옥 값도 많이 올랐다고 하던데요.
- 김영심 씨: 전 남편이 외국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옥에 사는 걸 생각해보게 됐는데 남편도 여기로 온 뒤론 너무 재미있어 해요.
- 히니 씨: 예전에 살던 아파트도 한강변이라 물 위에 떠 있는 느낌인데 여기가 훨씬 좋아요. `진짜 집` 같아요. 땅이 가까이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 이젠 아파트로 안 돌아갈래요. 한옥 `지붕`이 참 멋져요.
- 이씨: 전 시골로 갈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대학생 아이 둘 집을 따로 마련해야 하고 남편도 서울에서 밥벌이를 해야 하니 어렵더라고요. 애들이 `엄마가 원하는 집 갖는 대신 교통 편리한 곳으로 옮기자`고 해서 이 동네로 왔어요. 우리 남편도 `놀 공간`이 있어 좋아하더라고요.
- 차씨: 대학생 제자들이 종종 집구경을 와선 `정말 좋아요. 저도 이런 데 살고 싶어요`라고 하죠. 호호.
- 수리는 꼭 해야 해요
- 이씨: 한옥으로 이사할 생각을 하고 먼저 인터넷으로 가격을 알아봤는데 완전 엉터리였어요. 아파트 값이랑 비교해서 훨씬 남겠구나 했더니 아니더라고요. 실제 부동산을 돌아보니 훨씬 비쌌어요. 한옥을 사려면 확실히 발품을 팔아야 해요.
- 차씨: 저는 2005년에 들어왔는데 그때만 해도 이 정도 가격은 아니었어요. 자리 안 좋은 데는 평당 1300만원에서 좋은 곳은 2500만원까지 한다더라고요. 대부분 수리를 해야 하는데, 그래서 비용이 훨씬 더 들죠. 말은 리모델링이지만 거의 다 뜯어내고 새로 짓다시피 해요. 요즘 개축 비용은 평당 1000만원 정도 든대요. 집 고치는 3개월 동안 호텔생활까지 감수했죠.
- 이씨: 비싼 자재를 쓰면 또 가격이 올라간다더라고요. 공사기간도 길어요. 우린 겨울을 끼고 공사를 했더니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저희는 이사올 때 수리비 포함해서 평당 2500만원 정도 든 것 같아요.
- 김씨: 저흰 사실 전세 1억5000만원에 살고 있어요. 지난해 말에 들어왔는데 사려고 했더니 부동산에서 처음 한 2년 정도 살아보고 결정하라고 하더라고요. 이 동네 전세는 싼데 구하기가 힘들어요. 이사오면서 싱크대 붙박이장 등을 짜넣으면서 수리비로 420만원 정도 들였던 것 같아요. 저희는 집주인이 잠깐 중국에 나가게 돼서 주인이 기르던 강아지까지 함께 맡고 있어요. 하하. 그런데 1년도 채 안 살았는데 벌써 사기로 결정했죠.
- 한옥에 사는 재미
- 김씨: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 아파트에 살 때는 바깥이 추운지 더운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그리고 저는 마당에 물 뿌리는 걸 정말 좋아해요.
- 히니 씨: 저는 이쪽으로 이사한 후 자동차 운전을 거의 안 해요. 지하철역도 걸어서 10분이거든요. 예전보다 더 많이 걷기 시작했어요. 또 왕궁도 많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지역이어서 느낌이 특별해요.
- 이씨: 제일 좋은 점은 빨래를 볕에 말릴 수 있다는 거예요. 아침 저녁으로 걷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집도 개축을 해서 옛날 한옥처럼 불편한 게 전혀 없어요.
- 차씨: 손자가 마당에서 물장난을 하며 노는 모습 보는 게 참 즐거워요. 아파트에 살 땐 손자가 기침도 많이 했는데 여기서는 기침도 싹 사라졌어요.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지면 참새들이 마당으로 내려오기도 하고. 며칠 전에 비 왔잖아요. 비올 땐 정말 좋아요. 비가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흙냄새까지 정말 좋아요.
- 차씨: 그러다보니 이웃과도 가까워져요. 직접 기른 채소도 나눠 먹고 자연스럽게 친해지죠.
- 김씨: 여기선 이웃이랑 안 친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처음 이사왔을 땐 광화문우체국에 몇 번이나 우편물을 찾으러 갔어요. 아파트는 나 혼자도 살 수 있지만 한옥은 친해야 돼요. 이웃에게 선물도 주면서 택배나 물건 같은 것도 좀 받아 달라고 하고요.
- 히니 씨: 파티도 자주 해요. 친구들을 초대해 바비큐도 구워 먹고. 사람 사는 것 같아요.
- 이씨: 삶의 속도가 느려져요. 즐기면서 살 수 있죠. 문화적으로도 풍요로워져요.
- 차씨: 그리고 한옥이 추울 거라고 하는데 오히려 아파트보다 따뜻해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죠. 이사오면서 방범장치도 설치했는데 오히려 안 쓰게 되더라고요. 이웃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든든하기도 하고요.
- 김씨: 맞아요. 아파트에서는 관리비도 많이 나왔는데 여긴 별로 안 나와요.
- 좁은 골목길은 문제
- 차씨: 골목길이 많다 보니 화재 났을 때 소방차가 제대로 들어올 수 있는지 걱정이에요. 주차 문제는 `거주자 우선 주차`를 신청하면 되는데 이것도 3개월마다 한 번씩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좀 번거로워요.
- 이씨: 저는 원래 벌레를 굉장히 안 좋아하는데 파리가 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작은 벌레 정도야 뭐!` 하고 넘어가죠. 그래도 한옥에 들어와서 얻은 게 훨씬 많은 것 같아요.
- 차씨: 가회동 주변엔 일반 주택보다 공방, 박물관이 많아서 조금 무서워요. 시에서 관광코스로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만들어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어요. 그리고 제대로 정비가 안 돼 집안에 서울시 소유 공간이 들어와 있는 사례도 있는데 정비가돼야 할 것 같아요.
- 히니 씨: 그리고 계동은 아직 많이 지저분해요. 사람들도 쓰레기를 함부로 내다버리고.
- 김씨: 그래서 이 사람이 자기가 계동 동장으로 나가서 거리 캠페인을 벌여야겠다고 한다니까요.
- 히니 씨: 여긴 관광객도 굉장히 많이 찾아요. 점점 더 많은 한옥이 들어서는 것도 좋고요. 주민들도 예쁜 동네를 더럽히지 않고 더 예쁘게 가꾸었으면 좋겠어요.
북촌의 한옥마을로 이사하여 거주하는 4명의 인터뷰 기사이다. 어느 정도로 솔직하게 말했고, 기자가 정리하면서 얼마나 덜어냈는지는 모르겠으나, 몇 개의 지점에서 내가 바라던 바를 짚어주거나, 혹은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어 표시를 하였다.
아무래도 서울 도심에 위치하는 만큼 비용은 높겠지만, 예상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다른 기사를 하나 더 짚어 본다.
매일경제 2007.6.4
서울에서 한옥이 가장 많은 곳은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이다. 가회동, 삼청동, 재동, 계동, 원서동 등 11개동을 묶은 북촌에는 한옥 900여 채가 있다. 30~40평대가 가장 많으며 매매가는 평당 1300만~1500만원대다. 가격은 주로 차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와 경사도에 따라 차이난다. 도로와 접해 상가로 활용할 수 있는 한옥은 평당 3000만~5000만원까지도 나간다. 전세는 30평형이 1억~1억5000만원, 40평형은 1억5000만~2억원 선이다. 하지만 30평형은 마당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건평은 16~20평형밖에 안 된다.
37년 동안 가회동에 살았다는 김 모씨는 "10년 전에는 평당 300만~350만원이었다"며 "지금 정독도서관 자리에 경기고등학교가 있을 때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 추억 때문에 한옥을 구입하러 오기도 한다 "고 말했다.
북촌에서 한옥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가회동 31번지.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씨가 거주하는 곳도 여기다. 가회동 대성부동산 관계자는 "한옥이 가장 많고 전선이 땅속으로 깔리는 지중화공사가 비교적 잘돼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가격대가 많이 오르면서 최근에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옥을 구입해 수리할 때 정부에서 무상으로 3000만원을 지원해준다. 저리로 2000만원도 추가로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설계를 미리 제출해 심의를 받아야 하고 구조변경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제약이 있다. 북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수리비가 평형대별로 차별되지 않고 정액으로 지급되는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개조비용은 어떻게 고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평당 700만~800만원은 들어간다. 30평형대 건평이 16~20평형인 점을 고려하면 1억2000만~1억5000만원은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운치 있는 생활에 대한 환상 때문에 한옥 구입을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주차장이 없어 불편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겨울에는 가스 사용료가 70만~80만원으로 만만찮다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의 문제 외에도 북촌 지역은 개발이 제한되어 있어 마음대로 설계를 변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무래도 한옥, 그것도 서울 한가운데의 한옥에 대한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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