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현실이어서 더 오싹한
년도 : 2009년 국가 : 한국 상영 : 128분 제작 : 바른손 배급 : CJ엔터테인먼트 연출 : 봉준호 각본 : 박은교, 봉준호 출연 : 김혜자 (엄마 역) 원빈 (윤도준 역) 진구 (진태 역) 흥행 : 3,013,523명 (한국) | |
2009.6.9, 11:30~13:30, Cinus 명동 1관 손상목과 함께 ★★★★★★☆☆☆☆ |
'현실적이어서'가 아니라 '현실이어서'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작은 사건은 현실적인 픽션이라기 보다는 실제의 현실을
영화가 개봉하기 전, 봉준호 감독과 김혜자 배우의 만남이 화제가 되었다. (감독과 주연 배우가 미팅하는 것이 왜 화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대부분의 기사에서 배우 김혜자 앞에는 항상 '국민 어머니'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는데, 이는 마다도 '전원일기'에서 보여준 이미지 때문일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김수미는 주장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표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현실 그대로 보여주었다.
'살인의 추억' 이후로 봉준호 감독의 별명이 봉테일이 되어 버린 채 몇년간 그렇게 굳어져 왔지만, 아마도 이 별명은 영화에 드러나는 소품에 대한 디테일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점을 (영화 스토리와 상관 없더라도) 스윽 끌어드리는 세밀함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단편 데뷔작이었던 '지리멸렬'에서부터 시작해서 '플란더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까지 영화의 시놉시스와 맞물려서, 혹은 전혀 상관 없이 문득문득 드러내는 배우들의 대사에서 보여지는 풍자는 그를 봉테일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게 만들어준다.
디테일은 나의 힘
"한대 맞으면 두대 쳐라"엄마가 도준에게 가르쳐 준 이 가르침이 바로 이 영화를 가로지르는 핵심이 아닐까 싶다.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이나, 정의를 판별함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해진 위해에 2배로 응징함으로써 자신을 지켜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하지만 그 이후 도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과, 그 사건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도준의 미숙함은 이전에 '엄마'가 도준에게 했던 일(!) 때문 아니었던가.
우리 아들이 안 그랬거든요.
이미 이 엄마에게는 사건의 진실과 정의는 상관 없다. 우리 아들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과 자신과 도준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정신적 위해에 대한 저항, 이런 것들이 종합되어 결국에는 그릇된 믿음과 그로 인해 유발되는 행위를 하는 인지부조화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실에 기반한 스릴러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누군가에게 어쩌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어서 더욱 끔찍하다.
일단 이 무서운 현실에 대한 얘기는 여기서 끝내고,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보자.
감독 스스로 밝힌 것과 같이, 이 영화는 봉준호 최초의 '본격 섹스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섹스를 할 수 있는 인물과, 할 수 없는 인물을 주의해서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선 섹스를 할 수 있는 인물로는 극 중에서 실제로 섹스를 하는 진태와 미나 (천우희) , 쌀떡소녀 아정 (문희라) , 고물상 할아버지 (이영석) , 그리고 변호사 (여무영) 등이고, 반대로 섹스를 할 수 없는 인물은 도준과 엄마, 섹스는 가능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 미선 (전미선) 정도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공인된 떡밥들이 있다. 우선 과거 엄마는 과거에 쌀떡 소녀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과, 엄마 혹은 도준과 진태의 관계도 그 중 하나이다. 어디선가 만나서 얼굴을 알고 있었다는 고물상 할아버지가 도준과 진태의 아버지가 아닐까?
봉테일답게 세심한 떡밥을 많이 깔아 놓았다.
그리고 점점 똑똑해지는 도준은 결국 과거를 기억해 낼까?
혜자는 자신의 과거를 쥐고 있는 고물상 할아버지를 죽임으로써 치유받을 수 있다. 응어리진 기억을 잊기 위해 스스로 망각의 침을 맞는다. 자신의 힘으로 과거를 단절한 혜자, 그녀는 무엇을 뜻하는 춤을 추는 걸까?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Terminator Slavation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 -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
Terminator Slavation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 -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
2016.10.18 -
Robocop (로보캅) - 내 로보캅을 돌려줘
Robocop (로보캅) - 내 로보캅을 돌려줘
2016.10.14 -
Jason Bourne (제이슨 본) - 어디서 본 것 같은데.
Jason Bourne (제이슨 본) - 어디서 본 것 같은데.
2016.08.04 -
Videodrome (비디오드롬) - 행동을 지배하는 미디어, 27년 전의 예언
Videodrome (비디오드롬) - 행동을 지배하는 미디어, 27년 전의 예언
201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