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Y's 오사카 여행 16. 신선하기로는 스시 엔도우
'13.3.8 (오사카 현지 시각)
언제나 그렇듯이 늦게 일어났다. 일본에서 늦게 일어난 것은 시차 핑계도 댈 수 없다. 그냥 어제 많이 돌아다녀서 피곤한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오전 8시에 기상하려고 알람을 맞춰 놓은 것 같은데 8시에는 울리지 않고, 그 다음으로 맞춰 놓은 8시 30분 알람을 듣고서야 일어났다. 그것도 알람이 울리자 마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누워서 꼼지락 대다가 결국에는 9시 넘어서 일어나게 되었고.
3명이 다 일어나서 좁은 화장실에서 씻고 방에서 나온 것이 9시 40분이었으니 원래의 예정보다 한 시간 남짓 늦은거네.
오늘 아침은 오사카 大阪 내에서 유명한 스시 엔도우 寿司ゑんどう 에서 먹기로 했으니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는 건너 뛴다. 2층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무료 커피만 뽑아서는 지난 이틀간 그렇듯이 사카이스지 堺筋 도로를 따라서 니폰바시 日本橋 역으로 걸어간다. 스시 엔도우는 우리가 묵고 있는 난바 難波 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 전철과 도보로 40분 정도는 이동해야 한다.
오늘 하루도 계속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할 것이기에, 1회권을 사는 것 보다는 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다. 원래는 오늘 카이유콴 海遊館을 갈 예정인지라 오사카 카이유 패스 OSAKA海遊きっぷ 를 사려고 했는데 파는 곳이 없어서 그냥 엔조이 에코 패스를 사기로 했다. 니폰바시 역의 역장실에 가서 엔조이 에코 패스를 어떻게 구매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냥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친절하게도 역무실에서 나와서 자판기까지 안내해 주고, 영어 메뉴로 전환까지 해 주고 에코 패스 구매 버튼을 알려주었다.
서로 영어가 딸려서 그 정도까지만 얘기가 되어서 한사람 한사람 돈을 넣고 패스를 샀는데, 나중에 보니까 어른 2명 + 어린이 1명 패스를 한꺼번에 사는 버튼이 있었다. 항상 이런 건 상황이 종료된 다음에만 발견된다.
어쨌거나 하루 패스를 샀으니 부담 없이 JR 을 제외한 오사카 시영 지하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개표를 하고서 지하철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마침 지하철이 들어오길래 별 생각 없이 승차를 했는데, 타고 보니 잘못 탄 것이었다.
오늘 목적지인 스시 엔도우는 쥬오 中央 시장에 있기에, 니폰바시 역에서 센니치마에센 千日前線 을 타면 한번에 다마가와 玉川 역까지 갈 수 있는데, 여기서 별 생각 없이 타다 보니 센니치마에센이 아닌 사카이스지센 堺筋線 을 타 버린 것이다. 이거 난바 역에 비해서 별로 복잡하지 않아 방심했는데 당했구먼. 그렇다고 해서 내려서 다시 니폰바시 역으로 갈 필요는 없고 조금 많이 갈아타면 목적지인 다마가와 역으로 갈 수 있겠다.
우선은 탄 방향 그대로 2 정거장 더 가서 사카이스지혼마치 堺筋本町 역에서 주오센 中央線 으로 갈아타고, 다시 2 정거장 가서 아와자 阿波座 역에서 원래 타려고 했던 센니치마에센을 타고 한 정거장 가서 다마가와 역에 내린다.
다마가와에서 스시 엔도우가 있는 쥬오 시장까지 가는 길은 척 봐도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동네 모습이 펼쳐진다.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고 마천루들이 즐비한 우메다 梅田 지역에서 몇 km 떨어지지도 않은 지역인데, 낮은 전통 주택들이 즐비한 동네이다. 하긴 쥬오 시장을 제외하면 주변에 랜드마크라고 할만한 것도 없다.
구글 맵을 켜고서 다마가와 역에서 쥬오 시장으로 들어갔다. 직선 거리로 가까워 보이는 북서쪽 출입구를 통해서 들어갔는데 우선 그것이 패착. 스시 엔도우는 쥬오 시장의 남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
반대 방향으로 들어간 것이 문제가 될 것 없는 건 어차피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 구경을 하면서 가면 되는데, 아뿔싸 시장 분위기가 마치 휴일 분위기이다. 작년 도쿄 東京 에서 쯔키지 築地 시장의 다이와 大和 스시를 찾아 갔을 때의 아픈 기억이 스믈스믈 떠 오른다. 하지만 조금 고무적인 것은 휴일 같은 분위기는 아니고 새벽 시장이 끝나고 정리하는 정도의 느낌이라는 것.
시장이 꽤 큰 편인데다가 거의 해산물을 파는 시장인지라 냄새가 굉장히 강했다. 나와 은서는 금방 익숙해지긴 했으나 서영이는 지독한 냄새에 괴로워했다. 어서 빨리 스시집을 찾아야 하는데. 이렇게 왔는데 막상 맛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 걱정보다 더 앞서는 건 '문을 닫았으면 어쩌지?'
시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물어 간신히 스시 엔도우를 찾았다. 도착하기 전까지는 츠키지 장외 시장 스시 골목과 같이 여러개의 스시집이 몰려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장외는 장외이지만 스시 골목이라기 보다는 시장 상인들을 위한 음식점 모임 같은 느낌이다. 스시집으로 보이는 것도 이 스시 엔도우 하나 뿐이고, 옆에 있는 가게들은 덮밥이나 양식을 간단하게 판매하는 가게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휴일이 아니라는 것이지.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는군.
겉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시의 맛이 중요한 것이니 일단 입장한다. 시장이 한산한 것에 비해서 스시 엔도우 안에는 사람이 좀 있다.
(나름 홈페이지도 있는 유명 초밥집이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초밥은 니기리즈시 にぎりずし 라고 에도 江戶 지역에서 만들어진 방식이고, 간사이 關西 지역에서는 상자에 넣고 누른 뒤 잘라내는 하코즈시 はこずし 가 유명한데, 이 엔도우 스시는 둘 가지 모두 아닌 독특한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쪽에 다시...
주문하는 방식도 많이 다른데, 우리가 원하는 스시 종류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5개가 하나의 접시로 구성되어 있고, 총 4개 종류의 접시가 마련되어 있어서 원하는 세트를 주문하는 것이다. 미리 보고 온 책에 따르면 1~4 접시가 순서라서 주문을 하면 먼저 1번 접시가 나오게 되어 있고, 다 먹고 추가로 주문하면 2번, 그 다음에 3번.. 이런 순서대로 주문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니까 주문할 때 선택을 할 필요가 없이 '한 접시 더 주세요.' 라고 하면 순서에 맞는 세트가 나온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막상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하는 걸 보니 그냥 처음부터 2번째 접시를 달라고 주문하던데 가져다 주더군.
하지만 우리는 순서대로 첫번째 접시를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다. 메뉴에 나온 대로 아나고 あなご 붕장어 , 우니 うに 섬게알 , 타이 たい 도미 , 도로 とろ 참치뱃살 , 하마치 はまち 잿방어 순서로 나왔다. 서영이는 우니를 먹기에는 좀 그래서리 대신에 에비 えび 새우 로 대신 주었다. 그리고 특별히 서영이 것에는 와사비도 넣지 않고 주었다. 유명한 집 답지않게 이런 방면에 쓰잘데 없는 고집을 부리지 않는 것이 좋구나.
나온 접시를 받아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른 모습에 약간은 실망이었다. 시장에 위치하고 있는 스시집답게 네타 ネタ 는 매우 신선하여 좋으나, 샤리 シャリ 의 쥠 상태가 허술한 것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네타에 밥알이 붙어서 나오기까지 하는 등 '미스터 초밥왕'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부채꼴 모양의 네타 잡기가 아닌 것이 영 거슬렸더랬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은 '맛의 달인' 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에도시 니기리즈시도 아니고, 간사이의 하코즈시도 아닌 이 방식은 바로 츠카미즈시 つかみ鮨 라는 방식으로, 이 방식은 일부러 샤리를 네타에 꾹 눌러주기만 하고,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 손으로 쥐는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미스터 초밥왕' 하나만 보고서 초밥의 모든 것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냥 이러쿵저러쿵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는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두번째 접시는 마츠타케 まつたけ 송이 , 아카가이 あかがい 피조개 , 호타테 ほたて 가리비 , 도로, 하모 はも 갯장어 순서였지만 계절 메뉴인 마츠타케와 하모는 없다고 하셔 다른 것을 골랐다. 나와 은서는 똑같이 타코와 에비를 골랐고, 서영이는 흰살 생선을 좋아하기에 타이와 사요리를 골랐다.
먹을 때에는 두 접시 먹으면 배가 부를 것 같아서 세번째 접시에 포함된 타코와 에비를 골랐는데, 막상 두 접시만 먹고 가기는 아쉽다. 세번째 접시에 포함된 타코와 에비를 이미 먹었기에 네번째 접시를 시켜서 세번째로 먹었다.
세번째로 나온 네번째 접시는 사케 さけ 연어 , 이쿠라 いくら 연어알 , 이카 いか 오징어, 도로, 사요리 さより 학공치 인데 토로는 모든 접시에 다 포함되어서 세번이나 먹게 되는구나.
한국에서 주로 먹던 니기리즈시가 익숙해서인지 엔도우 스시의 맛이 조금은 거슬렸다. 샤리가 신맛 보다는 단맛이 강하고 와사비가 대충 발라져 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그런 기분이 더 한데, 다르게 보면 너무 한가지 방식의 스시만 먹었던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익숙함을 제외하면 네타 자체는 꽤나 훌륭하니까 말이다.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부를 배를 쥐고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야지.
언제나 그렇듯이 늦게 일어났다. 일본에서 늦게 일어난 것은 시차 핑계도 댈 수 없다. 그냥 어제 많이 돌아다녀서 피곤한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오전 8시에 기상하려고 알람을 맞춰 놓은 것 같은데 8시에는 울리지 않고, 그 다음으로 맞춰 놓은 8시 30분 알람을 듣고서야 일어났다. 그것도 알람이 울리자 마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누워서 꼼지락 대다가 결국에는 9시 넘어서 일어나게 되었고.
3명이 다 일어나서 좁은 화장실에서 씻고 방에서 나온 것이 9시 40분이었으니 원래의 예정보다 한 시간 남짓 늦은거네.
오늘 아침은 오사카 大阪 내에서 유명한 스시 엔도우 寿司ゑんどう 에서 먹기로 했으니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는 건너 뛴다. 2층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무료 커피만 뽑아서는 지난 이틀간 그렇듯이 사카이스지 堺筋 도로를 따라서 니폰바시 日本橋 역으로 걸어간다. 스시 엔도우는 우리가 묵고 있는 난바 難波 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데 전철과 도보로 40분 정도는 이동해야 한다.
오늘 하루도 계속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할 것이기에, 1회권을 사는 것 보다는 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다. 원래는 오늘 카이유콴 海遊館을 갈 예정인지라 오사카 카이유 패스 OSAKA海遊きっぷ 를 사려고 했는데 파는 곳이 없어서 그냥 엔조이 에코 패스를 사기로 했다. 니폰바시 역의 역장실에 가서 엔조이 에코 패스를 어떻게 구매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냥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살 수 있다고 한다. 친절하게도 역무실에서 나와서 자판기까지 안내해 주고, 영어 메뉴로 전환까지 해 주고 에코 패스 구매 버튼을 알려주었다.
서로 영어가 딸려서 그 정도까지만 얘기가 되어서 한사람 한사람 돈을 넣고 패스를 샀는데, 나중에 보니까 어른 2명 + 어린이 1명 패스를 한꺼번에 사는 버튼이 있었다. 항상 이런 건 상황이 종료된 다음에만 발견된다.
어쨌거나 하루 패스를 샀으니 부담 없이 JR 을 제외한 오사카 시영 지하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개표를 하고서 지하철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마침 지하철이 들어오길래 별 생각 없이 승차를 했는데, 타고 보니 잘못 탄 것이었다.
오늘 목적지인 스시 엔도우는 쥬오 中央 시장에 있기에, 니폰바시 역에서 센니치마에센 千日前線 을 타면 한번에 다마가와 玉川 역까지 갈 수 있는데, 여기서 별 생각 없이 타다 보니 센니치마에센이 아닌 사카이스지센 堺筋線 을 타 버린 것이다. 이거 난바 역에 비해서 별로 복잡하지 않아 방심했는데 당했구먼. 그렇다고 해서 내려서 다시 니폰바시 역으로 갈 필요는 없고 조금 많이 갈아타면 목적지인 다마가와 역으로 갈 수 있겠다.
우선은 탄 방향 그대로 2 정거장 더 가서 사카이스지혼마치 堺筋本町 역에서 주오센 中央線 으로 갈아타고, 다시 2 정거장 가서 아와자 阿波座 역에서 원래 타려고 했던 센니치마에센을 타고 한 정거장 가서 다마가와 역에 내린다.
다마가와에서 스시 엔도우가 있는 쥬오 시장까지 가는 길은 척 봐도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동네 모습이 펼쳐진다.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고 마천루들이 즐비한 우메다 梅田 지역에서 몇 km 떨어지지도 않은 지역인데, 낮은 전통 주택들이 즐비한 동네이다. 하긴 쥬오 시장을 제외하면 주변에 랜드마크라고 할만한 것도 없다.
구글 맵을 켜고서 다마가와 역에서 쥬오 시장으로 들어갔다. 직선 거리로 가까워 보이는 북서쪽 출입구를 통해서 들어갔는데 우선 그것이 패착. 스시 엔도우는 쥬오 시장의 남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
반대 방향으로 들어간 것이 문제가 될 것 없는 건 어차피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 구경을 하면서 가면 되는데, 아뿔싸 시장 분위기가 마치 휴일 분위기이다. 작년 도쿄 東京 에서 쯔키지 築地 시장의 다이와 大和 스시를 찾아 갔을 때의 아픈 기억이 스믈스믈 떠 오른다. 하지만 조금 고무적인 것은 휴일 같은 분위기는 아니고 새벽 시장이 끝나고 정리하는 정도의 느낌이라는 것.
시장이 꽤 큰 편인데다가 거의 해산물을 파는 시장인지라 냄새가 굉장히 강했다. 나와 은서는 금방 익숙해지긴 했으나 서영이는 지독한 냄새에 괴로워했다. 어서 빨리 스시집을 찾아야 하는데. 이렇게 왔는데 막상 맛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 걱정보다 더 앞서는 건 '문을 닫았으면 어쩌지?'
시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물어 간신히 스시 엔도우를 찾았다. 도착하기 전까지는 츠키지 장외 시장 스시 골목과 같이 여러개의 스시집이 몰려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장외는 장외이지만 스시 골목이라기 보다는 시장 상인들을 위한 음식점 모임 같은 느낌이다. 스시집으로 보이는 것도 이 스시 엔도우 하나 뿐이고, 옆에 있는 가게들은 덮밥이나 양식을 간단하게 판매하는 가게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휴일이 아니라는 것이지.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는군.
겉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시의 맛이 중요한 것이니 일단 입장한다. 시장이 한산한 것에 비해서 스시 엔도우 안에는 사람이 좀 있다.
(나름 홈페이지도 있는 유명 초밥집이었다.)
냄새에 괴로워하던 서영도 스시를 앞두고는 싱글벙글
우리가 흔히 먹는 초밥은 니기리즈시 にぎりずし 라고 에도 江戶 지역에서 만들어진 방식이고, 간사이 關西 지역에서는 상자에 넣고 누른 뒤 잘라내는 하코즈시 はこずし 가 유명한데, 이 엔도우 스시는 둘 가지 모두 아닌 독특한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쪽에 다시...
주문하는 방식도 많이 다른데, 우리가 원하는 스시 종류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5개가 하나의 접시로 구성되어 있고, 총 4개 종류의 접시가 마련되어 있어서 원하는 세트를 주문하는 것이다. 미리 보고 온 책에 따르면 1~4 접시가 순서라서 주문을 하면 먼저 1번 접시가 나오게 되어 있고, 다 먹고 추가로 주문하면 2번, 그 다음에 3번.. 이런 순서대로 주문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니까 주문할 때 선택을 할 필요가 없이 '한 접시 더 주세요.' 라고 하면 순서에 맞는 세트가 나온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막상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하는 걸 보니 그냥 처음부터 2번째 접시를 달라고 주문하던데 가져다 주더군.
하지만 우리는 순서대로 첫번째 접시를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다. 메뉴에 나온 대로 아나고 あなご 붕장어 , 우니 うに 섬게알 , 타이 たい 도미 , 도로 とろ 참치뱃살 , 하마치 はまち 잿방어 순서로 나왔다. 서영이는 우니를 먹기에는 좀 그래서리 대신에 에비 えび 새우 로 대신 주었다. 그리고 특별히 서영이 것에는 와사비도 넣지 않고 주었다. 유명한 집 답지않게 이런 방면에 쓰잘데 없는 고집을 부리지 않는 것이 좋구나.
나온 접시를 받아보니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른 모습에 약간은 실망이었다. 시장에 위치하고 있는 스시집답게 네타 ネタ 는 매우 신선하여 좋으나, 샤리 シャリ 의 쥠 상태가 허술한 것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네타에 밥알이 붙어서 나오기까지 하는 등 '미스터 초밥왕'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부채꼴 모양의 네타 잡기가 아닌 것이 영 거슬렸더랬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은 '맛의 달인' 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에도시 니기리즈시도 아니고, 간사이의 하코즈시도 아닌 이 방식은 바로 츠카미즈시 つかみ鮨 라는 방식으로, 이 방식은 일부러 샤리를 네타에 꾹 눌러주기만 하고,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 손으로 쥐는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미스터 초밥왕' 하나만 보고서 초밥의 모든 것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 냥 이러쿵저러쿵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는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두번째 접시는 마츠타케 まつたけ 송이 , 아카가이 あかがい 피조개 , 호타테 ほたて 가리비 , 도로, 하모 はも 갯장어 순서였지만 계절 메뉴인 마츠타케와 하모는 없다고 하셔 다른 것을 골랐다. 나와 은서는 똑같이 타코와 에비를 골랐고, 서영이는 흰살 생선을 좋아하기에 타이와 사요리를 골랐다.
먹을 때에는 두 접시 먹으면 배가 부를 것 같아서 세번째 접시에 포함된 타코와 에비를 골랐는데, 막상 두 접시만 먹고 가기는 아쉽다. 세번째 접시에 포함된 타코와 에비를 이미 먹었기에 네번째 접시를 시켜서 세번째로 먹었다.
세번째로 나온 네번째 접시는 사케 さけ 연어 , 이쿠라 いくら 연어알 , 이카 いか 오징어, 도로, 사요리 さより 학공치 인데 토로는 모든 접시에 다 포함되어서 세번이나 먹게 되는구나.
한국에서 주로 먹던 니기리즈시가 익숙해서인지 엔도우 스시의 맛이 조금은 거슬렸다. 샤리가 신맛 보다는 단맛이 강하고 와사비가 대충 발라져 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그런 기분이 더 한데, 다르게 보면 너무 한가지 방식의 스시만 먹었던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익숙함을 제외하면 네타 자체는 꽤나 훌륭하니까 말이다.
뭔가 손을 강조하는 듯한 현판
아마 선대 주인인 듯
왼쪽이 더 아이들어 보이지만, 오른쪽에 더 포스가 느껴진다.
간장은 직접 붓으로 발라 먹는다.
주문 배달도 하는 듯한 분위기의 카운터
12시 넘어서 겨우 한접시 먹고 나자 긴장이 풀림
첫번째 접시. 우나기, 우니, 타이, 도로, 하마치
두번째 접시. 아카가이, 호타테, 에비, 도로, 타코.
세번째로 나온 네번째 접시. 이카, 사케, 도로, 사요리
현재 주인 양반.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부를 배를 쥐고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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