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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인생 삼진을 걱정하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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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인생 삼진을 걱정하는 불안

  • 2013.06.16 21:01
  • 文化革命/책! 책! 책 좀 읽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인생 삼진을 걱정하는 불안
발행일 : 2003.8.12
펴낸곳 : 한겨레
지은이 : 박민규
반양장본 | 303쪽 | 223*152mm
ISBN : 978-89-843-1104-6
정가 : 9,500원

회사 정보자료실에서 대출
2008.1.4 ~ 10


2004년인가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알려지게 된 이 책은 제목에 포함된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이름 때문에 내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작년인지 제작년인지 이 제목을 포착한 은서가 나에게 선물해줄까? 하고 물었지만, 일단 인천 출신의 삼미 슈퍼스타즈 광팬이라면 당연히 품고 있을 OB 베어스에 대한 막연한(?) 반감이 책 속에 묻어 있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거절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할 일이 없는 사무실의 다른 사람 책상 한켠에 놓인 이 책의 앞부분을 보다가 빠져들어 버리게 되었다.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면 굉장히 빠르게 그리고 집중해서 읽게 되는 책들이 몇권 있다. 나에게는 진중권이 그랬고, 구효서가 그랬다. 하루끼의 몇몇권도 마찬가지다.
이 책도 그렇긴 한데, 그 이유는 책 앞부분을 장식하던 1982년의 프로야구에 대한 사실의 기록 때문이었다.
이 작가의 책은 이 책 보다는 '핑퐁'을 먼저 손에 집었다. 그 책 역시 굉장히 빠르게 읽히기는 했지만 서점에서 들고 읽었기에 끝까지 독파하지는 못했다.

이 책은 크게 3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랬거나 말거나 1982년의, 그리고 1988년의, 마지막으로 1998년의 프로야구에 대한 얘기이다.
소설에 대한 재미보다는 독특한 문체로 구성해 낸 1982년의 프로야구에 대한 추억 때문에 가장 첫 부분 1982년의 프로야구를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1982년의 프로야구는 아주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사실 고교 야구, 그 중에서도 김건우와 박노준의 선린 상고에 푹 빠져있었던 국민학교 1학년을 갓 마친 어린 소년에게 프로야구는 그렇게 와 닿지 않았다. 프로 야구 창단에 대해 연일 떠들어 댄 신문을 읽을만큼 대가리가 크지도 않았을 뿐더러, 실제로 프로 야구 선수들의 이전 경기 모습을 본 적도 별로 없었기에. 어쩌면 고교 야구 중계가 줄었다는 불만까지 약간 섞인, 하지만 좋아하는 야구를 자주 중계해 준다는 만족까지 섞인 그런 개막이었던 것이다.

1982년은 박철순이, 1983년은 장명부가, 그리고 1984년은 최동원이 활약하던 해로, 그 선후 관계를 또력하게 기억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고.
운 좋겠도 연고지인 대전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단장인 박용민씨와 아버지가 지인 관계였다는 이유로 OB베어스의 어린이 팬클럽에 가입하게 되고, 그 해 말 원년 우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선물의 기쁨을 누린 나와는 반대로...
연고지 인천에서 태어난 이유로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아는 선수 별로 없는 그 팀의 팬클럽에 가입한 작가는 그 해 말 15승 65패라는 암담하다 못해 다른 의미의 불멸의 기록을 만들어낸다.

85년 전기리그를 마지막으로 삼미 슈퍼스타즈는 해체되고 '그랬거나 말거나 1988년의 프로야구'는 계속되었고. 슈퍼스타즈가 없어진 마당에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도 없고, 아울러 물론 인생의 의미도 없는 작가의 삶에 대한 고백은 지루하다.
어쨌건 굳건한 I 대학 출신이라는 '소속'을 획득하였지만, 그 크립턴 행성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슈퍼맨'이 아닌 일반 '아마추어' 삶은 '1998년의 프로야구'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하지만.. 그 살아남지 못한 덕분(?)이랄까? 이 시대 최후의 삼미 슈퍼스타즈 팬클럽은 창단되고 말았으니...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스리볼에서 우리는 항상 3진의 걱정에 전전긍긍하면서 시간을 도둑맞고 산다. '프로페셔날만이 살아남는다'는 무서운 명제 하에서 우리는 '야구'를 하지 못하고 '프로'의 자세를 갖추기 위해 헐떡인다.
마지막 공이 스트라이크였다고 생각하고 자책하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피폐해진다.
우승을 위해서 야구를 했다고 생각하고, 그 공이 스트라이크였기 때문에 그 목적에서 한발작 멀어진다고 자책하지만, 실제로 그 마지막 공은 볼이었고 우리는 1루에 진루해서 쉬고, 자고, 뒹굴고 놀아도... 어차피 인생은 매일이 휴일이니까.

그 스트라이크에 대한 불안이야말로 영화 'Bowling for Columnbine (볼링 포 컬럼바인)'에서 보여준 실체 없는 공포가 아니겠는가.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 야구를 통한 구원. '잡기 어려운 볼은 잡지 않고, 치기 어려운 공은 치지 않는다.'
'프로페셔날'이라는 자본주의 미국의 무서운 프랜차이즈에 맞서 자신들만의 '야구'를 완성한 삼미 슈퍼스타즈에게,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팬클럽에 건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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