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 오랫만에 제대로 된 아나로그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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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오랫만에 제대로 된 아나로그 액션 |
한민형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영화가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이다. 앞으로 자주 볼께요...
이름이 꽤나 '최종병기 그녀' 스러운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그냥 '활'이었을 것이다. '최종병기 활'이라는 제목은 광고가 끝나자마자 짧게 등장한 뒤 바로 암전이 되었고, 인조 반정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 남이의 출신을 설명해 주는 인트로와 함께 나온 제목은 그냥 '활'이었다.
어쩌면 '신기전'의 실패를 염두해 둔 것인지, 아니면 '활'이라는 제목의 다른 영화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좀 밋밋했다 싶었는지 어쨌든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마케팅 관점에서 지어진 이름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게 그닥 나쁜 선택은 아닌 것도 싶다.
영화는 인조 반정 시기에 광해군의 편에 섰다가 역적의 자손이 된 주인공 남이와 자인, 그리고 그들을 숨겨준 집안의 아들인 서군이 병자호란을 만나면서 생긴 인생역전(?)을 그렸다. 하지만, 이런 커다란 역사적 사건은 그저 이 영화의 배경이 될 뿐 그닥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쨌거나 병자호란이 일어나서 쥬신타가 나타났고, 그들이 잡아간 자인을 되찾아오기 위한 남이의 활약상을 그렸을 뿐이다.
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것은 활과 그 활을 다루는 남이이고, 그 외의 모든 것들은 이 활을 이용한 액션을 증강하기 위한 장치들일 뿐이다.
극락도에 이어서 다시 메인 롤이다.
이러한 설정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두개의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하는데, 첫번째는 역사 (특히나 유럽 중세)를 주요 소재로 하는 영화를 근원적으로 싫어하는 나의 성향에서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고, 두번째는 보통 액션에만 치중하게 되거나, 혹은 반대로 드라마에 치중하다가 액션에서 신파로 빠져버리는 일반적인 존망 영화들의 삐딱선을 타지 않게하는 힘이 되었다는 이유이다.
이 영화의 시납시스는 꽤나 단순하다.
동생인 자인과 자신을 거두어준 김무선의 아들 서군이 결혼하는 날, 아주 우연하게도 그 결혼식 날 청(淸)군이 개성을 함락하고, 김무선은 청군에게 죽고 자인과 서군이 잡혀간다. 당연히 남이는 이들을 구하러 가고, 여기서 청군의 장수 쥬신타와 대결한다. 대결의 결과는...
시납시스가 단순할 뿐 아니라 어떻게 보면 조금은 엉성한 부분도 있다. 공성전이 어이없게도 쉽게 끝나 버리는 것 하면, 쫓기는 도망자들이 굳이 말을 놔주는 장면 하며... (호랑이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련다.)
하지만, 그 단점들을 보완해 줄 만한 장점은 바로 영화의 속도감이다.
영화 막판으로 가면서 호흡을 조절하기도 하고, 또 감정 이입을 위한 드라마 전개를 위하여 조금은 호흡이 약해지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호흡을 짧게 그리고 빠르게 가져가는 영화이다. 주인공은 열심히 달리고 넘어지고 활을 쏘고 맞는다.
최근 디지털 영화들이 범람하면서 대형 화기 위주의 무기전이나, 커다란 탈 것들의 폭발을 액션의 주 재료로 삼는데, 이런 식의 대인 살상 무기인 활, 특히나 실감이 잘 오지 않는 총보다는 오히려 관객의 고통에 대한 감정 이입을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는 칼이나 화살 같은 찌르고, 베고, 쏘는 무기로 만들어낸 액션은 꽤나 오랫만이어서 반갑고, 또 그만큼 액션의 쾌감이 크다.
또 하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울 수 있을 부분은 캐릭터이다.
조국애과 같은 씨알 안 먹히는 신념이 아니라 동생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하는 남이 역의 박해일도 그렇고, 또 영화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안티 히어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보여준 쥬신타 역의 류승룡은 바로 이 영화의 백미이다.
배우의 입장으로 봐도 곱슬거리는 긴머리 치렁이며 껄렁대는 캐릭터 보다는 이렇게 빡빡밀고 비정한 캐릭터가 류승룡에게는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오랫만에 꽤 재미있는 한국 영화, 꽤 재미있는 아나로그 액션, 그리고 김한민 감독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봤다.
Post Script 맷돌춤 이후로 꽤 오랫만에 박기웅이 나왔는데, 별로 하는 일 없네... 그의 최후는 아마 대역이겠지?
한민형은 대학 동아리 선배이기에 평이 호의적이긴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관계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른 평들도 모두 좋고 예매율도 현재 1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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