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2006, 켄 로치
누구를 위한 누구의 투쟁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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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 2006년
국가 : 아일랜드, UK 상영 : 127 분 제작 : Pathe 배급 : Pathe International 각본 : 폴 래버티 Paul Laverty 연출 : 켄 로치 Ken Loach 출연 : 킬리언 머피 Cillian Murphy (다미안 Damien 역) 파드레익 딜라이닉 Padraic Delaney (테드 Ted 역) 올라 핏제랄드 Orla Fitzgerald (시네이드 Sinead 역) 리암 커냉햄 Liam Cunningham (댄 Dan 역) 흥행 : $1.8M (북미), 14,190명 (한국) |
2010.7.29, Motoro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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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려진 대로 켄 로치 감독은 흔히 말하는 좌익이다. 그가 만든 영화들은 거의 예외 없이 좌파 또는 노동자 계층의 계급 투쟁을 일관적으로 다뤄왔던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옴니버스 형태로 만들어진 'Tickets (티켓)'의 경우에는 계급 투쟁 내용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난한 스코틀랜드 노동자의 이야기이기는 하다.)
이 영화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IRA (아일랜드 해방 기구)의 투쟁에 대한 내용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와 배경을 다룬 'Michael Collins (마이클 콜린스)'와 같이 대 잉글랜드 투쟁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니라,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에서 IRA의 지방 하부 조직에 속해있는 평범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게다가, 영화의 내용은 잉글랜드에 맞선 투쟁이 전부가 아니다.
IRA의 투쟁. 그리고...
젊은이들이 모여서 헐링 경기를 하는 시골 마을에 잉글랜드의 진압군이 들이 닥친다. 단지 젊은이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금지된 아일랜드의 상황에서 갑자기 검문을 당한 이들 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게일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한명의 청년이 죽임을 당한다.
이런 아일랜드의 상황과 관계 없이 의사가 되기 위해 잉글랜드로 떠나려던 다미안은 철도 기관사 댄이 잉글랜드 군에 대해 승차 거부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IRA에 가입한다.
다미안의 형 테드는 이 지역의 IRA 지도자였다. 잉글랜드 군의 폭력에 대해서는 폭력으로 맞서며, 비록 자신은 손톱이 빠지는 고문을 당하더라도 동료를 넘기지 않는 테드와 이 모습을 보면서 IRA의 뜻을 함께하려는 다미안은 공화국의 이념과 원칙을 받아들이게 된다.
잉글랜드 군이 모인 술집이나, 무기고를 약탈하는 정도의 약한 반란 뿐이지만, 이들에게는 공화 정치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무력을 통해서라도 이 원칙을 지키려는 자세가 확고했다.
하지만, 그러한 원칙과 확신이 두 갈래로 갈라지게 하는 원인은 언제나 그렇듯이 항상 내부에 존재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어렵다.
잉글랜드 군이 여왕에 대한 충성 서약을 조건으로 아일랜드의 자치를 선포하고 (비록 북아일랜드는 제외되었다고는 해도) 잉글랜드 군을 본토로 철수시키는 것으로 IRA의 투쟁은 일견 끝이 나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항상 이러한 투쟁의 세력에는 현실파와 원칙파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IRA의 강경 지도자였던 테드는 현실파로, 소신보다는 주변의 환경에 의해서 IRA 활동에 뒤늦게 뛰어든 다미안은 원칙파로 남게 된다.
켄 로치 감독은 잉글랜드 군에 대항하는 IRA의 전경을 보여주면서도 그렇게 했지만, 현실을 우선하는 자치군과 원칙을 고수하는 IRA의 갈등, 그리고 이 두 형제의 관계를 역시 그냥 담담하게 외부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잉글랜드 군이 쳐들어와 게일어를 한다는 이유로 한 청년을 살해했던 그 집에 IRA가 사용하는 무기를 압수하려고 자치군들이 들이 닥쳐서는 주민들에게 총을 겨누고, 또 얼마전까지 자신들과 같은 IRA에서 활동하던 자치군을 습격하여, 잉글랜드 군을 습격할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무기를 빼앗고 죽이는 IRA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보수는 반진보의 기치 아래에서 뭉치고, 진보는 자신들의 주장대로 분열한다고 했던가..
잉글랜드 군의 철수는 아일랜드 공화군과의 전쟁에서 패했거나, 협정에 의해서 물러났다기 보다는 아일랜드 공화국 내부의 분열을 획책하는 더 교묘한 통치 수단이었다.
감독 켄 로치는 깐느 영화제 수상식에서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탄압하는 방식은 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태도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다미안의 입을 통해서 아래와 같이 얘기했다.
"우리가 당장 내일 영국군을 몰아내고, 더블린 성에 녹색 깃발을 꽂는다 해도 사회주의 공화국을 조직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모두 헛된 것이다. 영국은 계속해서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지주와 자본과 상권을 통해서.."
아일랜드 사회주의 지도자인 제임스 코놀리 James Connolly의 연설에서 인용한 저 대사는 현재의 시대,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배 계급은 여전히 피지배 계급이 분열을 원하고,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피지배 계급을 회유하고, 또 협박한다. 이를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켄 로치 감독은 이 영화를 '계급적 시각'으로 봐 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 영화 뿐만이 아니라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런지 다미안이 죽기 직전 남겼던 말이 가슴에 더 울린다.
"무엇에 반대해야 할 지 아는 것은 쉽지만,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아는 것은 힘들다."
당장 내 옆에서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나의 동지를 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진정으로 내가 이 사회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옆의 동지를 적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진정 우리가 대항해야 하는 분열의 획책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
감독은 이러한 사실을 궤뚫어 보기를 원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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