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8, 홍상수
한치도 변치 않은 홍상수의 인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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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5.18. 중앙시네마 1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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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9번째 작품.
9개의 작품 중에서 8 작품을 극장에서 봤고, 아직 1개의 작품을 보지 못했다. 10번도 못 채웠는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첫번째 작품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후 14년의 세월이 지났는데, 홍상수 영화의 인물들은 여전하다. 혹자들은 여성들에게서 변화의 모습이 보인다고 하지만, 홍상수 역시 김기덕과 마찬가지로 여자에 대한 배려심이 그다지 깊지는 않은 것 같다. 모두 여전히 소심하고, 여전히 어리광을 부리며, 여전히 소주를 마시고, 여전히 섹스를 한다. (섹스 장면이 화면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변한 것이라면 변한 것이다.)
지난 번 '밤과 낮' 에 대한 글에서 홍상수의 영화는 어차피 코미디라고 했다. 그냥 쉽게 웃으면서 2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면 된다. 굳이 머리 아프게 저 인물들이 왜 저러고 있는지 고민하고 싶지 않다.
다른 많은 전작과 같이 영화는 정확하게 반으로 나뉘어져 두 개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된 상황은 아니지만, 크게 연관은 없다. 두번째의 이야기의 많은 장면들은 첫번째 이야기 (혹은 이전의 작품들) 에서 한번쯤 들었던 대사, 한번쯤 닥쳤던 상황들이다. 이러한 데자뷔를 깔끔하게, 그립고 우습게 잘 사용하는 것이 바로 홍상수 작품의 매력이라고 하겠다.
새로운 삶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단다.
새로운 삶이라. 힐링을 받은 후로 새롭게 세상을 살게 되었다는 후배의 아내 유신이 설파하는 새로운 삶에 대해서 동감하지 못하였지만, 어느새 예전에 구애했던 후배에게는 유신에게 들은 썰을 그대로 풀게 되는 구경남, 그리고 당차고 자신 있게 새로운 삶을 선택해 가는 후배 고순. 홍상수가 새로운 삶에 대한 느낌과 일치한다고 선택했다는 이 영화의 제목처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저런 가치를 얘기하는 주인공의 우왕좌왕이다.
주인공은 이름부터 방관자 같은 구경남이다. (이 역할은 김태우가 개런티 없이 출연했다.) 그런데 구경만 해야 할 것 같은 이름의 이 남자, 정말 구경만 했을 뿐인데, 억울하다.
물론 모든 일을 그냥 모른척 지날 수는 없는 법, 그래도 일은 꼬인다.
뭔 잘못이냐면요. "딱 아는만큼만 안다고 하세요"
이거 참 "찌질하다"라는 단어가 이만큼 어울리는 등장 인물을 모으기도 쉽지 않겠다.
이전 '해변의 여인' 에서도 영화 감독이 나왔지만, 이번에 나온 구경남 감독의 입을 통해서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는 것 같아서 좀 찝찝하다. 너무 직선적이야.
조 : 저는 감독님 영화를 통해서 인간 심리의 이해의 기준을 얻었습니다.
구 : 감사합니다. 정말이세요?
조 : 쑥스러운데요. 감독님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못 이해했을 그런 인간들이 있었을겁니다.
영 : 왜 이런 영화를 만드세요? 왜 사람들이 이해도 못하는 영화를 계속 만드시려는 거에요?
구 : 이해가 안 가시면 안 가는 거죠. 제가 뭐 어떻게 하겠습니까. 전 그냥 영화 만드는 거고, 그걸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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