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언젠가 이 그림체는 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가, 재수/삼수생의 연애 이야기를 다룬 '겨울 이야기 (冬物語)' 라는 작품이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주인공이 중간에 바뀌어 버리면서 중언부언하는 전개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당연히 그다지 재미는 없었고. (고등학교 시절에 재수생 이야기를 보는데도 재미가 없다니, 이런.)
이 만화의 시작은 '바람의 마운드 (風光る〜甲子園〜)' 를 닮았다. 고시엔 甲子園 진출은 구호로만 존재하는 그저 그런 고등학교의 야구부에 부임한 왕년의 고시엔 스타 출신의 감독, 그리고 새 감독의 열정에 고무된 부원들이 즐겁게 시합을 하면서 고시엔 첫 출전에서 돌풍을 일으킨다.... 라는 스토리가 예상되었으나.
연습하는 와중에 생뚱맞게 신입생 수퍼스타가 등장하고, 그 다음부터 만화는 갈 곳을 잃는다. 처음에 인상적으로 등장했던 고시엔 스타 출신의 감독은 스토리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그저 그런 고등학교 야구부원 중에서 주인공으로 성장해야 했던 주장은 에이스의 자리를 신입생에게 넘기고 포수로 밀려났다가, 별 다른 활약 없이 3학년이 되어 은퇴하고 만다.
신입생 수퍼스타의 고시엔 정복기로 만화는 끝을 맺고, 그래서 재미 없다. 현실이 아닌 만화에서 원래부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 투수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기가 쉽지는 않지. 그러고 보면 'H2' 의 아다치 미츠루 あだち 充 는 천재야. 야구 얘기가 아니라 연애담이 재미를 준다는 것이 함정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