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in Hood (로빈 후드) - 예상치 못했던 프리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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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n Hood (로빈 후드) 예상치 못했던 프리퀄 |
년도 : 2010
제작 : Universal Pictures 배급 : Universal Pictures 연출 :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출연 : 러셀 크로우 Russell Crowe (로빈 롱스트라이드 Robin Longstride 역) 마크 스트롱 Mark Strong (갓프리 Godfrey 역) 케이트 블란쳇 Cate Blanchett (마리안 Marion Loxley 역) 윌리엄 허트 William Hurt (마샬 William Marshal 역) 2010. 5.20. 15:00~ Cinus 명동 3관 |
최근 헐리우드의 영화는 창고에 묻혀 있던 수퍼 히어로들을 하나씩 끄집어 냈다. 한번 끄집어낸 것도 모자른 건지, 아니면 뒤로 얘기를 이어 가기가 어려운 것인지 Prequel 이라는 생소한 단어로 (사실 요즘엔 Sequel 보다 익숙하다..) 본편의 이전 설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수퍼 히어로는 물론이고, 역사 속의 혹은 전설 속의 인물도 여기에 낀다. 우리나라로 치면 홍길동 정도로 이야기 꺼리가 많은 영국 셔우드 숲의 도적 로빈 후드 Robin Hood 도 이 창고 속 끄집어 내기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기존과 다른 모습...
리들리 스콧의 연출에 러셀 크로우의 출연이라면 누구라도 'Gladiator (글래디에이터)'를 떠 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리들리 스콧은 이 로빈 후드에 역사를 버무려서 전투신이 장황한 서사물로 만드려는 것이었던가? 영화의 첫 장면을 보면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한다.
때는 12세기, 사자왕 리처드 Richard 의 십자군 원정. 이교도를 심판(?)하려는 십자 원정군의 공성전이 한창인 곳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원정대의 궁수로서 대활약하는 로빈 후드의 모습은 조금 낯설다. 지금까지 들었던 로빈 후드의 내용은 영국 셔우드 숲에서 의적인척 활동을 하면서 숲을 지나는 사람들을 털다가 종국에는 노팅엄 지역 영주에게 반란을 꾀하는 내용 아니었던가?
사실 내가 본 어린이용 동화책은 부조리한 사회를 피해 셔우드 숲에 피해서 즐겁게 살아가는 우화였고, 'Robin & Marian (로빈과 마리안)'은 로빈 후드 본편의 sequel로서 늙은 로빈과 마리안이 다시 만나는 얘기였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역시 케빈 레이놀즈 Kevin Reinolds 의 'Robin Hood: The Prince of Thieves (로빈후드)'였다. 이런 저런 설정에 있어서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 여기의 로빈도 십자군 원정에 참여했다가 돌아왔는데 집안은 망가져있고, 어찌저찌 쫓기다가 셔우드 숲에 들어가서 강도가 된 후, 노팅엄 영주와 대립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는 십자군 원정이라는 설정까지는 맞아 들어가는데, 조금씩 흘러가면서 뭔가 점점 어긋난다. 이름부터가 로빈 롱스트라이드라니.. 멀리 뛰기 선수인가?
정부군 Robin Longstride.
게다가 엇 하는 순간에 사자왕 리차드 (대니 휴스턴 Danny Huston)가 죽고 만다. 'Robin & Marian (로빈과 마리안)'에서는 로빈 후드로 나온 인연으로 'Robin Hood: Prince of Thieves (로빈후드)'에서 사자왕으로 깜짝 등장하신 숀 코네리 Sean Connery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말이지.
한술 더 떠서 로빈 롱스트라이드는 신분을 위장하고 영국으로 들어와서 마치 자기가 노팅엄의 영주 록슬리 Loxley 경(막스 폰 시도우 Max von Sydow)의 아들인 로버트 록슬리 Robert Loxley인 척까지 한다. 노팅엄에서 사슴을 잡았다가 범죄자로 몰려서 셔우드 숲에 들어가는 설정과 상관 없이 이미 기사를 사칭한 범죄자네...
게다가 마리안은 이미 로버트와 결혼한 상태네.. 오잉...
그렇다면 액션은?
사실 설정이나 이야기의 흐름은 아오안이고.. 감독과 주연의 이름만 봤을 때에는 기대하는 바는 역시 장대한 전투신일 것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이름을 보고 전투신이나 생각하다니.. 10여년의 세월은 정말 많은 것을 변하게 하는구나.)
처음 십자 원정군의 공성전은 꽤나 볼만하다. 조금 어이 없게 공성전이 끝나고 난 이후에 다음의 전투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
그.런.데... 아무도 싸우질 않는다. 이런 저런 음모와 말다툼이 오고가면서 시간은 흐르고 흐른다. 1시간 30여분이 더 지나서야 전투라기 보다는, 척봐도 악당인 갓프리의 학살 장면이 조금 나오고, 여기에 로빈이 등장하면서 감질나게 살짝쿵 몇합 주고 받지만 기대했던 스펙터클은 아니다.
'이렇게 끝나고 2편이 나오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만큰 시간이 지난 2시간 즈음... 드디어 군인들이 모인다. 산 넘고, 강 건너서 도착한 바닷가...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정도의 웅장한 전투를 별여 주지만 이미 기다림에 의해 지친 나의 심신.. 실망만이 가득하다.
아, 좀 빨리 모이지 그랬어..
시작 5분, 그리고 끝나기 5분. 이 10분간의 전투신은 꽤 스팩터클하고 마음에 들지만, 이 짧은 10분을 위한 가운데 2시간은 아무래도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어흑...
이 어설픈 전개는 어찌할꺼야...
빈부의 격차가 격심해지는 사회 구조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로빈 후드의 사회 개혁 활동(?)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의적으로서 어느 정도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산산히 부숴지고.. 아리까리한 속편에 대한 기약만을 남겨두고 영화는 종료된다. 의적 로빈 후드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로빈 후드가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서의 로빈 롱스트라이드의 구국 활동과 이로 인한 반역까지의 과정...
뭐, 서사극으로서의 로빈 후드가 되기 위해서는 의적 활동 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활약이 더 강조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건만, 로빈 후드로서의 모습은 전혀 나오지 않다니 이거 너무 하잖아.
십자 원정군으로 같이 하다가 어쩔 수 없이 같이 탈영하게 된 전우가 어느날 알고 보니 리틀 존 Little John 이었더라는 것도 그렇지만, 탈영에 기사 사칭까지 한 군범죄자가 사실 알고 보니 권리장전의 (청원인가?) 큰 역할을 담당했던 연판장 관리인이었고. 이 사정을 알리 없는 북부 지방의 영주들은 어찌하여 그렇게 로빈 롱스트라이드 밑에서 똘똘 뭉치는지...
프랑스의 공격을 막기 위해 군대를 출정할 때에는 분명 로빈 롱스트라이드였는데, 산 넘고 강 건너 바다에 도착하고 보니 로빈 후드가 되어버렸네..
이 녀석들아~ 난 아직 Hood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배우들도 꽤 괜찮았고, 전투 장면도 좋았지만.. 이 지루한 전개와 상황에 맞지 않는 이름은 어찌할껀가?
어차피 원작이라 할만한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국을 구하고, 그 후 왕에게 역적으로 몰리게 되는 로빈 롱스트라이드 일대기를 그린 대하 서서극으로 할 이유가 있었으려나?
자, 이제 속편에서는 어쩔건가?
제임스 카메론 James Cameron으로 2편 가고, 데이비드 핀처 David Fincher로 3편 가는건가? 로빈은 4편에서 다시 태어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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