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신혼 여행 3. 리조트로 이동하는 길은 험하군
'02.4.22 (마닐라 현지 시각)
신혼 여행지로 유명한 도시들이 몇 개 있지만 가급적이면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굳이 해외까지 가서 한국 사람들을 만난다면 외국이라는 느낌이 덜하잖아.
보라카이 Boracay 나 세부 Cebu 와 같은 유명 관광지에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여 어디선가 들어보지 않았던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까 눈에 띈 것이 팔라완 Palawan 의 엘 니도 El Nido 지역에 있는 리조트들 이었다. 일단 한국에서 직항이 없고, 무엇보다도 비싸다. 매우 외진 곳이어서 한국 사람이 많이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선택을 했는데, 그것은 나중에 밝혀지지만 되도 않는 생각이었다.
엘 니도 지역에서 유명한 리조트는 아마도 같은 곳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지 같은 곳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엘 니도 라겐 리조트 El Nido Resorts Lagen Island 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가기로 선택한 클럽 노아 이사벨 리조트 Club Noah Isabelle Resort 이다. 라겐 리조트가 조금 더 비싼 걸 보니 시설은 더 좋을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가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지 리조트 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이사벨에 비해서 적었다.

이사벨의 접근성이 더 좋다는 것으로 선택하긴 했으나, 라겐 리조트에 비해서 그나마 낫다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벽 5시에 모닝콜을 맞춰 놓고 자서 비몽사몽간에 일어나고, 가이드와 함께 어제 내렸던 마닐라 공항 Ninoy Aquino International Airport 의 국내선으로 갔다. 오전 7시, 아마도 첫 비행기를 타고 팔라완 섬의 북쪽에 위치한 세자르 림 로드리게즈 공항 Cesar Lim Rodriguez Airport 로 이동한다.

큰 도시간의 이동도 아니고, 거리도 짧기 때문에 익히 봐왔던 제트기가 아니라 프로펠러기를 타고 이동한다. 기체도 큰 것이 아니라 40~50명 정도가 탑승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아마도 모두가 다 같이 클럽 노아 이사벨 리조트로 가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어제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에서도 본 것 같은 커플들이 있구먼.
가이드는 여기서 헤어지고, 그 다음부터는 (아마도) 리조트에서 나온 현지인이 안내를 맡는다.

1시간 조금 더 걸려서 도착한 세자르 공항은 공항이라고 하기에는 시골의 버스 터미널 같은 곳이다. 활주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평지의 시골길에 비행기는 내린다. 제트기가 아니고 작으니까 이착륙을 위해서 긴 활주로는 필요 없을 듯. 짧은 동선으로 방향도 바꿀 수 있기에 그냥 이런 시골 길에서도 내릴 수 있다.

공항에는 리조트에서 나온 지프니 Jeepny 라고 부르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데, 짐을 날라 주시는 분들은 짐과 함께 버스 지붕에, 손님들은 좌석에 타고서 이동한다. 버스 이동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버스를 내려서 다시 배를 탄다. 아무리 가까운 섬이라지만, 동네 고깃배같은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한다니, 약간은 불안하다.
그리고 같이 이동하시는 현지인 중에 가이드가 아닌 군인이 포함된 것이, 게다가 그 군인이 카빈 M1 Carbine 소총을 들고 있는 것이 더욱 더 불안하다. 가끔 반군들이 관광객을 납치하고 몸값을 요구하기도 한다는데, 걱정이군.

나의 불안함과는 무관하게 잔잔한 바다를 한시간 정도 헤쳐가니 드디어 목적지인 클럽 노아 이사벨 리조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식사나 음료, 액티비티 들의 비용이 모두 포함된 all inclusive 요금으로 이미 계산을 했고, 섬 전체에 단 20 개의 방갈로가 모두 바다를 면하고 있기에 기대가 크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20개의 방갈로 중에서 단 1개만이 일본이 가족 관광객이고, 나머지 19개의 방갈로 주인은 모두 한국인 신혼 부부라는 점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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