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일본 출장 - 2. 오사카인 줄 알았는데 시골이네.
'02. 12. 10 (오사카 大阪 현지 시각)
오후 4시 정도에 간사이 국제공항 KIX 関西国際空港 에 도착했다.
오사카 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취항하는 2개의 공항이 있는데/있었는데, 하나는 현재 국내선이 주로 다니는 이타미 공항, 혹은 오사카 공항 ITM 大阪国際空港 이고, 또 하나는 내가 대학생 정도 되는 시절에 새로 생겼다는 간사이 국제공항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浦沢直樹 의 '20세기 소년 20世紀少年 ' 에 보면 친구 ともだち 에 의해서 폭파되는 공항이 간사이 공항이 아닌 이타미 공항이었던 내용이 있다. 친구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간사이 공항이 아닌 이타미 공항만 존재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포 공항과 인천 국제 공항과 같은 관계라고나 할까.
영종도에 위치한 인천 국제공항과 매우 유사하게도 바다 위에 활주로가 있다. 물론 공항 건물도 바다 위에 위치하기는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활주로만 덩그러니 보인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하고서 밖으로 나왔는데, 한국인이라고는 나 혼자 뿐이고 표지판도 그렇고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고 일본어 말고는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다. 이전까지는 한국에서 출발할 때 다른 분들과 함께였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혼자 출발하고 공항에 도착한지라 약간의 불안감이 있긴 하다.
안내 센터에 가서 영어로 물어물어, 그리고 지나다니는 일본인을 붙잡고 고유 지명만으로 물어물어 버스를 간신히 탈 수 있었다. 아와지 淡路 라는 낯선 지명이지만 어찌어찌 버스를 타는 곳을 찾았다. 공항 리무진 버스가 목적지까지 가지도 않고, 고베에서 한 번 갈아타야 하는데 가격은 1,800 엔 円 으로 매우 비싼 편이다. 바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서 시간 낭비는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버스를 타면 간사이 공항에서 내륙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우선 건너고,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고속도로이다. 고속도로는 계속해서 해안선을 따라간다. 왼쪽으로 바다가 계속해서 보이는데, 이전의 VCEG 회의 장소와 다르게 휴양지 같은 느낌은 없다. 오사카 시내가 아닌 것인지 바다쪽으로는 계속해서 공장 지대가 보인다. 산골 마을도 아닌데 목재를 바다에 담구어 보존처리하는 곳도 보인다.
리무진 버스를 꽤나 얌전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일본은 차량 통행이 한국과 좌우 반대라서 당황스럽다고는 하는데, 고속도로라서 중앙 분리대도 있고, 무엇보다 운전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니까 당황스럽다는 느낌은 없다. 가끔 나오는 도로 진출입이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이라서 어색하긴 하네.
속도 제한을 알리는 표지판의 숫자 표기가 표지판에 인쇄된 것이 아니라 전광판으로 표시가 된다. 다리 위에서는 60km/h, 고속도로에서는 80km/h 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시간대에 따라서 바뀌는 것인지 아니면 기상 상황에 따라서 바뀌는 것인지 모르겠다.
운전석의 기사님이 꽤 자주 오른손을 들어서 인사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맞은편에서 오는 다른 버스 기사님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뭔가 신호를 보내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런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맞은 편의 햇빛이 눈부셔서 가리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주변에 다른 차도 거의 없고, 해도 이미 넘어갔는데 계속해서 오른손을 들어서 얼굴에 갖다 대는 것이 신경쓰인다. 버릇인가?
어느 덧 해가 지고, 조금 더 지나면 곧 컴컴해질 것 같다. 해가 떠 있어서 혼자라서 불안한데, 해까지 져서 어두워지면 더 불안해질 것 같다. 불안을 감추기 위해 아즈마 키요히코 あずま きよひこ 의 '아즈망가 대왕 あずまんが大王 ' 을 떠올린다. 오사카에서 전학와서 '오사카'라는 별명이 붙은 카스가 春日歩 상당히 둔하고 형광등인데 오사카 사람들은 그런 편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꽤나 큰 공업 단지가 보인다. 三井化学 이라고 써 있는데, 미쓰이 화학 공업 단지로군. 톨게이트를 하나 지나는데, 톨게이트 나오는 출구에 어떤 놈이 차를 세우고 노상방뇨를 하고 있다. 일본인은 공중 도덕을 잘 지키고 어쩌고 하는 것은 다 거짓이었군.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괜히 식민사관에 얽메일 필요 없다. 싱가폴에 갔을 때에도 느꼈는데 거기도 소문만큼 깨끗하거나 그렇지 않았다.
고속도로의 차선 폭이 우리나라의 도로에 비해서 좁은 편이다. 트럭 한대가 차선 하나를 거의 꽉차게 차지한다. 그래서 속도가 80km/h 정도 인건가? 고속도로가 아니라 자동차 전용도로 정도일 수도 있다.
도로 옆으로 다니는 차들의 브랜드나 모델은 낯설지만 디자인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하다. 혼다 ホンダ 의 어코드 Accord 나 토요타 トヨタ 의 캠리 Camry 정도는 알지만 나머지 제조사 브랜드는 잘 모르는데, 디자인이 국산차와 거의 비슷한 것은 뭔가 이유가 있겠지. 설마 우리의 디자인을 일본에서 베껴간 것은 아닐테고...
지난 며칠간 좀 피곤했던 것인지 버스에서 잠이 들었다. 조금 자다가 깼더니 1차 목적지인 고베산노미야에끼 神戸三宮駅 에 거의 도착했다. 리무진 버스 정류장은 고속버스 터미널을 겸하기는 하는데, 오늘 가려고 하는 최종 목적지인 유메부타이 夢舞台 로 가는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물어보니 건너서 타야 한단다. 희한하게도 알려주는데 영어는 한 마디도 없었다. 그래도 이해가 가네.
길을 건너서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2번 정류장에서 아와지로 가는 버스가 있다. 매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는데 지금은 5시 40분이다. 제길 10분 지났네. 다행히 막차가 6시 30분이어서 마지막 한 대는 남아있다.
음, 그런데 버스표는 어디서 살 수 있는 건가?
근처에 영어를 좀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신사분에게 물었다. "Excuse me, where can I buy a bus ticket?" 내 수준에 맞는 매우 간단한 영어 아닌가?
하지만 신사분의 눈이 흔들린다. 그래서 다시 한 번 "Bus ticket" 이라고 단어로만 대화를 시도했고, 신사분의 반응은 "아, 빠스 치케토 あー, バスチケット "... 그 이후로 뭐라뭐라 일본어를 하셨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표정 등을 보고 미루어 짐작했을때, 아마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같다. 산노미야에끼 내에 안내센터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들어가 봤는데 없다.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티켓 판매 부스를 발견했다. 다행히 티켓 부스의 직원분은 영어를 조금이나마 한다.

공항 리무진 1,800엔에 이어서 두번째 버스의 가격도 900엔으로 비싸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좌석 번호가 없고 아무 자리에느 앉는 것이다. 젠장.
버스를 타자마자 푹 잠들었다. 이미 해가 져서 보이는 것이 거의 없는데 이론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아카시 대교 明石海峡大橋 를 건넜는데 자느라고 미처 알지 못했다. 사실 푹 잔 것은 아니고, 선잠을 자다가 얼핏 깼곤 했는데, 오늘 숙박하기로 한 에비스 호텔 エビス寮 이 창밖으로 보이길래 내렸다. 버스에 다른 승객들도 거의 다 내리기에 혹시 여기가 유메부타이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어쨌거나 숙소인 에비스 호텔 앞의 정류장이니까 굳이 종점인 유메부타이까지 갈 필요가 없지. 호텔 주소가 맞으니 내려야지.
공항에 내려서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영어로 대화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나름 영어를 구사했다고 했지만, 내 영어가 엉터리였을 수 있고, 일본인들이 영어를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고. 나도 그들의 일본어를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어쨌거나 운 좋게 오늘 묵을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이 호텔이라고 하기보다는 모텔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릴 법 한데, 그럼에도 가격은 최하가 11,000엔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VCEG 에서 venue 라고 제공한 아와지 웨스틴 호텔 淡路 Westin Hotel 에서 묵는게 낫지 않았을까? 거기는 안도 타다오 安藤忠雄 가 설계한 곳이라고.
여기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컴컴하다. 불이 켜져 있는 곳이 없다. 그래도 근처에 온천이라도 있겠지 라고 한 나의 기대는 무너졌다. 여기서는 뭐하고 지내야 하는 건가?
9시 30분 정도에 김철우 박사님이 도착했다. 항상 한국에서 같이 출발하다가 현지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가볍게 맥주 한 잔하고 12시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R's 일본 출장 - 4. Social Event 도 재미는 없네.
R's 일본 출장 - 4. Social Event 도 재미는 없네.
2026.02.22 -
R's 일본 출장 - 3. 첫날 회의는 산으로 간다.
R's 일본 출장 - 3. 첫날 회의는 산으로 간다.
2026.02.22 -
R's 일본 출장 - 1. 우선 오사카로...
R's 일본 출장 - 1. 우선 오사카로...
2026.02.21 -
R's 스위스 여행 11. 쥬네브로 돌아와서 마무리
R's 스위스 여행 11. 쥬네브로 돌아와서 마무리
2016.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