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plash (위플래쉬) - 이게 음악 영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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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plash (위플래쉬) 이게 음악 영화라고? |
년도 : 2014 국가 : 미국 상영 : 107분 제작 : Bold Films 배급 : Sony Pictures Classic 연출 : 데미안 차젤 Damien Chazelle 출연 : 마일스 텔러 Miles Teller (앤드류 Andrew 역) J.K. 시몬스 J.K. Simmons (테렌스 플렛처 Terrence Fletcher 역) 흥행 : $13M (미국), 1,588,244명 (한국) | |
2015. 4. 5. 21:00~ CGV 강변 7관. ★★★★★★★☆☆☆ |
오독, 오도독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우리 나라에서 유독 이슈가 되는 영화들이 좀 있다. 아주 예전에 'Dead Poets Society (죽은 시인의 사회)'가 그랬고, 이 영화도 그렇다고 하더군.
영화를 본 후에 몇 가지 평을 찾아서 읽어봤다. 당연하게도 개봉하기 전에 나온 영화평은 영화 자체에 대한 분석이었고, 개봉 후 한국에서 입소문이 일어난 후에 나온 영화평은 '한국에서만 이 영화가 성공한 이유'에 대한 분석이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결과가 나온 다음에 분석하는 건 참 쉽다. 그리고 여러가지 복합된 원인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하나를 찾아내서 그것에 맞춰서 쓰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더더욱 쉽다. (그 하나의 성공 요인을 가지고 새로운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나중에 이러쿵 저러쿵 하긴 쉽다.)
그런데 이 영화에 대한 시각이 여러 종류인가 보다. 보통은 비슷비슷한 서너개의 원인들에 대해서 분석이 되곤 하는데, 이 영화에 대해서 영화평을 쓴 사람들이 선택한 원인들이 좀 이질적이었나보다. 이런 저런 원인들이 제각각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 특히나 듀나의 평이 많이 씹히나 보다.
예전에 '미학 오딧세이' 를 본 후에 "작가/텍스트/수용자의 게임이 다채로울 수록 훌륭한 예술. 작가는 정지해 있지만, 텍스트와 수용자는 항상 새롭다. 다양한 텍스트를 수록할 수록 미래의 수용자에게 항상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주게 된다. 이게 바로 예술의 핵심."라고 썼다. 이 영화가 훌륭한 텍스트로서 고전의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준 것은 맞나보다. 다만 영화 내적인 요인보다는 흥행의 원인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해석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자신의 시각과 다른 해석에 대해서 '오독'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작가/텍스트/수용자의 게임을 다채롭게 하지 못하게 하는 오만이다. 설령 작가가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른 게임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작가조차 그 게임을 '오독' 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음악 영화라며? 교육 영화인가?
영화의 외피는 분명히 음악 영화다. 음악 영화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어쨌거나 영화 전반에 걸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음악이다. 음악가를 다루는 내용은 아니지만 재즈 드러머가 되고자 노력하는 음악 학도가 조금은 괴팍한 스승을 만나서 과정이나 계기는 어떻든 간에 꽤 훌륭한 수준의 연주를 하게 되는 성장 스토리이기도 하다.
난 선생이고, 넌 제자... 아, 이건 성장 영화가 아니지.
성장 드라마가 펼쳐지려면 그에 걸맞는 스승과 제자가 등장해야지. 평범한 수준의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그 성장 드라마의 제자 역할을 할터이고, 성격은 괴팍하지만 실력만큼은 의심할만한 여지가 없는 스승이 등장하는 것이 전형적인 스승과 제자가 등장하는 성장 드라마이다.
이 영화에서 그런 제자와 그런 스승이 모두 나오긴 하지만 전형적인 기존의 드라마와는 조금 양상이 다르다. 스승의 실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인데 괴팍한 성격이 일상적인 수준을 넘어간다. 처음에는 제자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하여 일부러 악역을 자처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알고 보면 제자들을 그저 희생시키거나 한도까지 몰아서 우울증으로 자살하게 만들 정도로 잔혹하다. 게다가 쪼잔하기까지 하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제자를 엿먹이는 복수도 스스럼없이 실행한다. '베토벤 바이러스' 의 강마에 (김명민 역) 를 떠올릴 뻔하다가 진작에 엇나가는 캐릭터이다.
이 똥덩어리.
거기에 제자 역시도 만만치 않은 사이코인지라 여자친구 정도는 자신의 커리어에 방해되는 걸림돌로 치부하면서 대 놓고 헤어지면서까지 이런 스승에게 맞추어 간다.
마지막으로 앤드류가 플래쳐의 쪼잔한 복수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주도하에 'Caravan
무협 영화 아닌가?
교육법 또는 한국의 특이한 교육 상황에 대한 해석,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까지 들먹여지는 것은 좀 오버라고 생각한다. 그냥 영화는 영화 그대로 보는 성향이라서 그 안에 보여지는 텍스트가 어지간히 직접적이지만 않다면 그냥 영화 내에서 해석을 하려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 영화는 오히려 무협 액션 영화와 닮아 있지 않은가 싶다. 비록 재즈 드러머와 교수가 나오는 음악 영화이기는 하지만, 이 두사람의 대화(?)를 보면 서로가 합을 겨루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나 둘 사이를 교차하는 편집을 보면 이건 완전히 무협 영화에 나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음악 대학이라는 무대를 도장으로 바꾸어 놓고 수련을 하러 온 무도가 지망생으로 주인공을 바꾸어 놓으면 전형적인 무협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두 배우의 연기 역시 무협 영화의 주인공으로 손색없는데, 다만 J.K. 시몬스를 보면 처음엔 좀 웃겨서 그렇게 확실하게 이입이 되지는 않는다. 왜 웃긴지 모르는 사람은 'Spider-Man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보자.
하긴 제목만 보면 'Iron Man 2 (아이언 맨 2)' 생각이 나기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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