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立ちぬ (바람이 분다) - 익숙하지 않은 하야오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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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立ちぬ (바람이 분다) 익숙하지 않은 하야오의 마지막 |
년도 : 2013
국가 : 일본 상영 : 127분 제작 : 스튜디오 지브리 スタジオジブリ 배급 : 토호 東寶 원작 : 미야자키 하야오 宮崎駿 연출 :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 안노 히데아키 庵野 秀明 (호리코시 지로 堀越二郎 역) 타키모토 미오리 瀧本美織 (사토미 나오코 里見 菜穂子 역) 니시지마 히데토시 西島秀俊 (혼조 本庄 역) 2013. 9. 15. 22:40~ 메가박스 COEX 12관 |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
이 작품을 보기 전에는 여러가지 말이 많았다. 그 여러가지 중에서 내 눈을 끈 한가지는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이라는 것이다. 이전에도 한번 은퇴작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적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고 이번 작품이 아마도 정말 마지막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도 2001년의 '千と千尋の神隠し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일본 박스 오피스의 수위를 지키고 있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그닥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는데다가, 특히나 이번 작품은 기존과 다르게(!) 재미 없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빨리 보지 않으면 극장에서 일찍 내려갈 것 같은 걱정이 있었다. 일요일 밤이지만 가서 봐야지.
낯선 주인공, 낯선 이야기
하야오의 기존 작품에서 항상 등장했던 것은 바로 12~3세 정도의 소녀 (혹은 소년) 주인공이다. 작품이 거듭될 수록 자립심이 강해지다가 다시 어린 아이로 돌아간 뽀뇨와 소스케와는 달리 이번 작품의 이야기는 주인공 호리코시 지로의 생애를 편년체 형식으로 다루었다. 주인공 어른이 아이 시절을 회상하는 식으로 풀어낸 작품은 몇 개 있었지만, 아예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까지를 다룬 작품은 여지껏 없었다.
이러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하야오의 이런 모습에 불만의 소리가 많이 있다.
먼저 누군지도 모르는 한 사람의 삶의 기록이 재미있고 환상적이었던 기존의 작품에 비하여 밋밋한 것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호리코시 지로
기존 작품에서 메베 Möwe 나 비행석, 빗자루라도 타고, 혹은 토토로 トトロ 나 하쿠 ハク , 하울 ハウル 에게 메달려서라도 하늘을 날아 오르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야오의 날 것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날 것들은 차치하고라도 '紅の豚 (붉은 돼지)' 에서 보여주는 현실적인 비행기를 보면 현실적인 날 것에 대한 하야오의 취향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인 지로가 설계한 제로센 ゼロ戦 (정식 명칭은 미쓰비시 A6M 영식 함상 전투기 三菱零式艦上戰鬪機 ) 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기술적인 디테일과 고증이 굉장히 훌륭한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제로센이라는 것이 일본인이 아닌 다른 나라, 특히 미국이나 그 수혜를 입은 우리 나라의 입장으로 본다면 여간 불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지로가 해군의 의뢰로 설계한 제로센은 제 2차 세계 대전의 미드웨이 Midway 해전 등에 투입되었다가 전쟁 말미에는 카미카제 神風 작전에 투입되기도 한 악명 높은 모델이다.
일 제국주의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카미카제와 제로센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만큼 이 작품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은데, 비록 영화 자체에서 제로센의 역할이 거의 없고, 또 기존 작품에서도 또 작품 외에서도 직접적으로 평화헌법 96조 개정에 대해서 반대해 왔던 하야오의 입장과는 무관하게도 이 영화가 일 제국주의의 이념을 담았다는 비판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는 일 제국주의나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긴 하지만, 보통 이런 식의 드라마에서 그러한 혐의를 벗기 위한 장치들, 예를 들면 비행기의 성능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나 엔지니어로서의 고집 등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해군의 요구 사항에 맞는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서 현실적인 제약 조건들을 해결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모습 뿐이다. (실제로 제로센은 출력이 적은 엔진 때문에 조종석 장갑판도 없고, 연료 탱크 봉합도 안된 상태로 만들었다고...)
그리고 사토미 나호코
일 제국주의에 협력한 호리코시 지로는 그러한 정치적인 입장 때문에 욕을 먹었지만, 사토미 나호코는 다른 의미로 가장 비판을 받는 캐릭터이다. 캐릭터 자체가 호리 다쓰오 堀辰雄 의 소설 '風立ちぬ (바람 불다)' 에서부터 시작한 순애보의 전형인 '폐병 걸린 시한부 미녀 환자' 를 원형으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한가롭게 요양하면서 그림이나 그리다가, 지진 때 도와준 지로를 잊지 못한 채로 다시 만나 혼인하고, 그 이후로도 일에 빠져 있는 남편 옆에서 묵묵히 기다리기만 하는 수동적인 여인의 모습이 바로 사토미 나호코이다.
당최 부해 腐海 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나우시카 ナウシカ 나,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또는 하쿠의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치히로 千尋 의 모습은 어디로 간 것인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하야오의 전작에서 줄기차게 지켜오던 당차고 독립적인 여성의 (혹은 어린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나라를 위해 업무에 매진하는 남편'을 기다리는 순종적인 아내만 남았으니 이를 퇴행으로 밖에 해석할 여지가 없기도 하다.
영화는 여전히 하야오의 특징답게 잔잔하게 흐름을 탄다. 특히나 지로가 꿈속에서, 혹은 상상 속에서 접하는 카프로니 Giovanni Battista Caproni 언덕은 하야오 특유의 환상적인 공간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전체적인 사건의 흐름이나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행동이 우리가 기대했던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에 대한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게 한다.
마지막입니다.
특히나 이 작품이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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