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 완성도가 살짝 아쉬운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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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완성도가 살짝 아쉬운 스릴러 |
년도 : 2013
국가 : 한국 상영 : 107분 제작 : 스튜디오 드림캡쳐 배급 : NEW 연출 : 허정 출연 : 손현주 (성수 역) 문정희 (주희 역) 전미선 (민지 역) 2013. 9. 1. 12:10 CGV 강변 2관 |
실화를 바탕으로?
인터넷 괴담 중에서 '숨바꼭질 괴담' 또는 '초인종 괴담' 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괴담이 떠돌만한 사이트는 잘 안가기에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런 것이 있었다는 것은 몰랐지만, 원룸 등 혼자 살 만한 공동 주택의 초인종 옆에 몇가지 종류의 표식이 있다고 한다.
대략 도둑들이 가족 구성이나, 경보장치의 유무 등으로 결론지어져 가는 분위기이긴 한데 어쩄거나 이 영화는 이 괴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소재를 얻어온 것일 뿐이지 "충격 실화 스릴러"라고 하면 안되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처음에는 볼 생각은 없었는데 꽤 잘만들어졌다는 평이 있고, 또 주연이 손현주, 전미선 등 스타 파워 없이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걸 보니 잘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한 마음에 보게 되었다. 실제로 영화를 봤을 때 꽤 괜찮은 설정의 영화이기는 하다.
일산의 고급 아파트에 사는 카페 사장 성수에게 형이 실종되었다는 전화가 오면서 성수의 가족을 둘러싼 사건이 시작된다. 가족들도 몰랐던 형이 있다는 것부터 시작하여, 결벽증의 성수와는 반대로 철거를 앞둔 허름한 아파트에 숨어 사는 형에게 감춰져 있던 사정이라거나, 입양되었다가 유산을 모두 물려받은 성수의 트라우마 등으로 감정을 이입시킨다.
형이 숨어 산다는 아파트가 있는 동네에서 정신 이상자에게 잡힌 아이들을 구해준 주희의 집에서 차를 한잔 마시면서부터 이 영화의 기시감이 시작된다. 어딘가 감춰진 비밀이 있는 것 같은 이 아파트에는 주인 없는 집에 숨어 사는 존재가 있다는 소문이 있고, 317호의 형에 대해서 묻자 기겁을 하며 정색하는 주희의 모습도 무언가 이상하다.
별로 흥행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공간에서 무언가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이 있는 이 설정은 바로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에서 보았던 것이다.
광신도인 엄마 (김보경) 와 살고 있는 동생 소진 (심은경) 의 실종. 그리고 왠지 수상한 이웃집의 경자 (문희경) 와 수경 (장영남). 소진의 실종과 관련한 여러가지 조그만 단서들이 나오면서 단순한 가출이 아니라 이웃 인물까지 엮여있는 살인 사건으로 확대된다.
이 영화에서도 성수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복수를 꿈꾸고 있는 듯한 형 상철의 소재를 쫓다가 보면 이 영화 역시 이웃이 엮이는 살인 사건으로 번지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가 훌륭한 지점은 여기까지.
쟤들은 왜 저러나?
사건의 실체가 하나씩 밝혀져 가면서 가족의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성수가 취하는 행동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자연스런 행동을 통하여 서스펜스가 형성되어야 하나, 서스펜스를 형성하기 위하여 이치에 맞는 행동을 하는 성수의 모습 때문에 오히려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경우다.
그런데 그러고 보면 성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아무리 연약한 가정 주부로 설정되어 있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놔두고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 가는 것은 성수의 부인인 민지도 마찬가지이고, 그의 두 자녀인 호세나 수아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보면 클라이막스인 마지막 장면을 좀 허무하게 만들어 버린 것은 이러한 주인공들의 이상한 행동 논리 때문일 것이다.
일상의 공포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불신지옥' 보다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떠 올렸다.
비록 후반 반전 이후의 인물들의 행동 논리 부족 때문에 완전한 영화가 되지는 못했을 지라도 그 이전까지의 상황 설정이나 전개는 꽤나 훌륭한 스릴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 스릴러를 완성하는 공포는 바로 일상 생활로 침투한 광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성수가 살고 있는 일산의 아파트나, 또는 사건의 무대가 된 주희의 공동 주택 모두 우리 일상이고, 실제로 무방비 상태가 되는 공간에 타자의 침입이라는 것은 근원적 공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일상의 공포를 끌어낸 것은 호러-스릴러 영화를 만듦에 있어서 큰 성과로 나타났으나 마지막 몇가지의 허점이 아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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