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희 - 홍상수 표 찌질이 3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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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희 홍상수 표 찌질이 3형제 |
사실 이 영화를 보려고 나간 것은 아니었다.
추석 연휴 기간 보려고 생각했던 전시회와 영화 후보들이 잔뜩 있긴 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내가 있는 위치에서 다음 스케쥴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마침 근처에서 상영하고 있기에 냉큼 들어갔다. 개봉을 한 걸 몰랐지만 홍상수 표 영화라면 마다할 필요 없지.
게다가 오랜만의 씨네큐브 광화문 극장이기도 하군.
이런 예측 가능한 놈들이...
영화의 포스터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홍상수의 영화는 정형화 되었다. 포스터만 보고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을 늘어놔 볼까?
우선은 정유미가 주인공 선희 역할이겠지. (그건 당연한가?) 아마도 영화에 관련된 대학 학부생 내지는 학원생일거다. 이선균이 맡은 문수는 선희와 사귀고 있거나 사귄 적이 있는 동기 내지는 선배일거다. 그리고 정재영이 맡은 재학은 역시 한참 선배이긴 하지만 선희와 사귄 경험이 있는 선배. 선희가 학부생이면 재학이 학원생이거나, 아니면 졸업생 정도 되겠지. 아마 입봉을 준비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아니면 교수가 되기 위해서 삐대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김상경이 맡은 동현은 영화과의 교수일거다. 선희와는 사제지간이고 재학과는 선후배 사이거나 정교수-시간강사 정도 되겠지.
헛. 선희는 어디?
남자 세명은 당연히 서로 아는 사이일테고, 이 세명이 선희에에 얼마나 찌질하게 찝적대는 것일까 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가 되겠다.
동어 반복의 웃음
이런 주제는 지난 영화 '북촌 방향'에 대해서 쓰면서도 똑같이 쓴 적이 있다.
"그러니까 끝까지 파봐야 너의 한계를 알 수 있어. 한계까지 가 봐야 네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알 수 있지. 네가 할 수 없는 것을 알아야 네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거야."
"응? 이 얘기는 내가 해 준거 아니니?"
개인적으로는 정유미라는 배우에 대해서 어떠한 매력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나머지 세명의 남자 배우들이 왜 이런 식으로 선희에게 들이대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여느 홍상수의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세명의 남자들은 선희에게 동일한 얘기를 반복하면서 찝적댄다.
홍상수 자신의 모습을 각 주인공에 투영하면서 지식인으로서 차마 꺼내기 힘든 찌질한 모습을 스스로 고백하는 그의 영화를 보면서, 나 역시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이러한 찌질함을 타인의 모습에서 발견하는 재미로 영화를 계속 찾아 보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다음 영화도 역시 찾아서 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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