告白 (고백) - 그 선생, 그 제자의 사정
告白 (고백) 그 선생, 그 제자의 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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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 2010
제작 : 도호 東寶 배급 : 도호 東寶 연출 : 나카시마 타츠야 中島哲也 출연 : 마츠 다카코 松たか子 (모리구치 유코 역) 니시 유키토 西井幸人 (슈야 와타나베 역) 후지와라 카오루 藤原薫 (나오키 시모무라 역) 하시모토 아이 橋本愛 (미즈키 역) 2010.4.20. 12:15~ 대한극장 1관 |
"내 아이를 죽인 범인은 이 안에 있습니다."
믿기지는 않지만, 이 작품이 첫 작품이라는 미나토 카나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내용 (이라기 보다는 도입부의 이 대사) 을 들었을 때에, 영화에 대해서 나름 예상을 해 봤다. 범인을 알고 있는 여선생과 관객의 머리 싸움을 유도하는 심리 스릴러, 또는 복수에 초점이 맞춰진 잔혹극.. 대략 결론적으로 후자에 맞는 영화이긴 했지만, 그 전개는 내 예상을 조금 벗어 났다.
그 선생의 사정
우유의 효능과 그 시범 학교로 선정된 것에 대해 말하는 선생 유코의 말을 귀담아 듣는 학생은 한명도 없을 정도로 산만한 중학교 교실. 누가 듣거나 상관없이, 유코는 학교를 그만 둔다는 말과 함께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어간다. "내 아이를 죽인 범인은 이 안에 있지만, 청소년 보호법 때문에 법으로는 응당의 처분을 받게 할 수 없어" 본인이 직접 나서서 꽤나 야비한 방식으로 복수를 하겠노라고, 아니 이미 했노라고 고백한다.
비록 자신의 아이를 죽인 범인 A와 B의 이름을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반의 아이들은 그 범인 둘이 누구인지 쉽게 짐작했고, 또 잠시 후 밝혀진 범인의 그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과정이 없다면, 영화의 나머지 부분은 이제 유코의 복수 실행에 집중할 터.
30분간 이어지는 유코의 이 사건에 대한 전말 고백은 묘한 감정을 준다. 유코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당연히 주인공인 유코에게 공감하게 되고, 그 반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공분한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어지는 범인 A와 B의 고백, 그리고 또 이어지는 주변인들의 고백까지...
그 제자의 사정?
유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보면 그 선생의 사정은 거기에서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끝이 나 있다. 이미 선생은 야비한 방식으로 복수를 실행했고, 그 결과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면 될 뿐이다. 하지만 영화의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
유코의 고백 이후에는 그 반의 학생인 범인 A와 B의 고백이 시작된다. 영화의 꽤 많은 부분을 A와 B, 그리고 A와 B의 주변인의 고백에 할애하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들의 고백을 통하여 사건의 이면을 보게 해 줄 마음은 없는 것 같다. A/B의 고백이라는 interlude를 넣으면서 친절하게 구분까지 해 주고 있어서, '羅生門 (라쇼몽)'과 같은 여러 시각의 서사 구조를 보여주는게 아닐까 잠깐 생각했지만, 금방 그 생각을 철회하게 한다.
얘가 범인이야. 범인이라고 말해도 좋다고 했어.
A와 B의 속내, 혹은 범죄의 동기와 같은 것들을 그들 입장에서 까발려 보아야, 이는 A나 B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유코의 입장을 더욱 더 변호해 주고 있다. 영화 혹은 원작에서는 아예 사건의 이면이나 A와 B의 내면을 변호해 줄 마음은 없었던가 보다.
유코가 행한 야비한 방식의 복수는 그 과정에서 어쩌면 관계 없는 주변인까지 죽음으로 말려들게 한다. 그리고 그 희생자에는 범인 A와 B의 어머니까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유코의 복수 방식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은 무얼까?
물론 많은 부분이 영화가 훌륭하게 이끌어간 내러티브의 전개 때문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어느 정도는 이런 식의 범죄와 그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 익숙하여 쉽게 공분을 이끌어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처벌이 공정하지 않다면 쉽게 '복수는 나의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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