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n: Legacy (트론: 새로운 시작) - 너무 앞선 원작, 원작을 넘지 못한 속편
Tron: Legacy (트론: 새로운 시작) 너무 앞선 원작, 원작을 넘지 못한 속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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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 2010
제작 : Walt Disney Pictures 배급 : Walt Disney Studios 연출 : 조셉 코진스키 Joseph Kosinski 출연 : 제프 브리지스 Jeff Bridges (케빈 플린 / 클루 Kevin Flynn / Clu 역) 가렛 헤드런드 Garrett Hedlund (샘 플린 Sam Flynn 역) 올리비아 와일드 Olivia Wilde (쿠오라 Quorra 역) 브루스 박스레이트너 Bruce Boxleitner (앨런 브레들리 / 트론 Alan Bradley / Tron 역) 2010.12.31. 11:30~ CGV 용산 IMAX관 |
원작 얘기부터 시작할까나?
내 나이 또래라면 아마도 일요일 저녁에 KBS2 채널에서 방송했던 '쇼! 비디오자키'라는 프로그램들 다들 기억할 것이다. 프로그램의 제목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쟁쟁했던 코너들 이름은 기억할 것이다. 네로 황제 최양락과 날라리아 임미숙의 '네로 25시'. 김미화, 김한국의 쓰리랑 부부, 쉰옥수수 임하룡과 밥풀떼기 김정식의 '도시의 천사들' 등등. 한국 코미디에서 전설로 남아 있는 코너들이 계속해서 웃겨주었던 프로그램이다. 그 코너 사이사이에 당시 DJ였던 (아, 지금도 DJ 인가?) 김광환씨가 나와서 멘트를 한마디씩 던져주는데, 그 배경 화면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영화 'Tron (트론)', 이 영화의 원작이었던 것이다.
영화의 서사가 조금만 더 친절했거나, 혹은 영화의 세계관을 사람들이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영화가 조금 더 늦게 나왔다면 아마도 'Blade Runner (블레이드 런너)' 급의 평가를 받았을 터인 이 영화는 아쉽게도 영화의 세계관 보다는 영화의 비주얼에서만 평가를 받은 비운의 작품으로 남아 있다. 영화가 제작된 것이 1982년, 내가 이 영화를 온전히 보았던 것이 1994년. 영화가 제작된지 12년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Cyber Space에 대한 어렴풋한 개념만 있었지, 현실 세계와 유사하게 의인화 된 프로그램이 (정확하게는 프로세스나 쓰레드 정도가 맞을 것 같긴 하자만...) 존재하는 가상 현실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또 그리드 Grid 의 현실화는 고사하고 가상 현실을 구현한 것이 대중에게 퍼진 것도 20년이 지난 21세기에서니까, 이 원작의 세계관이 얼마나 앞서 있던 것인지는 커헉..
이런 배경이 있었다고요...
기대감은 거의...
1993년에 원작을 봤을 때에는 이미 컴퓨터 그래픽이 어느 정도 보편화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영화의 시대를 1982년의 시간으로 되돌려 놓고 영화에 몰입한다면 그 시각적 충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녹색 화면에 몇개의 글자가 나오던 패미컴이라는 8bit 라고 하기에도 쑥스러운 패미컴이라는 제품을 처음 본 것이 1982년이니까... 바다 건너에서는 벌써 이런 기계로 이런 화면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몇년 후 'Toy Story (토이 스토리)' 만화를 한 편 보게 되었고, 또 20세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The Matrix (매트릭스)' 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The Matrix (매트릭스)'는 시각 효과의 거의 끝판왕이라고 할만한 충격을 주었고, 그 이후로는 어떤 화면을 봐도 그렇게 경이롭거나 신기해 보이지는 않게 되었다.
솔직히 작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본 'Avatar (아바타)' 도 좀 지루하게 본 터이라, 이 영화에 대해서는 원작에 대한 추억, 그 이상의 기대를 가질 정도는 되지 않았다.
실제로 보니까...
2010년의 마지막 날 오전 시간이었지만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는 있었는지, 이미 표가 많이 팔려 나가 버렸다. 하지만 혼자 보는 이점은 이런 곳에서 발휘가 되는데, 마침 적당한 높이의 정 가운데 자리가 하나 덜렁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냉큼 표를 사고, 회사 종무식을 마치자 마자 극장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옛 원작을 떠 올리면서 영화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나의 예상을 한치도 앞서지 못하며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단 영화의 세계관은 원작의 그것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심지어는 예전 엔콤 Encom 의 CEO이자 개발자인 캐빈 플린이 그리드로 사라진 마지막 모습에서는 예전 원작의 포스터가 그대로 붙어 있는 플린의 방이며, 그 안에 등장한 트론과 자신의 액션 피규어까지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막상 케빈 플린의 아들 샘 플린이 새롭게 접한 그리드는, 조악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럴 듯 했던 원작의 그리드에 비해서 정교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리드 같지 않아서 원작의 팬들에게 실망을 주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그리고 정교해진 비주얼에 비해서 더 단순해진 스토리는 관객을 영화 밖에서 겉돌게 하는데... 스토리가 단순했다고 비판을 받던 원작에 비해서 훨씬 더 퇴보한 시나리오이다. 현실과 그리드를 오가는 구조와 엔콤의 전 대표와 현 대표, 그리고 그의 아들들까지 대립 구조를 만들 여지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오직 그리드 안에서의 창조주와 그에 반역하는 피조물의 갈등으로 이어질 뿐이었다.
그래도 볼만은 한데...
영화에 대한 평이 이토록 좋지 않은 것은 아마도 원작에서 보여준 혁신적인 모습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가 이렇게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 원작의 세계관을 제대로 계승을 못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트론의 세계관은 고민해 볼 만한 화두가 될 수 있고, 충격적이지는 않을지언정 그래도 눈은 어느 정도 즐겁고 게다가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직각으로 턴하는 원작의 라이트 사이클 Light Cycle 의 모습에 비해서 훨씬 현실스러운 모습이 된 새로운 라이트 사이클의 모습에 실망한 관객들도 많지만, 자신의 디스크를 이용하여 결투 장면은, 비록 그 모습이 마치 로마의 콜로세움 같이 싸구려로 변한 감은 있지만, 그래도 트론의 정체성을 살릴만한 것으로 진화한 것이 다행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직각 턴의 사이클가 트론의 대표 시퀀스로 남기를 바라고, 영화 제작자들도 당연히 그런 생각이었는지 라이트 사이클 시퀀스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직각으로 꺾이지 않는 라이트 사이클은 역시 실망이다.)
오토맨 만도 못하잖아.
Star스타워즈 워너비
영화의 장면들 중에는 디즈니가 혹시 이 영화를 스타워즈 에픽처럼 끌고 나가려고 하는 듯 유난히 스타워즈를 의식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스타워즈에 대해서 별로 관심 없는 사람도 익히 떠올릴만한 장면은 바로 거의 마지막 클루의 연설 장면이다. 암만 봐도 클론 Clon 들을 모아 놓은 다스베이더 Darth Vader 의 모습이다. 제다이 마스터 역할에도 어울릴 법한 케빈 플린의 모습도 마찬가지이며... 공중전 장면 역시 'Return of the Jedi (제다이의 귀환)'에 나온 그것과 같다.
"I'm not your father" 라고 하는 클루의 대사도 나를 피식거리게 한다.
* 다프트 펑크 Daft Punk 의 음악은 다들 칭찬 일색...
직접 출연까지 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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