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보다 소중한 것 - 2008 村上春樹
원제 : シドニ-!
발행일 : 2008.7.15 펴낸곳 : 문학수첩 지은이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옮긴이 : 하연수 반양장본 | 337쪽 | 148*210mm ISBN : 978-89-8392-283-0 원가 : 1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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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구매. 2008.10.14 ~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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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에서 94년경에 하루키의 소설을 무지하니 많이 읽었던 기억이다. 읽고 또 읽어서 지겹고, 또 더 이상 읽을 소설이 없었을 때가 와서 다음으로는 에세이를 찾아서 읽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나이가 하루키의 소설을 읽기에 적당한 나이라고 생각한다.
30세 정도가 되었을 때에도 한창 많이 읽었다.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곳을 무작정 선택하여 혼자 아무도 없는 술집에 자리를 잡는다. 맥주를 한병 시키고, 가게 문이 닫을 때까지 고요한 밤을 보내면서 읽는 맛이 하루키의 작품에는 제격이다. 그리고 이 나이는 에세이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하루키를 읽는 것에 대한 느낌이 달라졌다.
한없이 고독해지고 공허하다는 느낌이 예전만 못한데, ('스푸트니크의 연인들' 이후로 그런 것 같다.) 나의 감수성이 변해버린 것인지, 아니면 하루키의 필력이 약해진 것인지.
그 때부터 장편 소설보다는 콩트쪽을 더 마음에 들어했다. 다만 재즈나 외국 생활에 대한 특정 주제를 정해서 쓴 긴 에세이만큼은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책 역시도 하나의 주제를 특정하고 집필한 에세이다. 주제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확하게 말하면 시드니 올림픽 기간에 시드니에 취재를(?) 가서 본 '시드니 올림픽 경기'에 대한 내용이다.
예전에 '더 스크랩' 권말에 있는 '올림픽과 별로 관계 없는 올림픽 일기'처럼 그냥 올림픽 기간에 쓴 수기는 아니고, 실제로 올림픽에 대해서 다룬 에세이라는 것이 기대와는 다르다. 올림픽 경기에 대해서라고는 하지만, 시드니 올림픽을 앞둔 마라톤 선수단의 연습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폐회식 전에 종료되는 남자 마라톤 대회까지, 결국 이 작가가 좋아하는 종목인 (책을 읽기 전부터 짐작할 수 있었듯이) 마라톤에 대한 책이었던 것이다.
애초부터 마라톤과 야구를 제외한 다른 어떤 종목에도 관심 없는 저자는, 그 결과로 다른 경기의 진행에는 별로 눈길을 주지 않고, 경기장의 주변부 또는 경기장 안에서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도쿄에 돌아와 올림픽 녹화 중계를 보니 전혀 다르게 보였다는 것이다. 똑같은 게임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게임처럼 보인 것이다. 나는 TV 보는 일을 즉시 중단했다. 계속 보고 있다가는 너무 혼란스러워질 것 같아서. (중략)
하지만 우리가 거대 자본과 거대 미디어 시스템이 만들어 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마도 올림픽이란 그곳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친절한 해설과 녹화 중계가 곁들여진 공동 환상일 것이다. 그 환상의 복합성이 탄생시키는 것 중에는 우리의 실재와 연결된 뭔가가 있다. - 저자 후기 中
우리 역시 올림픽을 보면서 거대 자본과 미디어 시스템이 만들어낸 이상한 올림픽을 본다.
그 올림픽에는 메달을 따지 못한 다른 어떤 종목의 선수들도 없었다. 평소에는 우리 나라 선수단 중에서 그런 종목의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의심되는 사격, 양궁, 역도 종목을 모든 국민이 지켜 보았다.
반대로 평소에 틀림 없이 우리 나라 선수단이 하고 있는 종목인, 그러나 메달을 딸 가능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혹은 심지어 예선에서 탈락한) 농구, 배구 등등의 종목은 올림픽 중계에서 만큼은 구경해 본 적도 없다.
뜻밖에 포환 던지기가 재미있다. 덩치 큰 아저씨들을 보면 마치 헬스 엔젤스의 집회처럼 보인다. 혹은 ZZ탑의 팬클럽. 겉보기에는 무섭지만 애교가 있다. 카메라를 향해 장난스런 표정을 보이기도 한다. 포환을 뒤로 빠뜨리고도 웃으면서 V자를 그려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면 올림픽 경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즐겁다. 토요일 저녁에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동네 아저씨들이 힘겨루기를 하는 분위기랄까? 가장 박력 있는 아저씨는 핀란드 선수다. 조금 전까지 숲 속에서 곰을 위협하며 나무를 베던 느낌. 단숨에 맥주병을 비워 버릴 체구다. 난 이 아저씨의 생김새가 마음에 들어 계속 응원했는데 결국 금메달을 차지했다. - '유쾌한 포환던지기' 中
이런게 올림픽이다.
구기와 투기가 아닌 육상과 수영 2가지의 기초 종목에서의 순수한 신체 능력을 재 보는 것, 이미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 싶었던 올림픽의 아마츄어리즘은 바로 이런 곳에 있다.
물론 방송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겠지만.
Post Script
집에서 맥주 먹을 때에만 들고 읽었더니.. 하루키 책 중에서 읽는데 가장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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