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Theatre' - 이문세 콘서트 ('15.4.18)
'2015 Theatre: Lee Moon Sae' 이문세 콘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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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간 : 2015.4.15~23
공연장 : LG아트센터 입장권 : VIP석 143,000원, R석 121,000원, S석 110,000원 붉은노을석 88,000원, 파랑새석 77,000원 제작 : KMOONfnd 2015. 4. 18. 18:00~20:30 R석 |
1990년 어느 봄날이었던 것 같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나는 많은 부분이 낯설었다.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들 3cm 미만의 길이로 머리를 자르고, 가격은 비싼 주제에 디자인과 품질이 형편 없는 (아마도 대부분의 가격이 리베이트로 쓰였음직한) 동일한 유니폼을 입고서 좁은 교실의 한 곳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그로테스크한 풍경에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던 시기였다.
선행 학습이란 걸 구경조차 해 보지 않던 중학 시절을 보냈던 터라 공부를 못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과목 교사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해서 약간 걱정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 암울한 (다시는 떠 올리고 싶지 않은) 시기에 아직까지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상황이 있다. 하루키 村上春樹 식으로 표현하자면 '검은 암흑의 시기 한줄기 빛처럼 내려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기적같은 순간이었다. 서먹하게 앉아 있던 50여명의 학생들은 일제히, 정말로 어느 순간 갑자기 누군가 시작한 한 소절의 가사에서 비롯된 떼창이 탄천변의 한 학교에 위치한 별관 건물 한편에서 울려 퍼졌다. 아마 처음 소절을 무심코 끄집어낸 학생도 이렇게 노래가 완결까지 불리어 질 것이리라고는 짐작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난히 눈 부셨던 햇살에 정신을 빼앗겼던 것인지 그 장소를 공유하였던 50여명의 학생은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완성해 나아가는데 자신들의 목소리를 아낌없이 내어 놓았다.'
그대 나를 보면 울기만 했지만 하루 종일 울다가 웃어버렸지만
나 그대의 연인 되진 않아, 나 그대의 사랑 되진 않아
그대 아름다운 여인이여 울다 웃는 꽃처럼. 그런 그대를 안고 싶지만 그저 나의 친구로 좋아
나도 그대 보면 사랑 느끼지만 하루종일 보다가 웃어버렸지만
나 그대의 연인 되진 않아, 나 그대의 사랑 되진 않아
그대 아름다운 여인이에 비에 젖은 꽃처럼. 그런 그대를 안고 싶지만 그저 나의 친구로 좋아
그대 아름다운 여인이여 울다 웃는 꽃처럼. 그런 그대를 안고 싶지만 그저 나의 친구로 좋아
- 이영훈 詞 "그대 나를 보면" from '이문세 4집'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내가 듣던 음악 총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가수가 이문세와 유재하이다. 3집에서 6집까지 앨범이 나올 때마다 바로 구매해서 턴테이블 위에다가 걸어 놓고 들었던지라 모든 노래를 외우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어쩌면 이문세의 노래보다는 이영훈의 곡에 더 끌렸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찌된 사정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영훈에게서 벗어나 작사/곡을 다각화하면서 나의 반응이 약간 시들었던 것은 내가 나이를 먹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이영훈의 곡을 좋아해서였는지 모르겠다.
15년전부터인가 '이문세 독창회'라는 이름으로 전국 순회 공연을 자주 가졌고, 2001년에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이문세 독창회 2'를 본 적이 있었다. 그 때에도 대부분의 레퍼토리가 3~7집에 몰려 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앨범을 내긴 했지만 대부분의 레퍼토리는 2001년의 공연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14장의 정규 앨범을 냈지만, 3~7집의 곡이 전체 레퍼토리의 60%가 넘는다. 뭐, 어쩔 수 없는건가? 3~5집만 추려도 절반이다.
2. "애수 (哀愁)" (from '사람과 나무, 그리고 쉼')
3. "기억이란 사랑보다" (from 'Chapter 13')
4. "소녀" (from '3집')
5.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from '5집')
6. "난 아직 모르잖아요" (from '3집')
7. "알 수 없는 인생" (from '발칙한 여자들')
8. "할 말을 하지 못했죠" (from '3집')
9.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from '6집')
10. "그대 나를 보면" (from '4집')
(Interlude 영상)
11. "사랑, 그렇게 보내네" (from 'New Direction')
12. "그대 내 사람이죠" (from 'New Direction')
13. "봄바람" (from 'New Direction')
14. "저 햇살 속의 먼 여행" (from'VII')
15. "깊은 밤을 날아서" (from '4집')
16. "파랑새" (from '1집')
('이별 이야기' 영상)
17. "옛사랑" (from 'VII')
18. "광화문 연가" (from '5집')
19. "그대와 영원히" (from '3집')
20. "조조할인" (from '花舞')
21. "Solo 예찬" (from 'Sometimes')
22. "붉은 노을" (from '5집')
공연의 제목은 '2015 Theatre' 이다. 기존에 '독창회'는 제목과도 같이 혼자 무대를 꾸몄다면 이번 공연은 '이문세 전용 극장'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간다. 음악 공연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래 외에 많은 무용수들을 대동하여 퍼포먼스도 꾸몄다. 그렇다고 그렇게 화려한 눈요기는 아니니까 그 쪽으로는 기대하지 말자. 그냥 노래만 들어도 좋지 아니한가.
연극과 뮤지컬을 제외하고서 LG 아트센터에서 콘서트 관람은 세번째이다. 앞서의 두번이 모두 팻 메스니 Pat Metheny 의 공연이었는데, 그 때는 못 느꼈지만 여기 음향 시설이 콘서트를 위해서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연극에서 대사를 전달하기 위한 구조인지라 벽쪽의 흡음이 강조되어서 그런 것인지 공간에서의 울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좀 벽과 가깝게 앉아서 더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죽이나 안 좋았으면 처음에는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아니라 MR 트랙을 걸어 놓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져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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