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연속. 얼마 전에 이제는 마지막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후로도 대여중이었던 도서들이 속속 반납되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색체가 없는 다자키 쓰구르...' 읽어야 하는데, 쩝.
우선 재미있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3류 야쿠자 똘마니 쥰페이가 오야붕의 거래를 위한 '총알' 역할을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총알' 역할을 하고 10여년 간 감방에 다녀오면 오른팔로서 성공을 보장해 주겠다는 달콤한 꼬득임이 있다. '사바 세계'를 경험하고 오라는 30만엔도 당장에 보기에는 확실한 당근이다. 초밥과 갈비를 먹고, 최고급 호텔에 묵으며, 클럽에서 만난 가나와 원나잇을 하고. 평소라면 사무실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며 기약없는 승급(?)을 기다리던 똘마니로서는 휼륭한 삶으로 보인다. 하지만 쥰페이의 나이는 고작 21살, 20대를 통째로 저당잡혀야 하는 거래인데 과연 달콤함만 있는 것일까?
그리고 슬프다.
나의 삶은 과연 쥰페이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야쿠자의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인가? 20대를 지나 30대가 모두 지나가는 기나긴 시간 동안 과연 나는 불확실한 미래의 성공을 담보로 내 인생 전체를 저당잡히지 않았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한달간 나의 인생을 버리고 받는 30만엔 정도의, 통장을 잠시 스쳐가는 월급과, 그런 삶을 직시하지 못하게 눈을 가리는 달콤한 술 한잔으로 '사바 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자기 최면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덧붙여 잉여로움.
아마도 2ch 이 분명할진데, 잉여들끼리 모여서 쥰페이의 '총알' 행동에 대해서 왈가왈부한다. 진지한 듯 한 충고부터 시작해서, 쥰페이의 진위 논쟁과 쓸데 없는 오키나와 沖縄 드립까지. 2ch 에 모여서 글을 올리는 잉여들과 나의 주변 지인들과의 근본적인 차이와 동질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점점 더 우울해져만 간다.